히든 픽처스
제이슨 르쿨락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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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테드는 첫 그림을 보더니 웃는다. “아 맙소사, 목 졸려 죽는 건가?”

그래, 테드. 여자를 살해해서 시체를 숲속으로 끌고 가는 장면이잖아. 사랑스러운 우리 아들이 어디서 이런 끔직한 생각을 했겠어?”

테드는 항복한다는 듯 두 손을 든다. “<그림 동화> 때문이야. 내가 매일 밤 새 이야기를 하나씩 읽어주거든.”_p128

 

스릴러는 좋아하는 장르라서 즐겨 읽는 편이다. 그래서 보다보면 처음부터 몰아치는 경우가 있고 서서히 진행되다가 소름이 확 올라올 때도 있다. 제이슨 르쿨락의 #히든픽처스 는 후자였다. 무섭...

 

 

재활 프로그램을 마치고 보모로 일하게 된 주인공 맬러리는 어린 소년 테디를 만나게 된다. 말수 적은 테디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맬러리는 이 집 환경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되고 테디와 유대감을 형성해 나간다.

 

그런 중에 테디가 충격적이고 잔인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그림들은 점점 생생하고 정교해져 간다. 과연 이 그림들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단순히 상상 속 이야기일까? 아니면 완벽해 보이는 이 가족에 숨겨진 비밀이 있는 것일까?

 

그냥 넘길 수 없는 이 상황에 맬러리는 물론, 읽는 이도 궁금증에 빠지게 된다.

뭘까 뭘까 뭘까.... 애냐의 존재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아이의 심플한 그림들이 너무 충격적이여서 더 무서웠던 이 소설.... 오싹한 미스터리 소설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_나는 혼미하고 수치스러운 기분으로 알람을 일곱 시에 맞춘다. 다시는 옛 습관으로 후퇴하지 않으리라.

다시는 커피에 입을 대지 않겠다, 절대.

더 이상 그림에 대해서 집착하지 않겠다._p123

 

 

_“... 가끔 애냐와 같이 그림을 그리는 꿈을 꾸지만, 일어나 보면 그림 같은 건 없어요.” 그는 존재를 부정하려는 듯 스케치북을 방 한쪽으로 던진다. “그림이 있을 리가 없어요! 우린 그냥 꿈을 꾼 거라고요!”

나는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닫는다._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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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가는 자 - 익숙함에서 탁월함으로 얽매임에서 벗어남으로
최진석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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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한줄평: 불필요한 질문들에서 벗어나 평온함에 이르는 길을 찾아가게 된다.

 

_바라밀다라는 구체적인 구도 행위, 즉 실천을 통해서 공의 진리를 터득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화해서 말한다면 진리에서 실천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실천에서 진리가 피어난다는 것이지요._p44

 

철학과 최진석 교수가 반야심경을 통해 전하고 싶은 것들, <건너가는 자>, 들어만 봤지 잘은 몰랐던 반야심경을 조금이나마 접할 수 있었다. ‘조금이나마라고 표현한 것은 깊은 의미까지 잘 알게 되기까지는 내가 아직 멀었기 때문이다.

 

이 세계는 고통이라는 것이라는 전제로 시작하는 부처의 가르침 기본적인 개념부터 공, 무소유, .... 궁극적인 깨달음까지 다정하게 대화하듯 풀어내주고 있었다.

 

특히, 깊이 끌어올린 질문들로 살아야하는 이유들과 공에 관한 내용들을 더 이해할 수 있었는데, 무엇인가를 먼저 정의 내리려고 하는 실재가 아니라 어떠한가에 기반을 둔 관계를 생각하는 불교에서는 처음부터 스스로 지니는 성질이란 없다는, 즉 본무자성 이라 하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니 이라는 것으로 어떻게 이어지면 어떤 것인지 막연하게나마 이해가 되는 듯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르게 되니 문득 마음이 편안해졌다.

 

한편, 어쩌면 양자론의 등장과 확장으로 공에 대한 이해도가 세상에 더 넓혀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언뜻 비슷한 부분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다-.

 

형이상학적인 사유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고 나를 찾아가고 정진하는 데 힘써야 함을 애써 설명하고 조언하고 있는 이 책은, 반야심경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을 넘어 나를 돌아보게 하고 지금에 정진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게 하기에 충분했다.

 

불교에 관심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삶에 관한 고민, 스스로에 대한 통찰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봤으면 하는 내용인 책이였다.

 

 

_모든 것은 본래 자성이 없이 존재한다는 것이 세계의 진실, 즉 실상입니다. 본질을 존재의 근거로 삼지 않는 것이죠. 본질은 없습니다. 그저 다양한 계기들이 잠시 얽혀서 존재할 뿐입니다. 다양한 계기들이 얽혀서 현현하면 그것이 생겨난다는 것이고, 이 얽힘이 풀리면 죽는다는 것 혹은 소멸한다는 것이죠._p89

 

 

_제가 보기에, 멈추지 않고 지속하는 건너가기 자체를 바라밀다라고 합니다. 저는 건너가는 행위 자체가 바라밀다이지, 이상적인 어느 경지로 건너간 결과나 상태가 바라밀다는 아닐 것이라고 봅니다._p111

 

_의자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전부 분해해서 펼쳐놓으면, 그것이 의자였음을 알기 어렵습니다. 의자라는 것은 없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_p162

 

 

_세계가 공이니 바쁜 걸음을 멈추자는 것이 아닙니다. 세계가 공이니 굳지 않고 계속 끝까지 걷자고 말하는 것입니다._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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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사람들
헨리 제임스 지음, 김윤하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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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그녀가 이곳을 죽을 만큼 싫어했고, 계속해서 자신에게 모욕을 주고 상처를 입히는 사회생활에서 가장 사무치는 고통이 이렇게 취향이 손상되는 데서 온다는 것을 그로서는 그때 몰랐고, 그 후에도 결코 알 수 없었다._p48


19세기 보스턴을 배경으로, 여성 참정권 운동가 올리브, 올리브의 친척이자 강경 보수파인 랜섬, 그리고 뛰어난 연설가 버리나를 중심으로, 로맨스와 시대배경을 반영한 의문점들로 700페이지 가까이를 채우고 있는 헨리 제임스의 #보스턴사람들 .

영미문학사에서 인간심리묘사에 탁월함으로 유명한 헨리 제임스의 대표작을, 이번에 #아르테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헨리제임스 편과 같이 읽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세 남녀의 기이한 삼각관계를 격변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각자의 사회적 경제적 위치에 대하여 그리고 서로를 외모부터 속내까지 탐색하는 시선들까지 온통 문장들로 긴페이지를 채우고 있는데 아마도 클래식 클라우드와 같이 읽지 않았다면 ‘이렇게 까지?!’ 하면서 중간중간 지루했을 지도 모르겠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헨리 제임스를 통해 작가의 개인적인 성향을 자세히 알아가는 과정에서, 그의 글이 더 잘 이해되는 듯해서 생각보다도 깊은 독서를 할 수 있었다.

사람의 감정이란..... 그리고 모순됨은...


그리고, 이 소설은 ‘보스턴 결혼’(돌봄과 연대감, 로맨스가 가미된 두 여성 간의 관계)의 유래로도 잘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 보다보면 당시보다는 오히려 지금에 더 잘 맞는 내용들이여서 새롭게 읽혔다. 다른 유명 작품인 #여인의초상 도 연결되는 듯했고, 아울러 헨리 제임스의 페미니즘 적인 면면도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었던 시간이였다.

영미소설을 좋아한다면 피할 수 없는 작가, 헨리 제임스의 작품은 꼭 읽어보았으면 하고 권하고 싶고, 개인을 통한 시대반영, 심리묘사적인 측면에서도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_.. 올리브는 그 사람이 진심으로 결혼을 원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사람은 승낙할 것 같지 않은 상대면 거의 누구에게나 청혼하는 사람이라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 그러한 일화는 모으고 있는 것이라고._p265

_“버리나 태런트, 도대체 당신들 사이에 뭐가 있나요? 내가 뭐에 기댈 수 있나요? 뭘 믿을 수 있나요? 우리가 뉴욕으로 가기 전에 케임브리지에서 두 시간 동안이나 도대체 뭘 한 거죠?”_p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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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제임스 - 문명의 한복판에서 만난 코스모폴리탄 클래식 클라우드 32
김사과 지음 / arte(아르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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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클래식클라우드 시리즈를 오랜만에 읽었다. 이번에는 영문학의 중요 작가 중 하나인 헨리 제임스를 #김사과 작가가 만났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다루는 인물은 물론, 누가 글을 썼는가도 무척 신경을 쓰게 된다. 어떤 이가 풀어놓았냐에 따라 그 인물에 대한 관점도 달라지고 글의 성격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젊은 소설가가 만난 19세기 소설가는 감성 풍부한 소설 그 자체였다. #헨리제임스 의 주특기인 인간심리묘사를 그대로 적용한 듯해서 이야기에 이야기를 건너며 첨벙첨벙 젖어드는 기분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가 생애 대부분을 보냈다는 런던, 뉴욕, 보스턴, 파리, 베니스, 로마, 피렌체 ... 이 행적을 쫓으며 그의 작품들의 조각들을 가져오고 끝내 이방인 이였던 제국의 수도에서의 외로움, 그가 매료되었던 여성 캐릭터들의 배경들과 무덤까지, 김사과 작가와 함께 하면서 작품들에 대한 이해도도 더 높일 수 있었다. 특히 저자가 풀어주는 작품스토리들이 무척 재미있었다.


저자의 인물에 대한 감정이입이 어떤 클래식 클라우드 보다도 진해서 애틋함과 함께 더 공감하며 집중할 수 있었다. 그의 대표작, #보스턴사람들 도 같이 읽으면서 보았는데 어찌나 훌륭한 조합이던지! 내 머릿속 영문학사에 자리했던 헨리 제임스의 박제가 생명을 얻은 기분이다.



_그가 온 생애를 건 글쓰기를 통해서 갈망한 것은 안락한 소속감이 아닌 광기에 가까운 자유였다.
.... 제임스는 완벽하게 망명객의 삶을 살다 갔으며, 이후 그와 비슷한 삶을 살며 글을 쓴 미국인은 존재하지 않는다._p13


_리디아 이모라는 토끼에게 이끌려 모든 게 약간씩 미쳐 있는 이상한 세계로 들어와 버린 이사벨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다른 점이라면, 그녀는 토끼굴이 이상해 보이는 것에 그닥 당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뛰어난 상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_p43


_강인했던 어머니의 모습에서 기원한 제임스의 여성들을 향한 양가감정은 평생 지속되었다. 그는 누구보다 그들을 애정했지만 한편 그들이 가진 에너지에 흡수되거나 혹은 파괴될까봐 무서웠다._p126


_"마음껏 즐기세요.“ 나는 말해 주고 싶습니다. ”그것(문학)을 손에 넣고, 극한까지 탐험하세요. 드러내고, 한껏 기뻐하게요. 삶 전체가 당신의 것입니다._헨리 제임스의 ‘소설의 기교’ 중에서_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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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 클래식 잡학사전 1
정은주 지음 / 해더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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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해 보이는 예술가들의 숨은 이야기를 알아가는 재미는 봐도봐도 재미있다. 특히 음악계의 숨은 이야기는 미술쪽 보다는 덜 접해보았는데, 이번에 음악가들의 뒷담화를 원없이 볼 수 있었던 책을 만났다.

바로 #알아주는쓸모있는클래식잡학사전 , 정은주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가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풀어주면서 클래식 음악들과의 거리감을 좁혀주고 있었다.


청력문제로 힘들어 했었던 베토벤의 부검 소견서, 요리에 진심이였던 로시니의 레시피, 바흐 추종자들, 쇼핑과 리스트의 브로맨스 내용, 리스트의 사랑의 도피, 프랑스 지폐 모델이였던 드뷔시, 라벨의 고양이 사랑, 슈바이처와 아인슈타인의 음악사랑, 괴짜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 여성 지휘자들, 색으로 음악을 표현했던 칸딘스키, 등 인물들에 대한 내용들 뿐만 아니라,

악기와 연주자 관계, 바이올린에 대한 안내, 유구한 역사를 가진 유럽의 공연장들 소개, 클래식 음악회 박수 에티켓, 작품들에 관한 이야기들 등,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들까지 담고 있어서 정보전달 기능에도 충실한 책이였다.

흥미로운 스토리부터 음악상식 까지, 알아두면 아주 많이 쓸모있을 것 같은 클래식 잡학사전! 설령 이 분야에 많은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독서의 즐거움도 충분히 줄 거라 믿는다. 관심사라면 중간중간에 들어 있는 QR코드로 귀까지 즐겁게 집중할 수 있으니 적극 추천하고 싶다.


_칸딘스키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우왕좌왕한 세상과의 전쟁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이 전투를 통해 예술 작품은 새로운 세계라 불리는 것을 창조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마치 오케스트라가 무절제한 혼돈의 소리를 쏟아내다가 하나의 교향곡으로 완성되는 것과 같다고요. 작품을 만드는 것은 세상을 만드는 것과 같다는 그의 말, 참 멋지지 않나요!_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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