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그리기 - 석정현 부부 짧은 글 화집
석정현 지음 / 성안당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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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비록 서로 좋아하는 술과 안주의 종류가 약간 다르긴 하지만

내 가장 가까운 술친구는 역시 마누라다.

술잔을 두고 같은 관심사에 대해 아웅다웅 하는 재미도 있지만,

가장 좋은 점은, 꽐라가 돼도 집에 데려다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_p51

 

인생을 함께 하고 있는 한 사람에 대하여 호기심, 애정, 경이로움을 고스란히 느끼며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참 표현하기 힘들 것 같은 이 일을 #석정현 (석가 Stonehouse) 전문 그림꾼이 해냈다.

 

석정현 부부 짧은 글 화집, #마누라그리기 에는 소소한 에피소드나 찰나에 담긴 동반자를 짤막한 문장과 그림 한 컷으로 담겨져 있었다. 보는 이까지 이 매력적인 캐릭터에 궁금증이 생기게 하고, 인생을 함께 한다는 의미를 짚어보게도 하고 있었다. 간간히 보이는 그림에 대한 철학, 삶을 살아가는 법에 대한 깨달음은 깊은 감동도 있어서 기억에 많이 남는 글 화집이 되었다.

 

이 저자의 그림을 아직 모른다 하더라도, 좋은 친구 같은 #그림에세이 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_자고로 그림이란, 오래 두고 보고 싶은 대상이나 풍경을 그리는 일이다._p11

 

_마누라는 항상 많은 생각에 잠겨 있다.

마누라로, 엄마로, 딸로, 며느리로, 학생으로, 작가로, 여성으로...

나처럼 한 가지의 생각에만 꽂혀 사는 사람에겐 상상도 잘 안 되는 일이다.

그런 나를 바라보면 얼마나 부럽고도 답답할까 생각을 좀 해본다._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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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새랑 눈이 마주쳤다니까요
이이은 지음 / 보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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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새를 그리거나 만들 때 나름의 기준이 있다. 가장 첫 번째는 새의 얼굴을 정면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내가 새를 바라보듯, 새 역시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서로를 인식하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다. 새와 동등한 위치에서 관계를 맺고 싶다는 바람도 있고, 모든 관심과 애정은 인식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에 일부러 새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치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표현하려 한다._p41

 

새를 향한 마음이 고스란히 잘 전달되어 오는 이 문단은, 탐조를 즐기다가 탐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치치-칫을 만든 #이이은 의 에세이, #진짜새랑눈이마주쳤다니까요 에 들어있다.

 

알았다고요~” 혹은 신기해요, 이야기해주세요!” 하며 대답해주고 싶은 책제목에 일단 반했고, 신호등 속의 참새발견, 집 앞 작은 연못의 까만 점, 쇠물닭 관찰육아, 휑한 정수리가 걱정되었던 귀가 중에 만난 까치, 소리로 구분한다는 직박구리..등 생활 속에 스며든 새 사랑과 자연 생명에 대한 철학에 진심으로 공감되었다.

 

좋아하면 사랑하게 되고, 꾸준히 하게 되면 뭐라도 일을 저지르게 된다. 이렇게 시간이 쌓이다가 탐조 브랜드까지 만드는 과정은 돈이 되냐 아니냐만 따지는 경제논리를 넘어서서 감동적이었다. 무엇이냐를 넘어서 삶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대입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관찰일기에 관심이 가면서 탐조의 세계에 자꾸 눈이 가던 차에, 참 반가운 책이었고 자연을 알아가며 인정하는 시간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네 일상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던 내용이었다. 또한 흔히 보는 내 주변 새들의 생김새, 소리, 걷는 모습까지도 눈여겨보는 새로운 즐거움이 추가될 것 같다.

 

참 행복해지는 책이다.

 

 

_내 작업물을 접한 누군가가 길가의 작은 존재를 보며 너도 너만의 시간이 있겠구나.’ 하고 단 일 초라도 시선이 머무르게 된다면, 내 예민한 감각은 피곤하긴 해도 세상에 꽤 유용한 것이 된다. 이제 이 선명한 시력은 나를 외롭게만 하는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세상과 조금 더 섬세한 사랑을 나누고 싶은 사람들에게 내 시선을 빌려주는, 나만의 다정한 초대장이다._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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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각자 다른 세계를 산다 - 어원으로 찾아낸 감각의 생물학
박재용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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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의 학명을 보면 처음 발견한 사람부터 분류까지 라틴어가 참 복잡하고 어렵다. 그래서 일반인들에게는 접근하기 힘든데, 어원으로 학술명을 짚어주는 생물학 도서, #생명은각자다른세계를산다 를 만났다.

 

개인적으로 어원관련 내용을 무척 좋아해서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학술명에 대한 거부감을 씻어버릴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고양이의 학명 펠리스 실베스트리스 카투스(Felis silvestris catus)에서, 펠리스는 고대 라틴어로 고양이처럼 생긴 동물 전체를, 실베스트리스는 숲을 뜻하는 라틴어 실바(silva)‘~에 속하는이란 뜻의 어미 ‘-estris'의 합성어, 카투스(catus)는 고대 라틴어로 사람이 기르는 고양이로 영어 cat의 어원이기도 하다고 한다. 이렇듯 고양이와 이어서 나오는 개의 학명 어원을 읽는데 이미 재미있었다.

 

#박재용 저자는 학명의 어원을 설명해주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세포 발현부터 진화 까지, 생물학 전반적인 내용도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어서 훌륭한 과학서로 책을 완성하고 있었다.

 

인간은 따개비보다는 멍게와 더 가깝고, 느타리버섯은 느티나무 보다 인간에 가깝다. 영화 아바타에서 나무가 연결되는 것을 보며 떠올렸던 균체로 연결된 이들의 협력 네트워크는 이 책에서 어원과 함께 만나니 또 새롭고 여전히 경이로웠다. 그리고 생물의 성은 물론 슬픔/애도에 관한 내용도 있었는데 마치 에세이처럼 기억에 남는 챕터였다.

 

_실제로 애도의 핵심은 기억입니다. .... 뇌가 복잡하고 기억력이 뛰어난 동물일수록 더 복잡한 애도 행동을 보이는 이유입니다. 그런 면에서 애도의 또 다른 감정은 연민(compassion)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통(passion)을 함께(com) 느낀다는 뜻이지요. ‘함께를 뜻하는 접두사와 고통받다를 뜻하는 라틴어 pati에서 나온 말로, 타자의 고통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는 감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민은 공감(empathy)이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_p179

 

 

마지막 챕터 10장은 움벨트’, 어쩌면 이것을 말하기 위하여 앞에서 발생학적, 생태적, 어원 등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얼마전 RGB 색상체계는 지극히 인간이 보는 것 위주이고 다른 생물들은 전혀 다른 세계를 본다는 말이 생각나는 챕터였다. 바로 종에 따라 서로 다른 세계를 감각할 수 밖에 없고 다른 종이 어떤 세계를 감각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세계에 대한 더 큰 이해를 위한 중요한 단서라는 것.

 

생물학에서 움벨트(umwelt), 각자 감각을 통해서 세계를 이식하는데 그 인식의 감각의 조건에 따라 아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한다. 주위를 의미하는 독일어 움과 세계를 뜻하는 벨트가 합성된 말이라고 한다. 참 멋진 용어였다. 주관적이고 각 개체가 자신의 감각기관을 통해 경험으로 쌓은 각각의 고유세계라는 뜻한다.

 

모든 생물이 이런 움벨트를 가진 존재들이며 존중받고 이해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사랑하지 않을 생명체가 없다. 단순히 어원을 통한 생물학 도서로 시작했다가 인간과 다른 생물과의 연결을 발견하고 각자의 고유성을 알게 되어 인간만의 특별함 주장이 얼마나 오만한가를 깨닫게 하는 책이었다.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질문들이 남는 도서였다. #생물학, 인문학, 어원..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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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 벨로 2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43
솔 벨로 지음, 김현우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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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란 일종의 임시 거처이자 지친 영혼이 비바람을 피하는 가냘픈 오두막이다. 소설은 모든 인간에게 저마다의 다양한 삶이 존재함을, 그리고 단 하나의 삶만이 전부라는 생각 자체가 일종의 환상임을 말해준다.” #솔벨로 의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문 중에서

 

소설도 여러 장르가 있는데, 리얼리즘이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면서도 부정할 수 없는 이유는 그 안에서 우리의 내면 바닥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불편한 경험을 문학으로 제대로 만날 수 있었던 솔 벨로 중단편집 , 솔 벨로는, 뉴욕타임즈에서 포크너가 천둥이라면 벨로는 번개라는 극찬을 받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이다.

 

이 책은 #현대문학 #세계문학단편선 43번째 도서로 5편의 작품을 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챙기게 된 사촌들의 송사에 주인공의 피곤함이 글 밖으로 스며나왔던 사촌들’ - 시니컬한 현실주의가 잘 표현되어 좋았던 작품이었다-, 이 두 사람은 언제쯤 제대로 관계정리가 되나 싶었던 어떤 도둑질’- 사회적으로 제법 성공한 듯 보이는 여자임에도 상대방에게 끌려다니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듯한 느낌이 남는다 -,

 

홀로코스트 생존자 폰스타인에서 시작된 진실찾기가 흥미로워서 후다닥 읽었던 벨라로사 커넥션’, 말 그대로 나를 기억하게 해줄 것들은 무엇일까? -노인이 된 가 자식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 죽을 고비를 넘긴 렉슬러가 대학에 강연을 위해 가던 중에 고향 라신에 들렸다, 그가 만나는 이들과 그들과의 기억들은 그의 기형을 더 도드라지게 만드는 듯 느껴졌다.

 

지극히 현실적인 시니컬함이 밀려오다가도 문득 진실이 불투명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적나라한 묘사에 머릿속이 어지러워지기도 하는 독서였다. 저자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의 질문이 남을 수밖에 없는 작품들이었다.

 

불쑥불쑥 찾아오는 허세와 거짓말, 파멸에 이르는 인간, 인간 자체의 모순을 불편하게 풀어주고 있었지만 그런 와중에도 품위를 지키는 이들도 존재하고 있었다. 이 무게감이 오랜 시간 함께 할 것 같다. 추운 겨울밤에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_자연은 그 자체의 법칙 안에서는, 인간의 형태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는다. 우리보다 먼저 자연에 맡겨진 사람들의 몸은 먼지로 돌아간다. 우리의 몸은 지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완벽한 형태이다. 가시적인 세계는 생명이 떠날 때까지 우리를 지탱해주지만, 그다음엔 철저히 파괴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현태가 만들어진 세계가 어디에 있는 것인가?_p360 '나를 기억하게 해줄 것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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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피디의 펜 한 자루로 끝내는 뻔뻔한 드로잉
리피디(이승익) 지음 / 성안당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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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드로잉 으로 기록하기는 많은 사람들의 워너비 중 하나일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여서 종종 관련 드로잉북을 찾게 된다. 평소 SNS로 관심 있게 봐왔던 리피디 작가님의 펜드로잉북, #리피디의펜한자루로끝내는뻔뻔한드로잉 으로 펜그림을 그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기초적인 선연습부터 공간 입체적인 구성, 자연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법,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 사물들과 풍경 그리기, 등 꼼꼼하게 챙겨놓은 책이었다.

 

한옥 그리는 법, 생동감 있는 자연 표현, 색채를 살짝 넣은 멋스러운 펜드로잉, 그리기 어려운 사람의 몸을 도형으로 접근해서 그리는 법 까지, 비전공 초보자들도 잘 이해할 수 있게 자세한 설명과 그림이 있어서 누구나 하루 10분으로 충분히 원하는 펜드로잉을 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점이 이 책의 큰 추천포인트이다.

 

밋밋할 수 있는 매일의 삶에, 멋 하나 그으며 집중할 수 있는 근사한 시간을 선사해줄 수 있다면 이것 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 #리피디 가 안내해주는 드로잉 세계, 펜 한 자루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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