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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 - 어떻게 살 것인가 ㅣ Philos 시리즈 35
고쿠분 고이치로 지음, 김상운 옮김 / arte(아르테) / 2025년 1월
평점 :
_자본주의가 전면적으로 전개됨으로써 적어도 선진국 사람들은 부유해졌다. 그리고 한가함을 얻었다. 하지만 한가함을 얻은 사람들은 그 한가함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른다. 뭐가 즐거운지 모른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른다.
자본주의는 이 틈새를 파고든다. 문화산업은 기성의 즐거움, 산업에 유리한 즐거움을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예전에는 노동자의 노동력이 착취당한다는 말이 많았다. 지금은 오히려 노동자의 한가함이 착취당하고 있다._p27
이렇게 찔릴 수가! 쉬어야 하는 시간에 OTT 영상을 보며 도파민을 팡팡 터뜨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내가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시간뿐일까? #한가함과지루함의윤리학 의 저자 #고쿠분고이치로 는 산업사회가 만들어낸 각종 습관 만들기, 산업에 의해 미리 준비되어 인간에게 들이밀고 있는 많은 것들이, 칸트가 당연하게 여겼던 #인간의주체성 을 더 이상 당연시 하지 않게 만들었다는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말을 빌어서 서론을 열고 있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 취미라는 것을 떠올리게 되는 것, 그리고 뭔가 기분 전환을 위해서 열중할 수 있는 것을 탐닉하고 그래야만 정말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파스칼의 설명은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을 손에 넣기만 하면 행복해 질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자기 자신에게 속임수를 써야... 한다”로 귀결됨을 재차 강조하고 있었다.
사냥을 하는 이유가 이미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분 전환으로 즐기기를 원하는 것이며, 새로운 기기모델이 나오면 교체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그것도 모델 자체를 보는 게 아니라 지루함을 달래고 기분 전환을 하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이라는 핵심 내용들은 나에게도 스며들어있는 많은 학습 내용들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만들었다.
많은 자기 계발서를 통해서도 우리는 우리자신을 가만히 두지를 못한다.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을 지루함과 기분 전환, 산업 시스템에 의한 학습, 공허함을 그 자체로, 인간 그 자체로 가만히 두지 못하는 관점에서 생각해보니 철학의 깊은 세계로 빠져서 세상을 보게 만드는 듯 하는 내용이였다.
특히 6장의 ‘한가함과 지루함의 인간학’ 파트에서 만난 하이데거의 지루함 타당성 분석과 생물학자 윅스퀼의 둘레세계를 통한 동물과 인간의 해석이 인상 깊었다.
저자는, 파스칼, 루소, 키에르케고르, 마르크스, 한나 아렌트, 들뢰즈, 스벤젠 등 많은 사상철학가들이 다룬 지루함을 다루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 의 구체적인 방향성을 찾기를 원하고 조언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듯 했다. 이 책을 통해 한가함과 지루함을 각자의 새로운 관점으로 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아무것도 끼어들지 않은 일상적인 즐거움을 더 누릴 수 있게, 동물되기의 일상성을 즐기되 생각하는 것으로 이어져 받아들이고 기다릴 줄 아는... 그래서 지루함과 한가함을 만끽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어렵게 느껴지는 제목에 비해 흥미롭게 페이지가 잘 넘어가는 책이였고, 사회나 타인, 분위기에 강요받는 활동이나 생각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심지어 내가 즐긴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혹시 한가함에 죄책감을 느끼도록 이미 학습된 것은 아닌가? 질문하며 죄책감의 실체를 어렴풋이 알게 된 시간이기도 하였다. 지루함과 한가함을 잘 즐길 수 있기를, 모두가 한가해질 수 있고 모두에게 한가함이 허용되는 사회가 오기를 소망한다.
_.... 지루함과 마주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 인간은 아마도 자신이 아닌 타인과 관련된 일을 사고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어떻게 하면 모두가 한가해질 수 있는지, 모두에게 한가함을 허용하는 사회가 도래할 수 있을지 하는 물음이다._p434
_습관을 만들지 않으면 살 수 없지만, 그 안에서는 반드시 지루해한다. 그래서 그 지루함을 어떻게든 모면할 수 있는 기분 전환을 행한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지루함과 기분 전환이 독특한 방식으로 얽히고 설킨 삶을 살도록 강제되었다고 말하고 싶어진다._p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