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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필
요한 하리 지음, 이지연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2월
평점 :
_공장에 들어간 블라이드먼은 우리가 먹는 음식이 생산되는 곳이 실제로는 전혀 주방처럼 생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마어마한 양의 화학물질이 기계에서 쏟아져 나와 금속관을 지난 다음 거대한 통으로 들어간다. 이들 공장 책임자는 ‘요리’라는 단어를 일절 쓰지 않았다. 그들은 본인이 하는 일을 식품 ‘제조’라고 불렀고 블라이드먼이 보기에도 ‘제조’가 맞았다._p77
‘인류는 왜 단기간 내에 이렇게 심하게 뚱뚱하게 되었을까? 비만이 이렇게나 가깝게 오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을 #요한하리 에게 품게 만든 기적의 비만 치료제 #매직필 있다. 비만은 건강시장의 주요 타겟중 하나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때로는 유행처럼, 때로는 ‘획기적인’, ‘기적’ 이라는 광고와 함께 기록을 누적해가는 중이다.
하지만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사라지기를 여러 번, 이번에 이 책에서 담긴 기적의 비만 치료제 또한 그 위험성이 검증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배가 부르다고 알려주는 장 호르몬 GLP-1의 인위적인 복제 물질에서 시작하여,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이 호르몬이 뇌에서도 만들고 처리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렇게 보상중추, 식욕 중추, 항상성 중추까지 다 도달한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지금 기적의 비만 치료제로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 물질의 자세한 작용 기전 및 대상자들에 따른 적용에 대하여 설명하면서, 심각한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음을 함께 말해주고 있었다. 저자는 그러면서 우리는 왜 이런 약까지 필요하게 되었을까? 내지는 어떻게 이렇게 비만이 많아졌는가? 그리고 먹는 것이 주는 보상작용을 심리학적인 측면에서도 잘 다뤄주고 있었다. 특히 어려서 성폭행을 당한 후에 이성의 관심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뚱뚱함을 무의식적으로 선택하게 된 사례들은 생각지 못한 내용이여서 충격이였다. 이 또한 사회문화적인 문제로 들어가는 것이리라.
중독과 재발방지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고 값이 비싸서 중국제 짝퉁으로 내몰리고 있는 사용자들을 통해서 본 선입견들, 팻프라이드 운동... 당장 간편한 패스트푸드가 일반화 되어있는 서구식-미국- 식단 등을 통해본 어렸을 때 형성되는 음식에 대한 감정들, 파괴적인 거식증으로 갈 수 있는 이 신약의 일반화, 등 다방면으로 살펴보는 비만 치료제에 대한 내용은 어느 것 하나 긴밀하게 연결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꼭 살이 찐 것이 건강에 해로운 것일까? 연구에 따르면 과체중인 경우가 정상체중보다도 수명이나 컨디션이 좋다고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지금 우리 머릿속의 미에 대한 수정은 물론,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의 기준을 잘 살펴봐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비만인 사람들을 무조건 게으르고 나태해서라고 무조건 비난만 해야 하는 것일까? 에 대한 균형 잡힌 관점을 배울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훌륭한 점이였다.
우리가 먹는 음식들, 2차 가공된 형태의 실체, 왜 먹어도 먹어도 계속 먹고 싶은지 가짜 배고픔의 근본적인 해결법 등이 이 모든 의문의 해결점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 잘된 예로 일본의 식습관, 생활습관에 관한 교육과 가정과 교육기관의 노력에 대한 설명과 느낀 점 등이 책의 마무리를 채우고 있었는데 느끼는 바가 컸다. 우리나라도 건강한 전통식단을 가지고 있는 국가인데, 과식, 서구식 식습관, 가공식품발달 등으로 많이 망가지고 있는 점이 무척 아쉬웠다. 특히 개인적으로 최근 잘못된 식습관, 생활습관,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되어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내용의 도서였다.
단순히 비만에 대한 내용을 넘어,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건강을 넘어, 사회문화적인 분위기와 정책, 우리의 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아주 잘 알 수 있었던 시간이였다. 모두에게 강추하고픈 도서이다.
_백 살이 다 된 여성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을 보면서 나는 울컥했다. 내가 여기까지 온 게 바로 ‘이것’을 보려고 그랬구나. 건강을 제대로 챙긴다면, 올바르게 먹는 법을 배운다면, 비만을 이겨낸다면, 무릎과 심장과 췌장을 망치지만 않는다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내 할머니와 해나를 비롯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비만 때문에 너무 일찍 사그라졌다._p355
_우리 앞에는 두 가지 임무가 놓여 있다. 내 몸이 어떻든 내 몸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최대한 내 몸이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건강한 몸을 만드는 법도 배워야 한다. 둘은 충돌하지 않는다. 둘 다 자기애의 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보비는 “양자택일을 할 필요가 없다. 둘은 언제나 한께 갈 수 있다고”고 믿는다._p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