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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지구라는 놀라운 행성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아이작 유엔 지음, 성소희 옮김 / 알레 / 2025년 5월
평점 :
_붕어는 산소가 없는 물을 헤엄쳐서 지나갈 때 잠시 눈이 멀기도 한다. 민털두더지뒤는 보통 식물과 관련된 과당 공급 대사를 이용해서 산소 없이 18분을 버틸 수 있다. 벌새는 방금 먹은 꿀을 곧장 연료로 써서 공중에 떠 있는다._p47
"재밌다 재미있다!..“ 이 말만으로도 부족한 이 책, #지구를여행하는히치하이커를위한안내서 , 익숙한 ‘은하수를 여행하는~’ 이 떠올라서 처음 제목을 들을 때부터 낯설지 않았다. 헌데 내용은? 이거이거 평범하지 않다.
제목에서 추론할 수 있는 것처럼 지구상에 사는 생물들을 소개해주는 과학책이다. 보통 이런 류라고 하면 인간의 관점에서 생물들을 연구하고 판단하는 문장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헌데 이 책은 그냥 인간도 지구상의 한 존재일 뿐, 각 생물들만의 시선들로 가득했다.
저자는 7개의 챕터, 소리, 장면, 접촉, 교류, 압박, 회복, 존속을 통해 자연을 읽는 새로운 감각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고 있었다. 고막이 없어서 자기가 직접 고음으로 우는 소리마저 듣지 못한다는 호박맹꽁이 -동족조차 듣지 못하는 소리를 왜 내는지는 아직도 파충류학자들의 고민이라고 한다-, 다양한 가능성이 가득하다는 사과 씨앗 속 유전정보,
나무에 매달려 사는 생활방식이 얼마나 멋진 것인지에 대하여 나무늘보에게 듣는 이야기, 인간의 지문과 아주 유사하다는 코알라의 지문 무늬, 인간이 가죽과 지방을 얻기위해서 행한 대왕고래의 무차별 처리로 이제는 만나기 힘들어졌다는 마음 아픈 역사, 어떻게 찌르레기 떼는 새끼리 충돌하는 일 없이 안전하게 날 수 있는가에대한 그들 뇌에 새겨진 3가지 규칙 - 저자는 이 규칙들을 우리가 스포츠 경기장 등에서 군중 한가운데에 끼었거나 드론의 충돌 방지 시스템을 개선하는 업무에도 활용해봐라고 말해준다-,
재미로 입과 분수공으로 네 가지 유형의 거품을 불어서 날리는 흰고래, 회사의 비효율적 경영으로 설명해주는 관해파리 군체 이야기, 이어지는 ‘판도’ 라는 이름의 사시나무 군락, ...
그리고 마지막 챕터에서는 독자에게 ‘마음대로 동물을 만들어보세요’ 라고 제안하고 있다. 각단계별로 동물을 만드는데 필요한 특징들을 고를 수 있도록 설명해 주면서 각 부위들의 역할, 특징 등을 비인간 생명의 입장에서 말해주고 있었다.
이렇게 읽다보면, 어떤 판타지 소설을 읽는 듯도 했고, 인류가 자연의 멸종이나 동식물학대를 해 온 행태에 대한 고발 같기도 하고, 방대한 생물 교과서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유머러스하고 일반적인 관점이 아니여서 재미있었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의 큰 장점일 것 같다. 그러면서 부드럽게 함께 감응하게 만든다 -말미의 ‘앞서 언급했고 대부분 생명체인 대상에 관한 간단한 생각’ 챕터에서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 정점에 다다른다-.
독특한 이 #과학책 , 지구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로서 적극 추천하고 싶다. 우리는 모두 이런 여행자 아닌가!
_... 불행하게도 북부흰코뿔소는 얼굴에 달린 뿔 때문에 받지 말았어야 할 관심을 끌고 말았다. 주둥이의 케라틴 덩어리 두 개가 밀렵꾼이 탐매는 대상이자 코뿔소가 비참해지는 원천이 되리라고 누가 예상했을까?_p38
_빠르게 팽창하는 우리 집에 이웃의 창고를 붙이면 되는데 왜 철물점에 가서 돈을 주고 목재를 사야 할까? 운반달팽이는 자라면서 껍데기에 온갖 것을 갖다 붙인다._p103
_심장은 존재의 리듬이 생겨나는 본질이다. 이 행성, 이 바윗덩이 위의 치열한 삶을 이루는 일이 맥동하는 본질이며, 일정한 박동을 30억 년 넘게 만들어지고 있는 선율 한 가락으로 바꾸어 나가는 커다란 모험이다. 이 선율은 더 오래된 공동체, 불가사의가 깃든 온 우주의 연합을 배경 삼아 연주된다._p240
_아노말로카리스: 처음에는 해파리로, 그다음에는 고대 해삼의 친척으로 분류되었다. 이제는 ‘이상한 새우’라는 뜻의 이름이 붙었다. 고생물학계는 최선을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