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노래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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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개울에서 똥물을 씻어내며 두자는 몸을 벌벌 떨었다. 그저 살았을 뿐인데 흔한 욕심 한번 못 부리고 하루하루를 평생처럼 살아냈을 뿐인데, 잊을 만하면 닥쳐오는 욕지기 솟는 불행들. 똥물보다 더 더러운 말들. 사람들. 감정들. 지긋지긋한 인생. 차디찬 개울물에 코를 박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면서 죽자, 죽자고 두자는 생각했다._p149

 

여자로 태어난 것이 참 얄궂다.... 인생이 참 그렇다... #최진영 장편소설 #끝나지않는노래 를 읽으며 계속 맴돌았던 생각이다.

 

두자, 수선과 봉선, 은하로 이어지는 100년, 여성 3대의 서사가 날것 그대로 담겨져 있었다. 그냥 태어났을 뿐인데 시대가 바뀌어도 이들의 고통은 반복되고 있었다. 자신도 여성이면서 딸들에게는 더 혹독한 엄마들이 진정 사랑한 것은 무엇일까?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3대를 거쳐서 비슷한 상황들이 되풀이 되고, 주인공들은 각성하고, 그러면서도 세상을, 남자를 원망하면서도 다시 믿어보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세대를 대변하는 인물들을 통해 아주 섬세하게 그려져 있었는데, 장황한 심리묘사가 아니라 현실적인 대사와 행동으로 무척 잘 풀어주고 있어서 주인공들이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방대한 역사도 아주 잘 담아내고 있어서 소설의 깊이와 가능성을 더 넓혀주고 있음이 놀라웠다.

 

<끝나지 않는 노래>를 읽어가면서 깨닫게 되는 점은, 이들이 바로 지금 우리라는 것이다. 이어받은 고통을 풀어내야 하는 것은 바로 우리라는 것이다. 그 지혜는 다행히 책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찾은 지혜는, 끝날 것 같지 않는 노래는 되풀이 되지만, 해결되지 못할 지도 모르지만, 때로는 묵묵히 받아들이고... 하지만 서로를 감싸 안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으로 그리운 사람과 기억을 간직하면서 말이다....

 

_나는 엄마 따위 절대 안 해. 자식새끼 있어 뭐 해. 그딴 거 있어봤자 고생밖에 더 해? 이러나저러나 듣는 건 원망뿐이지..... 에이씨. 지랄맞게 보고 싶네. 엄마, 수선이, 우리 엄마._p249

 

 

최진영 작품세계의 원형으로 해석되는 <끝나지 않는 노래>,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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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치스와 골드문트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40
헤르만 헤세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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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MBTI는 무엇인가요?

별자리는요? ....

 

재미로 한다지만 이런 질문들에는 ‘나’는 누구인가,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하는 궁금증이 들어있습니다.

 

저는 이런 궁금증의 시작이 10대 때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우연히 접하게 된 데미안으로 알게 된 #헤르만헤세 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는 인간의 내면과 성장, 철학 등을 평생 다뤘었기 때문입니다.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도, 그의 책들을 다 찾아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 중 #나르치스와골드문트 를 수십 년 지난 지금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어렴풋이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어렸을 때는 정신과 사유를 대표하고 뭔가 깔끔하고 깊이 있어보이는 나르치스에게 끌렸던 것 같아요. 왠지 이것이 더 맞아보였기 때문이었겠죠.

 

하지만 이번에 읽었을 때는,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골드문트에게 더 집중했습니다. 그의 삶이 우리네 그것과 닮아서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고, 몸과 마음으로 직접 겪은 경험들은 결국 예술로 귀결되는 것도 무척이나 공감이 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시간 속에서 그만큼 성숙된 제 자신을 느낄 수 있었던 독서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감성, 감각과 사랑, 예술, 자연으로 해석되는 골드문트와 이성과 정신, 사유로 말해지는 나르치스가 정말 다른 존재일까요? 인간 안에는 이것들이 함께 존재하고 있을 겁니다. 가능성에 대한 문제인거죠... 바로 이 점이 헤르만 헤세 문학을 깊이 있게 만들어주는 철학적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가능성을 선택하는 지는 개개인의 몫이겠지만, 꼭 한 가지일 필요는 없을 겁니다. 혼재되어 있되 질서와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것이 삶이고, 그렇게 인생이 성숙해 지며,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겠지요....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골드문트의 마지막을 보며 여운 깊은 감동이 남는 것을 보니, 역시 고전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만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이제 자주 봐야겠습니다.

 

[기억에 남는 문장]

_그러나 골드문트와 같은 삶을 산다는 것은 어쩌면 유치하고 더 인간적인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속세를 떠나 손을 씻고 깨끗한 생활을 하며 조화에 가득 찬 아름다운 사상의 정원을 설계하고 안전한 꽃밭 사이를 몸에 티끌 하나 묻히지 않고 거니는 대신에 무자비한 격류와 혼미 속에 몸을 던져 죄를 저지르고 그 쓰디쓴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결국 좀 더 용감하고 좀 더 위대한 삶은 아닐까.

 

헐어서 너덜너덜해진 신발을 신고 숲속이나 시골길을 헤매기도 하고, 햇볕을 쬐고 비를 맞고 굶주리며 궁핍을 견디고, 관능의 향락에 놀아나다 그 대가로 고통을 겪으며 살아간다는 것은 좀 더 힘들고 용기가 필요하고 희생이 따르는 고귀한 삶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골드문트는 나르치스에게 보여주었다._p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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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의자 - 나무와 사람이 함께 만든 자리, 어느 목수의 작업실 ㅣ 유유자적 3
이경찬 지음 / 크루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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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를 진심으로 즐기는 사람들의 다채로운 취미 인생 이야기를 소개하는 유유자적 시리즈에서 세 번째로 #나무의자 가 나왔습니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체어메이킹의 세계에 들어간 #이경찬 저자는 세계 각국의 목공방을 돌아다니면서 경지에 이른 목수들/체어메이커스들을 만나보았습니다. 그 곳에서 느낀 바, 경험, 그들의 나무와 생명에 대한 신조 등을 배우고 깨닫는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요. 이런 시간들이 사진으로 책 속에 함께 들어있어서 훨씬 풍부한 독서를 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의자의 역사 시작점의 서양 근대부터 우리나라 좌식문화, 생목과 건목의 차이점에 따른 고려요소, 의자 형태의 변천과 특징들, 의자를 만드는 나무 등 전문적인 내용까지 알아가는 지적, 미학적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얼마 전 다른 책에서 ‘의자’의 기원은 쉼보다는 지위를 표시하는 도구였다는 내용을 접했었는데요, <나무 의자>에 있는 의자들은 이미 쉼으로 우리와 함께 하고 있는, 하나의 공간으로서의 ‘나무 의자’를 온전히 만날 수 있었습니다. 소재가 나무라서 그런가? 읽고 보는 내내 참 편안했어요.

 

개인적으로는, 그린우드워킹을 진행해 온 영국의 체어메이커, 마이크 애버트의 나무결을 따른 작업을 소중히 하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태도가,

 

저자가 가장 많은 영감을 받았다는 커티스 뷰캐넌의 더불어 사는 삶, 가능한 많은 사람이 경제적 문제로 목공과 멀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진행하는 행보들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나무 의자를 만드는 일은, 하나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한 없이 따뜻한 존중이 느껴지던 이 책은 길 가의 가로수 하나의 이름도 기억하게 만들었습니다. 저자, 자신도 나무를 깎아서 의자를 만들기 전에는 나무의 삶과 일상에 대한 지식이나 관심은 전무했었다고 고백하고 있지요.

 

이 책을 읽으며 체어메이커라는 생소한 직업(?)을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평범한 한 사람이 잘 몰랐던 세계에 빠져들어 깊어지는 과정, 그리고 흔하디흔한 가구 중 하나인 ‘의자’를 시간을 머금은 공간으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일상 공간속의 것들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이렇듯 깊고 비범해지는 것 같습니다.

 

_... 전통적인 방식으로 핸드메이드 의자를 만드는 작업자로서 그동안 의자를 만들면서 경험하고 깨달은 핵심은 반대로 불완전함이다. 그런데 얼핏 듣기에 ‘불완전함’은 마치 오류나 불량의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나는 ‘불완전함의 아름다움’이라는 표현을 여러 체어메이커에게 들었고 완전히 공감한다.

.....

흙과 나무 등 자연 재료는 매번 조금씩 다르고 사람은 매일의 감각과 상태가 다르다. 자연스럽게 매번 다르게 만들어지는 공예품들은 그런 차이를 포용하면서 완성되고, 그 차이로 특별해진다. 핸드메이드 의자도 마찬가지다._p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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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의 가장자리 - 부서진 유년의 파편에서 출현한 신경과학자 이야기
데이비드 수실로 지음, 이충호 옮김 / 북하우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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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극심한 두려움을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인생을 제대로 살았다고 할 수 없죠.”_p373

 

소위 사회적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이들의 살아온 인생을 담은 매체를 접하다보면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어 하는 흐름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지만, 상상도 안되는 여정을 해 온 인물들도 있습니다.

 

#카오스의가장자리 의 주인공, #데이비드수실로 는 후자에 속했습니다.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어 스탠퍼드대학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약물 중독 부모에게서 태어나 방임되고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가 보육원을 전전하는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책은 이 시기를 회고하듯 써놓았는데 그 나이에는 더 힘들 수밖에 없었을 몰아치는 사건들에, 읽는 저까지 숨이 차 올랐습니다. 이 숨참에 헐떡 거리다보면 어느새 저자는 신경과학적인 내용, 과학사, 자연현상 등이 어떻게 우리네 인생과 연결지을 수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는데요, 저는 이런 면이 참 좋았습니다. 단순한 과거기록을 넘어, 당시를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 과정을 지나 지금 도달해있는 지점까지 연결이 되는 듯해서입니다.

 

 

그럼 데이비드 수실로의 삶을 함께 보고나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 책의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흔히 지금의 결과를 환경탓을 하기 쉬운데요, 제 생각에는 암울한 환경에서도 인간은 어떻게 빛을 만들어 내는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것 같아요. 빛이란 미래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일 텐데요. 이것은 수많은 우연과 만남, 포기하지 않음과 꺼지지 않는 호기심을 놓지 않음에서 비롯되는 듯합니다. 마치 복잡한 의식과 뇌작용이 단순한 신경세포들 간의 상호작용에서 시작이 되는 것처럼요. 그래서 아래 문단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_뇌는 의심의 여지 없이 인류가 알고 있는 것 중 가장 복잡한 물질이다. ...... 모든 행동, 모든 꿈, 의식의 모든 미묘한 차이는 다양한 패턴으로 일어나는 신경세포의 전기적 활동에서 생겨난다. 우리의 과거를 이루는 노래들, 즉 우리 인생이라는 영화의 달콤씁쓸한 배경음악조차도 시냅스에 저장된 단순한 패턴에 불과하다.

....

 

우리가 숲을 보지 못하는 이유는 늘 나무껍질 연구를 선호하기 때문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신경과학자가 뇌의 ‘작용’ 원리를 해부하려는 욕망은 헛된 노력일지도 모른다. 마치 <미즈 팩맨>의 소스 코드 한 줄 한 줄을 분석해 왜 그 게임이 여러 세대 게이머들에게 사랑받는지를 이해하려는 것처럼 말이다._p275

 

같은 유년시절을 보냈던 누이와는 아주 다른 삶으로 흐르게 된 저자의 차이점을 깨닫게 되는 순간, 아주 작은 차이로 시작해도 결국에는 결과의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카오스’ 현상을 이해하게 되었던 독서였습니다. 자기 색깔 확실한 책이었고 왜 ‘나’를 향한 질문을 계속해야 하는 지를 되새겨주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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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만나는 366일 - 하루 한 송이, 오늘의 꽃 이야기
모리노 오토 지음, 이겨울 옮김, 고요미세이카쓰 외 감수 / 모스그린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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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같이 예쁜 이 책, #꽃으로만나는366일 이 

집에 있으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


제가 경험에 의하면, 일단 아름다운 꽃 사진이 가득한 책 한 권이 생기는 겁니다. 


이것만으로도 부자가 된 것 같더라구요.


사진들뿐만 아니라 각 꽃들에 대한 생물학적 인문학적인 내용들도 함께여서 

자연에 관한 상식이 마구마구 쌓입니다.


또한 날짜 별로 “어떤 꽃이 오늘에 있을까?” 하며 펼쳐보는 소소한 재미를 매일 맛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펜이든 색연필이든 물감이든...  꽃 사진을 보며 그림 그리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답니다.


이 책 한 권으로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이 엄청 났습니다.


역시 꽃이 좋아요~~ 알고 있어도, 처음 보는 신기함도, 뜻밖의 발견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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