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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대의 소년
카를 올스베르크 지음, 장혜경 옮김 / 모스그린 / 2025년 11월
평점 :
_누구의 생명이건 언젠가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다. 다만 나는 그 골목의 끝을 이미 볼 수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오래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 많은 것이 절약된다._p10
어린 나이에 루게릭병 진단을 받는 마누엘은 시니컬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듯하지만 나날이 지식이 높아지는 마빈의 인공지능을 테스트하는 것이 재미있다. 때론 죽음 등의 철학적인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마누엘의 누나 율리아는 마누엘과 마빈이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루게릭병에 걸린 남동생이 못내 측은하다. 만약 이 병에 안걸렸다면 마누엘은 대단한 학자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마지막 희망을 품고, 마누엘이 언급한 헤닝 야스퍼스가 개발한 제품을 부모님에게 말하게 되고 마누엘은 야스퍼스의 기계로 몸을 조절할 수 있음을 경험한다.
마침내 마누엘의 뇌를 스캔해서 생각, 기억, 감정을 가지게 되는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 마인드 업로드를 진행하게 되면 기존의 마누엘은 죽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현재로서는 뇌를 파괴하지 않고도 완벽하게 스캔할 방법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성에 대해서는 언급이 사전언급이 없었기 때문에 율리아는 분노하게 되는데, 당사자인 마누엘은 헤닝 야스퍼스가 자신을 이용하는 것이 뻔함을 잘 알 수 있었지만 이렇게 죽음만 기다리느니 시도를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두뇌 스캔이 성공한다면 자신이 화성에 갈지도 모른다고 상상하면서.....
마인드 업로드/ 마누엘의 죽음(?)은 실험 전부터 SNS에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실험은 공개적인 테스트가 될 예정이다....
마누엘의 실험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에 검진을 받으러 가는 중에 납치를 당하게 된다...
이들은 누구인가? 왜 마누엘을 납치했을까?
안나 수녀? 주교님?....
최근 몇 년 사이에 다양한 #SF소설 이 나오고 있는데, 모두 곧 실현될 가능성들이 있게 느껴진다. 이 책 #무한대의소년 에서도 신체의 장애를 가진 이의 뇌를 스캔해서 기억 등 정신적인 요소들을 생존시키는 기술이 나온다. 미래세계를 염두에 둘 때, 인공지능의 발달을 고려할 때, 꾸준히 다뤄져 왔었던 내용이였지만, #카를올스베르크 의 소설 속에서는 기술의 가능 여부를 떠나 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고민, 정의 등이 담겨있었다.
야스퍼스는 진실을 말했는가? 의 스릴러 적인 추적과 더불어, 죽음이 정해져 있는 주인공의 존재성을 자신과 타자의 시선으로 다가가는 화법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일련의 사건들에 함께 참여하도록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래서 몰입감 있게 집중할 수 있었다.
스릴러와 #독일문학 특유의 철학적 질문을 같이 찾아갈 수 있었던 독특한 시간이였다.
생각보다 꽤 묵직했던 이 이야기..... 마누엘은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마누엘.. 혹은 그의 가족이였다면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결론이 무엇이든 주인공의 해방을 응원한다.
_“그... 화성 이야기는 진심인가요?” 내가 물었다. “제가 정말로.... 화성 기지로 갈 수 있나요?”
“물론이지. 네 정신을 내년에 출발할 자율주행 우주선 컴퓨터 시스템에 업로드할 수 있어. 유인 우주선이 출발하기 전에 말이야. 그럼 너는 다른 행성에 간 최초의 인간이 될 거야. 앨런 머스크하고도 의논을 할거야. 분명 우리 아이디어에 탄복할걸.”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화성이라니! 내가 꿈꾸던 그 어떤 것보다 화성이 좋았다._p111
_"생각해 봐. 현재는 존재할 수가 없어. 우리가 하는 모든 생각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순간에 이미 생각을 했으니깐 과거인 거야. 그리고 현재가 없다면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우리의 모든 관념은 의미를 잃게 되겠지. 책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 실제로 그 책은 전부 다 이미 쓰였고 모든 문장은 동시에 존재하지.“_p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