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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이후의 현대 미술
켈리 그로비에 지음, 주은정 옮김 / 시공아트 / 2026년 9월
평점 :
어렵다어렵다 하는 #현대미술 , 하지만 전시회 소식을 풍부하고 가보고 싶고 알고 싶고 그렇습니다. 많은 해설서, 안내서, 영상들이 있는데요. #켈리그로비에 의 #1989년이후의현대미술 을 통해서는 편식 없이 고루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모두 창조적인 시대의 가장 격정적인 정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정했음’을 서문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해체되며 냉전 시대가 막을 내리고 이후, 세계는 각종 국지전부터 기술발달경쟁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이 흐름과 함께 예술계도 시대상을 반영하며 변화해온 모습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다양하게 확장되고 상업적이고 복잡하게 된 듯 해보였습니다.
현대미술을 9개 주제로 묶어서 구성되어 있었는데, 데미언 허스트, 뱅크시, 등 대중에게도 많이 알려진 작가들부터 헤더 필립스, 바티 커, 세라 루커스 등등 폭넓게 작가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5장, 살을 붙이다: 신체와 동시대 미술’에서는 자신의 신체를 캔버스로 왜곡, 분해해서 옮긴 작업들이, 불확정성이 인상 깊었던 6장의 뤽 튀망의 <빅 브라더>, 9장의 ‘언어를 활용하는 예술’파트의 작업들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예술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한 시대, 한 사람의 세계를 만나는 일입니다. 그러면서 ‘내 자신’을 발견하고 시대를 읽을 수 있는 등....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더 잘 알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냥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들의 작업과정 및 배경 등을 자세히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현대 미술, 우리 시대를 읽어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이 책, 추천해요. (책 마지막장의 연대기를 먼저 보고 본문 읽으면 이해하는데 도움 됩니다.)
_... 질리언 카네기는 1998년에 시작한 연작 ‘엉덩이 그림’에서 시선이 구제받을 수 없는 죄를 범하게 만든다. 예술가 자신의 엉덩이를 클로즈업한 것이 특징인 이 연작에서, 카네기는 신체의 과도하게 성적인 측면에 색과 질감의 순순하게 객관적인 특성을 더하기 위해서 신체를 추상화될 수 있는 단위로 분해했다. 그녀는 의도적으로 배치한 카메라나 어색한 각도로 정렬한 거울이 아니라면 결코 볼 수 없는 자신의 신체 면모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그녀는 거리감을 가지고 가능한 한 감정적으로 단절된 상태에서 (프랑스의 사실주의부터 포토리얼리즘에 이르기까지) 미술사의 다양한 사실주의를 실험하며 자신의 신체를 묘사한 초상화를 제작했다._p111
_그레이가 작품에 두른 아주 얇은 천은, 현혹될 만큼 훌륭하게 깍아 만든 주름으로 우리를 매료하는 동시에 관람자의 신체와 대상의 신체 사이에 장막을 드리움으로써 둘 사이의 거리감을 강조한다._p117
_예술과 관계를 맺으며 침투하는 것은 영국의 비디오 아티스트 헤더 필립슨의 작품에서도 작동한다. 필립슨의 2013년 설치 작품 <즉각적으로 그리고 단시간 동안 풍선들 부기들 너무 딱 붙는 옷 온갖 종류의 걱정들>은 앞선 리스트의 전시처럼 플러시 천으로 만든 자궁 내부로 안내한다. 관람자는 내부를 해부학상의 관처럼 생긴 기관과 생식기의 깊숙한 곳과 비교하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쓴다._p122
_[바티 커의 ‘전령’]: 힌두교의 여신 다키니를 등신대보다 큰 크기로 구현한다.(다키니는 ‘공간을 움직이는 여성’을 의미한다.) .... 여성을 날렵하면서도 에로틱하고 우아하면서도 강인하게 묘사한 커의 고무적인 해석은 실제와 상상의 경계에 서 있으며 다가올 신나는 세상의 전령처럼 우리 앞에 어렴풋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_p128
_당황스러움을 안겨 주는 뤽 튀망의 2008년작 <빅 브라더>는 어느 실내를 묘사한 작품으로 튀망의 충격적인 접근법을 대표한다. .... 이 작품의 불명확한 초점은 시신 또는 정치적 박해를 받은 희생자들의 웅크린 몸처럼 보이는 불룩한 이불 더미를 보여줌으로써 대중오락의 장면을 덜 건강한 장면으로 변형시킨다._p145
_<아이소 폰>의 사용자는 대화하는 동안 무중력 상태에서 물속을 돌아다닐 수 있다. 이 초현대적인 헬멧은 제대로 착용하면 집중을 방해하는 외부의 감각적 요인들을 모두 차단한다. 체온에 가까운 온도의 물에 떠 있는 사용자들의 의식은 곧 상대방의 육체에서 분리된 목소리와 하나가 된다. 과학기술은 발명품을 늘 존재했던 것처럼 우리의 삶 안에 매끄럽게 통합시킴으로써 점점 더 과학을 발명 뒤에 감추려고 한다._p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