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이라는 이유 - 혐오와 차별의 정치학
정회옥 지음 / 후마니타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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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서구 중심주의와 인종주의, 오리엔탈리즘(서양의 관점에서 보는 동양으로 주로 편견이나 고정관념)의 역사를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서술한 책이다. 내용도 재미있고 유익했지만, 당시 발행된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여러 삽화들은 그 편견과 혐오의 뿌리가 얼마나 단단한지를 드러내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복잡한 혐오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제일 중요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저자가 먼저 강조한 것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우리는 모두 차별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한 걸음을 뗄 수 있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아니 동물인 이상 차별 행동은 필수적 생존 수단이다. 나와 외부 세계를 구분하고 나에게 해가 될 수 있는 존재들을 분별하여 배척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아마 익숙함이었을 것이다. 이에 더해 문화적, 구조적 사슬은 인간의 무의식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교육을 통한 개선도 쉽지가 않다.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딸에게 어릴 때부터 차별과 편견에 대해 가르쳤기 때문에 내 아이는 조금은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던 저자는 어느 날 흑인과 백인 여성 중 누가 더 예뻐 보이냐는 질문에 백인이 더 예쁘다고 대답한 아이에게 충격을 받는다. 얼굴은 같고 피부색만 달라도 백인이 더 예쁘다고,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그렇게 보인다고 답한 아이에게 적지 않은 당황을 느꼈다고 한다. 이처럼 인종주의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사고체계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성과 논리가 그것을 간파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과 한계가 있다. 먼저 이것을 인정해야 한다.


 다음은 인간의 존엄에 대한 문제다. 인종주의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존엄성이나 휴머니즘을 강화해야 할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얼핏 생각해보면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강화하는 것이 타인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범위를 조금 더 확장해보자. 인간을 넘어 동물까지 범위를 넓힌다면 종간 차별에 대해서도 시야가 확대된다. 인간 내에서 차별하는 것이 인종주의라면 인간과 다른 동물들을 차별하는 것을 종차별주의라고 한다. 철학자 피터싱어는 도덕적 지위를 종을 기준으로 두는 것에 반대하고 쾌고감수 능력이 있는 존재는 같은 도덕적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종간 차별에 관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이려는 노력은 인종주의에 대한 감수성도 높일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에 대한 존엄을 강조하면 동물에 대한 차별을 간과하기 쉽고 이러한 피아 구분은 인간 내에서도 무의식적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흐릿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사고체계에 분별의식을 감소시켜 종차별은 물론 인종주의에 대해서도 성찰할 기회를 줄 것으로 생각한다. 중세에 신으로부터 인간을 구원한 휴머니즘은 이제 오히려 인간을 부족주의 늪에 빠지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차별과 편견, 혐오를 넘으려면 먼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나를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많은 교육도 필요하겠지만 인간 중심주의가 아닌 좀 더 넓게 보고 좀 더 흐리게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경계를 허물고 다른 존재에 대해 겸손한 태도를 가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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