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간의 사고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변증법적 논리학의 역사와 이론
예발트 일리옌코프 지음, 우기동.이병수 옮김 / 책갈피 / 2019년 11월
평점 :
파르메니데스 "모든 것은 하나다" VS 헤라클레이토스 "만물은 끊임없이 변한다"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을 공부하다 보면 존재와 실재에 관해 대척점에 선 두 철학자가 눈에 띈다. 존재론의 문을 처음 연 파르메니데스는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라고 하며 없는 것(비존재)은 사유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의미가 없고, 있는 것(존재)은 생성, 변화, 소멸을 겪을 수 없다고 했다. 반면 만물의 근원은 불이라고 주장한 헤라클레이토스는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라고 비유하며, 만물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끝없이 변화하고 생성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기본 원리를 논리학에 적용한 개념이 형식 논리학과 변증법적 논리학이다. 형식 논리학은 어떤 대상을 고정불변의 것으로 인식하고 대상에 대한 단일한 규정을 고집한다. 대상의 대립항이나 모순은 제거해야 할 것으로 여기며 다음과 같은 3가지 논리 법칙을 기본으로 한다.
동일률 : A는 A다.
모순율 : A는 A인 동시에 A가 아닐 수 없다.
배중률 : A는 B이거나 아니거나 둘 중 하나다.
변증법적 논리학은 대상을 고정적으로 지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기본 입장을 가지고 있다. 변화와 발전의 방향성은 대상의 내적, 외적 대립물(모순)에 의해 촉발되고 심화된다. 헤겔이 체계적으로 정리했으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테제(정) - 안티테제(반) - 진테제(합)이다.
아주 허접하지만 예를 한번 들어보자. 오른쪽 책장을 보니 진짜 재미없어 보이는 벽돌책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가 꽂혀있다. 그렇다 스티븐 핑커가 쓴 그 책 맞다. 방금 확인해 보니 1400페이지가 넘는다. 분홍 파스텔톤의 표지가 예쁜데 들어보면 어마무시하다. 다 읽었냐고 묻지는 마시라.(^^;) 쓸데없는 얘기는 이쯤 하고, 어쨌든 이 책은 다른 누군가의 책장 한구석에 외로이 처박혀 있을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라는 책과 동일하다.(동일률) 또한 이 책은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이면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가 아닐 수 없다.(모순율) 덧붙여 이 책은 옆에 더욱더 재미없어 보이는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거나 아니거나 둘 중 하나다.(배중률) 이런 식으로 대상의 변하지 않는 고정된 모습을 가지고 사유의 형식적 원리를 연구하는 것이 형식 논리학이다.
조금 더 진행해보자. 몇 년 전 호방한 기세로 구입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와 지금의 책은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같은 책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완전 똑같지는 않다. 대충 앞 부분 정도는 읽었기에 미약하지만 손때도 묻었고 세월이 지나 전체적으로 약간 바래기도 했다. 이렇듯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경험이 쌓이고 운동하며 변화해 가는 관점으로 대상을 보는 것이 변증법적 논리학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대상의 변화, 발전은 대립물(모순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이 대립물은 대상과 완전히 동떨어진 것도 아니다)의 발견으로 인해 시작된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두꺼운 벽돌 책이다. 그런데 책으로써 어떤 테제(읽기 위한 것, 지식 전달)에 반하는 안티테제(두꺼워서 읽기 힘들다. 어렵다)를 만난다. 그런데 마침 라면을 끓인 냄비를 받칠만한 받침대가 필요하다. 두꺼워서 쓰기 좋은 그 책을 받침대로 쓴다.(진테제) 맛있게 먹는다. 끝. (허접해서 죄송합니다. -_-;;)
이 책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변증법적 논리학의 역사와 이론을 주요 철학자를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어 헤겔의 변증법을 받아들이고 발전시켜 유물론의 토대를 만든 마르크스의 변증법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한다. 걍 어렵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두꺼워서 질린다 뿐이지 사실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1/4 페이지 수에 불과한 이 책은 진짜 어렵다. 몇 번은 읽어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