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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명상 - 내 안의 1%를 바꾼다
대안 지음 / 오래된미래 / 2008년 4월
평점 :
요즘 입맛이 없다. 계절 탓인가? 그런데 대안 스님이 쓴 『식탁위의 명상』에 그 대안이 나와 있었다.
‘냉이 죽’ 아..서글퍼라! 요즘은 냉이가 없잖아... 몇 주전 쑥캐러 간 날 냉이도 샅샅이 찾아볼걸...
하지만 어떻게 만드는지 읽어나 봐야지... 냉이죽이라는 레시피가 있다는 건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잠깐 소개하자면... ‘입맛이 없을 때 냉이를 잘게 썰어 쌀과 함께 참기름을 넣고 볶다가 집간장으로 간을 하고, 표고버섯 우린 물로 죽물을 맞추어 죽을 쑨다.’
읽기만 해도 고소한 참기름 냄새에 군침이 돈다.
절에서도 참기름을 쓰던가? 라는 의아함을 가지며 이 책을 읽어본다.
가끔 가족들끼리 산을 탔다가 절에 들러 절 밥을 얻어먹고 하산할 때가 종종 있었다. 늘 느끼는거지만 절 특유의 고요함과 정갈함에 숙연해지고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가 나를 편안하게 만든다.
절 밥이라 해서 특별한 반찬은 별로 없었다. 각종 제철 산나물과 맑은 된장국 등으로 비벼서 먹을 수 있었던 절 밥은 쌀 한 톨도 남김없이 싹싹 긁어 먹고 먹은 것은 깨끗이 설거지를 해야 한다. 가끔 세제를 사용하지 않는 절의 설거지에 익숙해진 세제문화에 길들여진 나는 찝찝하긴 하지만 믿는 마음에 집과 다름없이 먹어치운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절 밥은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가 않다. 물론 낑낑거리고 산을 올라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욕심을 버리라는 배부름의 절제일지도 모른다는 나만의 궤변으로 횡설수설해 본다.
『식탁위의 명상』엔 계절별로 각종 나물들과 계절에 따라 해 먹기 좋은 레시피가 소개되어져 있다. 그리고 본초강목 등에 실린 나물의 약재로서의 성분이 기록되어져 있어 요즘처럼 탁한 음식 속에 있는 우리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되어 준다. 요즘 아이들은 먹거리가 넘쳐나서인지 나물을 잘 먹지 않아 어른을 모시고 있지 않은 가정들 대부분 식탁 위엔 아채를 뺀 나머지 반찬들이 식탁위에 올라와 있다. 사실 그 음식을 먹는데 영양성분과 효능에 제대로 알고 먹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나물을 해 먹기엔 이것저것 손도 많이 가고 계절식품이라 신경을 써야지만 제철 나물을 해 먹을 수 있다. 그 뿐인가 바로 해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조시킨 후 삶고 씻고 볶든지 묻히든지 잔 손질이 많이 간다. 거기다 어머니의 나물 솜씨와 요즘 젊은 엄마들의 나물 솜씨는 확연히 달라 나물도 연륜에 따라 맛이 다른 것 같아 그 손 맛의 노하우에 신비롭기까지 하다.
좋은 음식, 안전한 음식을 먹어야 그것이 연이 되어 다음 생으로 끊임없이 좋은 기운이 지속된다. 음식을 다루는 마음가짐이 진실해야 우리가 음식으로 고통받는 일이 없어진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먹는 음식이 안전하지 않고 그것은 시간이 지날 수록 심각해져 병이 생기고 고통을 받는다.
그것은 어쩌면 우린 세상에 끊임없이 배설과 배출만 할 뿐 절제라는 것이 점점 없어지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생기는건 아닐까? 이것은 정신적으로 자기 자신이 영원한 존재라는 인식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대안스님은 말하고 있다.
식탁에서부터 시작된 좋은 습관 식탁 위에서의 명상은 일상에서 실천하는 구도의 좋은 시작이 되어 삶 전체를 올바로 이끌 수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식탁 앞에서 하나님께 드리는 일용할 양식을 주심에 감사의 기도와 식탁 앞에서 밥 먹을 때 지키는 예의범절은 그와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식탁 앞에서 쩝쩝거리고 밥 먹지 않고 바로 앉은 자세로 바르게 음식을 섭취하는 모습은 그 사람의 됨됨이가 바로 보여 신뢰감이 생김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의 행동거지는 산만하지 않고 늘 바른 자세와 감정의 기복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다.
기본에 충실하게 산다는 것이 쉽고도 어려운 것이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좋은 음식과 만나며, ‘잘’먹는 것도 일상생활에서 행할 수 있는 수행의 하나라고 한다. 먹는 시간만큼은 마음을 다해 음식을 살피고, 맛을 음미하고, 몸에 잘 녹아들도록 천천히 소화시키며 여유롭게 밥을 먹는 것. 이런 것에서 '식탁 위의 명상‘은 시작되는 것이다.
『식탁위의 명상』은 종교적인 차원에서 글을 읽기보다는 혼탁한 음식문화에 젖어있는 우리들의 음식문화를 간결하고 정갈한 사찰음식을 통해서 기본에 충실하고 평상심을 유지하여 내 안의 작은 변화를 절제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끝으로 <불경 '숫타니파타' 중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한다.
서로 사귄 사람에게는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괴로움이 따르는 법.
연정에서 근심 걱정이 생기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숲속에서 묶여 있지 않은 사슴이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듯이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욕망은 실로 그 빛깔이 곱고 감미로우며 우리를 즐겁게 한다.
그러나 한편 여러 가지 모양으로 우리 마음을 산산이 흩트려 놓는다.
욕망의 대상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서로 다투는 철학적 견해를 초월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 도달하여 도를 얻은 사람은
'나는 지혜를 얻었으니 이제는 남의 지도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알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탐내지 말고, 속이지 말며, 갈망하지 말고, 남의 덕을 가리지 말고,
혼탁과 미혹을 버리고 세상의 온갖 애착에서 벗어나
무소의뿔처럼 혼자서 가라.
세상의 유희나 오락 혹은 쾌락에 젖지 말고 관심도 가지지 말라.
꾸밈 없이 진실을 말하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물속의 고기가 그물을 찢듯이 한번 불타버린 곳에는 다시 불이 붙지 않듯이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마음속의 다섯 가지 덮개를 벗기고 온갖 번노를 제거하여 의지하지 않으며
애욕의 허물을 끊어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최고의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 정진하고 마음의 안일을 물리치고
수행에 게으르지 말며 용맹정진하여 몸의 힘과 지혜의 힘을 갖추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애착을 없애는 일에 게으르지 말며, 벙어리도 되지 말라.
학문을 닦고 마음을 안정시켜 이치를 분명히 알며 자제하고 노력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빨이 억세고 뭇짐승의 왕인 사자가 다른 짐승을 제압하듯이
궁벽한 곳에 거처를 마련하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자비와 고요와 동정과 해탈과 기쁨을 적당한 때에 따라 익히고
모든 세상을 저버림 없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탐욕과 혐오와 헤맴을 버리고 속박을 끊어 목숨을 잃어도 두려워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