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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 아들에게 편지를 쓰다
이황 지음, 이장우.전일주 옮김 / 연암서가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은 자리에 앉을 때 벽에 기대는 일 없이 하루 종일 단정히 앉아, 날마다 「소학」글대로 살고자 했으며 짚신에 대나무 지팡이를 짚고 세숫대야로는 도기를 쓰고, 앉을 때는 부들 자리위에 앉고, 음식을 먹을 때는 수저 부딪는 소리를 내지 않았으며, 반찬은 끼니마다 세 가지를 넘지 않아 가지와 무와 미역만으로 찬을 삼을 때도 있어 검소한 삶을 살았다. 또한 손님을 모실 때가 아니면 특별한 반찬을 놓지 않았고, 비록 어린이나 아랫사람에게 식사를 내릴 때도 반찬을 차별하지 않았으며 좋은 물건을 얻으면 반드시 종가로 보내 제상에 올리게 했으며 언제나 날이 밝기 전에 일어나 갓을 쓰고 서재로 나가 정좌하였고, 제자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할 때는 귀한 손님을 대하듯 했으며 제자들을 ‘너’라고 부르지 않았고 제자가 자리에 앉으면 반드시 그 부모의 안부부터 물었다. 가르침은 자상하고 다정하였으나 제자들은 감히 스승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했을 만큼 존경의 대상이었다.
나라에 세금을 낼 때는 언제나 평민들보다 먼저 냈으며, 진실로 예와 의가 아니면 남으로부터 조그마한 물건도 받지 않아 예로서 받은 물건이라 할지라도 이웃이나 친척이나 또는 배우러 오는 제자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고 한 점도 집에 쌓아두지 않았다. 아무리 춥고 어두운 밤이라도 방안에서 요강을 쓰지 않고 반드시 밖에 나가서 소변을 보았으며 제사 때는 상을 거둔 후에도 오랫동안 神位(신위)를 향해 정좌해 있었고, 제삿날에는 술이나 고기를 들지 않았을 만큼 윤리 도덕과 예의와 절도, 검소한 삶을 살던 분이셨다.
16세기에 살던 학자로 퇴계 이황의 자료는 다행히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하지만 퇴계 이황 선생의 글들은 철학을 담은 내용들이 많아 그 글과 시들을 온전히 번역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한다. 저자 또한 『퇴계 이황, 아들에게 편지를 쓰다』를 내기 위해 당시의 풍속, 습관, 제도 등을 많은 자료들을 참고로 하고 많은 전문연구가들의 도움을 받아 ‘퇴계서집성’에 수록된 아들에게 보낸 516통의 편지들 중 퇴계 선생이 55세 때까지 쓴 164통을 우선 수록하여 이 한 권의 책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아버지가 되면 지위를 막론하고 자식에 대한 애틋함과 잘 키우려는 열망과 정성은 같은 것 같다.
조선시대 최고의 성리학자요 정치가이자 문인이요 교육자로 살았던 퇴계 이황 선생이 쓴 글들은 모두 딱딱하고 윤리사상만 강조하는 속칭 고리타분한 글들이겠지 라는 고정관념으로 책을 맞았는데 이 책에 나온 편지들은 거의 큰 아들 준에게 쓴 글로 저자가 일반인들이 쉽게 읽을 수 있게 풀어써서 그런지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소소한 지침의 글로 어렵지 않게 쓰여 진 이 책은 가정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과 집안 어른들 이야기, 농토에 씨 뿌리는 방법에 대한 글, 공부에 관한 글, 세금이야기, 노비들에 대한 관리와 다루는 방법 등 아들에게 섬세한 부분까지 일일이 점검해 주고 도닥거려주는 편지 속의 내용은 이 편지들을 읽는 아들은 어떤 느낌이고 아버지의 글들에 대한 답장은 어떠했을까? 라는 궁금증과 부모와 자식 간의 잔소리로 생각했을까? 아니면 아버지의 소중한 글들을 고맙게 받아들이고 순종하고 실행에 옮기는 바른 자식의 모습으로 답장을 썼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아버지의 글들로만 엮여진 이 책을 읽으며 아들의 글은 보관이 안되었나...라는 생각을 해 본다.
각종 매체를 통한 아버지의 위상을 세우기 위한 노력들은 하지만 과연 인간 그 존재자체로 인정하며 아버지의 삶의 여정과 가정 속의 아버지의 존재가 얼마나 부각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버지라는 존재가 돈만 벌어오는 불쌍한 아버지로 부각되기도 하고 내가 사는 것처럼 살게 하지 않는다며 자식에 대한 교육과 방법이 왜곡된 채 기러기 아버지로 일중독 아버지로만 살아가며 가정이 점점 이상한 관계로 방치되어 부모라는 존재 위기까지 몰아가는 심각한 사회현상들은 어릴 때 막연히 생각했던 늘 가정의 중심을 가지고 늘 그 자리에 묵묵히 계시는 가정의 기둥인 존재로 중심을 가지고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을 같이 영위하기엔 요즘 세상은 부모로서의 역할이 참 어렵구나...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그런 점에서 ‘때로는 자상하게, 때로는 엄하게’ 아들에게 세상살이의 가르침을 주는 퇴계 이황의 편지는 점점 아버지에 대한 위상이 흐려지고 존귀여부로 논란이 되고 있는 요즘 아버지에 대한 각종 서적들이 출간되고 있어 책을 읽고 교육방침을 도움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퇴계 이황의 편지처럼 부모와 자식 간의 솔직한 마음이 담긴 편지를 가끔이라도 주고받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