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사요코 모노클 시리즈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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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건 맞다.

데코레이션이 잘 된 음식에 손이 먼저 가는 걸 보면 눈으로 먼저 먹고 입으로 다시 먹는다는 말이 무슨말인지 이해가 간다 .

맛을 보장 못한다는 맹점이 있긴 하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고 레이스 달린 꽃 무늬면 더 좋다는 걸 일러 무삼하리오.


[여섯번째 사요코]는 온다 리쿠의 데뷔작이다.

온다 리쿠의 명성에 비해 그의 책은 딱, 한 권! [밤의 피크닉]이 전부 였는데 거꾸로 데뷔작을 거슬러 읽게 되어 온다 리쿠의 처음 풋풋한 열정이 섞인 문장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였다.

검색해 보니 표지가 세 번 바뀌었고 표지마다 내용을 암시하는 붉은 장미를 내세운 강렬한 붉은 빛이 눈에 확 들어온다.

소녀 취향 나에게 썩 맘에 드는 표지다. 아름다움을 숭배한다는데 욕할 자 누구인가?^^

다른 책을 제쳐두고 읽고 싶은 욕구가 불끈 솟는 표지다. 노블마인 디자인 팀에 영광 있으라! ^^


미스터리 학원물이다.

어느 학교에나 있을 법한 괴담이나 전설을 온다 리쿠식 구성으로 재미와 스릴을 잘 버무려 놓았다.

학교 대대로 전해오는 사요코의 내력에 숨어있는 미스터리한 이야기와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는 아름답고 똑똑한 전학생 또 하나의 사요코가 대척점을 이루며 이야기를 끌고 간다.

전설의 사요코와 현실의 사요코.

중첩되는 두 사요코를 두고 진실의 내막을 파헤치려는 잘생긴 우등생 슈의 노력과 사악한 제삼자로 지명되는 전학생 사요코와의 관계를 학원물인 듯 미스터리 스릴러인 듯 그려냈다. 


책 내용에 나오는 빨간 화병, 수령 100년의 벚꽃나무, 핒빛 테루테루보즈,붉은 꽃다발, 가까이 볼 수록 비정상적일 정도로 아름다운 사요코..

이미지의 시각화가 너무 강렬해서 그림책이 아님에도 장면과 사물들이 눈앞에 선명하게 보이는 듯 했다.

눈으로 먼저 읽고 내용을 한 번 더 되새김질하면서 읽는 소설이라 느껴졌다. 상상하기에 좋았더라다.


괴기와 신비의 경계를 왔다갔다 하던 전학생 사요코도 마지막에선 평범하고 밋밋한 보통 사요코로 변신을 하는 바람에 좀 김이 새긴했다. 마지막, 결론이 이렇다 할 뭔가가 없어서 뭐지? 했지만 (스포일러일 수 있음) 구로카와 선생님의 우수 학생 유치용 전학생 끌어오기 게임이었나 싶기도 하고.


잊지 못할 학교의 괴담이나 추억담 하나 쯤 있다면 두 이야기를 교차시켜 가면 읽는 재미도 쏠쏠하지 싶다.

책 중에 사요코를 좋아하는 학생은 남학생도 많지만 가까이서 매력에 빠져드는 애들은 여학생들이다. 이런 현상 여고일 수록 많이 나타나는데 생각해 보면 우리때도 그랬다. (사요코처럼 이뿌진 않았지만^^) 그때 우리의 선망이었고 영웅이었던 언니들은 지금 뭘하며 지내는지 책을 읽고 나니 뜬금없이 궁금해졌다.


기어이 읽어 보고야 말리라 목록은 아니지만 심심할 때 읽어 보면 좋을 책 목록에 넣어 두었다가 (무슨일이 있어) 빨간 장미꽃을 받게 되는 날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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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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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즐거운 사라'로 문단의 이단아로 찍혔(?)던 마광수 교수의 자살 뉴스가 있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즐거운 사라'는 없어서 못 파는 책이 되고 초판은 무려 25만원에 혹가하는 가격으로 거래가 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 무슨 개같은 경우인지. 죽어야 팔리는 책이었는지 죽은 후에야  가치를 인정 받는 책이었던 건지... 슬픈걸 넘어 화가 치밀었다. 마광수 작가를 좋아했던 것도 싫어 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그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의 아픔이나 고통을 돌아보려하지 않았고 그의 입장에서 대변하거나 변호해 주는 목소리를 듣기 힘들었다. 되려 동료들 사이에서 왕따 당하고 외면당한 충격과 트라우마로 종래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것으로 유추되는 바, 이제라도 가치를 알아주는 이있는 이 개같은 경우를 감사해야 하는지 개탄해야 하는지 씁쓸하기만 하다.


이외수 책을 펴 놓고 마광수 이야기라니?

나에게 마광수와 이외수는 같은 맥락의 사람이라서 그렇다.

1990년도 초반 두 작가를 알게 되었는데 색깔은 틀렸으나 시대를 편승하지 않고 자신의 색깔로 말하는 작가의 글들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비슷한 시기에 알게 된 두 작가의 작품들을 엎치락 뒷치락 탐독했던 시절, 이외수와 마광수는 그 시절의 삼촌들이고 젊은 나에게 새로운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 선구자들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외수 책을 펴고 안타깝게 죽은 마광수 교수를 생각했던 거다.  아까 맥주를 한 잔(잔이 바케스라는 게 함정 ㅠ)했던 탓도 있고.


이외수 쓰고 정태련 그린 [아불류시불류]를 끝으로 이외수 책을 읽지 않았다.

페북이나 인스타그램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듣긴 했지만 게을러서 SNS를 잘 하지 않는 나는 그의 근황에 대해서도 그의 작품에 대해서도 멀어져 있었다.

다시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을 통해 내가 멀어져 간 사이 암투병을 하면서 트레이드 마크인 긴 머리를 자르고 살도 엄청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안하고 부끄럽지만 나는 그의 책을 다시 펴 든 독자 일 뿐, 팬도 뭣도 아니다.

암투병을 잘 이겨내고 있고 이렇게 책으로 만날 수 있게 되어 고마울 뿐이다. 누구든 그래야하겠지만, 누군가에게 (좋은)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특히 건강하고 오래 살아주었음 좋겠다.

이외수의 에세이는 가벼운 듯 싶으나 깊은 철학이 있고 무거운 듯 하다가도 허허웃게 하는 유머가 포진해 있다.

인생을 좀 아는 사람만이 쓸 수있는 촌철살인의 내공이 가득하다.

잠언서처럼 읽히기도 하고 철학서로 읽히기도 한다. 가오만 잔뜩 세우고 알맹이는 부실한 호구가 아니라 행간에 스민 인생 전반에 걸쳐 경험한 땀과 눈물로 인해 독자들에게 짧고 쉬운 글이지만 진한 여운과 감동을 받는다.

그래서 공감 백배로 좋아요를 주저없이 누르게 되고 수백만의 팔로어를 거느린 SNS의 제왕이 되나보다.

오래 같이 일해 온 정태련 화가의 그림이 글과 함께 어우러질때 그의 글은 더 풍성해지고 운치가 있어 보인다. (이전의 세밀화에 익숙하다가 이번 책의 그림은 여러 장르의 시도가 섞여(그림을 잘 알지 못하지만 ㅠ) 생경했지만 글과의 호흡을 맞추려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없진 않았다.

그가 펴내는 에세이는 너무 비슷해서 한 권을 읽거나 두 권을 읽거나 별 차이가 없다.

그만한 생각, 그만한 감동에서 그친다. 페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아 모르겠지만 가끔 이외수 팔로어 지인이 보내오는 글도 이 책과 대동소이한 내용이다.

글쓰는사람은 지적 허영 다음으로 잘 쓰겠다는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는데 그의 말대로라면 잘 쓰겠다는 욕심을 버린 것 만은 확실하다. 어디에도 신선함이나 앗,하는 문장은 없다. 그날의 소회와 자신의 생각과 일상의 풍경으로 책을 채우고 있다.

그렇다고 맞장구를 쳐도 좋고 아니라고 우겨도 허물이 되지 않는 이야기들이다. 책 제목처럼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이 되어 이전 작품가 변한게 하나도 없어 보인다.

 

그의 글에 철학이 있고 허를 찌르는 깊이가 있음은 부인하지 않겠으나, 같은 주제를 가지고 동음이의어거나 다의어로 바꿔가며 이미 너무 많이 써왔다.

듣기 좋은 꽃 노래도 자꾸 들으면 질리고 식상한 법이다. 일상의 소회나 개인적인 생각은 그날 그날의 SNS로 소통하고 돈을 주고 책을 사는 사람들에겐 그에 맞는 글을 채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상의 소회나 풍경을 철학을 입혀 쉽게 읽히도록 하는게 이 책의 목적이었다면 할 말은 없으나, 나는 책을 사는데 주저하게 될 게 틀림없다.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니 다행이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맹진을 하고있다니 그의 새로운 작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금같은 에세이가 아니라 인생 역대작이 될 소설이길 진심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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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 에프 모던 클래식
애니 프루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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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은 미국 중서부 와이오밍주에 있는 산이다.

와이오밍주가 미국 어디에 붙어 있는지 관심도 없었지만 브로크백 마운틴 영화를 보고 찾아봤다.

북으로 몬태나, 서쪽 아이다호, 남서쪽 유타, 남쪽 콜로라도, 동쪽 네브래스카와 사우스다코타와 맞닿아있고 엘로스톤 국립공원이 서쪽에 자리잡고 있다.

음,,영화는 영화니까 영화같은 영상을 연출한다. 척박은 강함으로 거침은 웅장으로 보이게 하는 착시의 효과로.

브로크백 마운틴이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터부시되는 이야기의 내면에 흐르는 두 남자의 진정성이겠지만 광활한 서부의 풍경도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 척박하고 거친 풍경 속에서 느껴지는 서로를 향한 숨소리! (가슴이 떨리지 않으면 자신의 감성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으시길.)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본 것은 광활함 그 자체였다. 풍경도 사람도 모두 광활했다.


광활함-

내가 처음으로 느낀 광활함도 그곳에서 였다.

라스베가스의 동생 집에서 콜로라도를 거쳐 유타로 여행을 떠나는 길이었다. 눈이 닿는 끝까지의 거리가 가도가도 끝나지 않는 지평선으로 이어지고 찌를 듯 서있는 전나무들, 우렁우렁 소리를 내며 흐르는 강, 100여개의 화물칸을 달고 달리는 화물 기차- 우리나라에서 볼 수도 있는 풍경이지만 화면비율이 100배 정도 확장되어 압도하듯 다가왔다.  황량과 광활이 교차되던 풍경과 깊고 조용한 것과는 먼 강물소리, 밤하늘의 쏟아지던 별빛... 이국의 땅이란게 실감났고 광활이라는 단어가 이런 거구나 몸으로 느껴지던 때였다. 그래서 저 지명들 사이 낯익은 이름들이 괜스레 반갑다. 그래, 알지.. 알지..저 지명들을 아! 하며 지나던 때가 있었지.

추억과 기억이 닿을 수 있는 낯선 곳이 있다는 거, 괜히 혼자 뿌듯하다.


그러고 나서 '브로크백 마운틴' 영화를 보고 책을 읽었다.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치고 원작을 뛰어넘는 영화를 몇 보지 못했다.

책에서 상상할 수 있는 극대치를 영화가 다 담아내는데 역부족이기도 하지만 원작대로 영화를 만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원작을 먼저 읽지 않는 이유도 있겠지만 '브로크백 마운틴'은 원작 이상의 감동을 주는 영화였다. 잘 생긴 배우들 덕도 있었지만 아이오밍(이라 여겨지는)의 브로크백 마운틴 풍경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고 두 남자의 안타까운 상황을 충분하도록 잘 메워주었다. 내가 보았던 풍경이 기억이 오버랩되어 영화가 더 깊이 아프게 다가왔었다. 좋았고 슬펐다.  


11편의 단편들로 채워진 애니푸르의 소설집이다.

소설의 주된 배경이 대부분 와이오밍이고 자연에 기대어 살거나 자연을 극복하며 사는 카우보이들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생경한

배경이 많고 이야기가 단편이라 그 문화를 알지 못하면 작가의 의도를 짐작하기도 힘들고 감동받기 어려운 부분도 더러 있었다.

'가죽 벗긴 소'같은 경우에도 1998년 최고의 미국 단편 소설이자 존 업다이크가 뽑은 금세기 최고의 단편으로 평가 받았다고 했는데 읽어보면 이야기가 짧아서도 그러하겠지만 어디에 포인트를 두고 어디서 감동을 받아야 하는지 난감한 때가 있었다. 목장 일로 생계를 꾸려 가는 일에 대한 목가적 환상만 있을 뿐 일상을 꾸려가야 하는 고단함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이유가 가장  컷으리라. 도시의 이야기에 너무 길들여져 있어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뿜는 거친 호흡들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던 거였다.  애니 루프의 건조하고 단단한 문장들이 이야기에 쉽게 빨려들어가 섣부른 감동에 젖어드는 것을 자제시키긴 했지만 씹어 읽을 수록 깊게 느껴지는 뻐근한 충만감이 있었다.

그러나, 표제작이기도 한 '브로크백 마운틴'에 오면 여태껏 견뎌오던 거친 숨소리를 깊은 호흡으로 느끼고 만다.

시대적 정서를 뛰어넘기 어려웠던 젊은 두 카우보이의 사랑.

그냥 그런 동성애를 그린 이야기로 치부할 수 없는 짠해지는 애틋함과 아름다움.

오랜 세월을 그리워하면서도 여름의 짧은 만남을 기다릴수 밖에 없는 두 카우보이의 안타까운 마음이 브로크백 마운틴의 풍경과 거칠고 거침없는 잭의 어이없는 죽음과 겹치면서 울컥해 진다.


I swear...

에니스가 크로스백 마운틴에서 잭과의 추억이 담긴  낡은 셔츠를 잭의 옷장에서 가지고 와 눈물을 흘리며 하는 말이다.

그리고 고칠 수 없는 일이라면 견디는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고칠 수 없는 거친 자연속에서 견디며 사는 진짜 서부인들의 날것의 삶과 사랑이 담긴 책이다.

책을 읽기 어렵다면 영화라도 꼭 보길 추천한다.

그러고 나면 책이 꼭 읽고 싶어질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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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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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얇은 편인가?

어디가 좋다고 하면 가봐야하고 뭐가 맛있다고 하면 먹어봐야 한다. 홈쇼핑에서 마지막 방송이라고 쇼호스트들이 세상이 끝날 것 처럼 호들갑을 떨면 세상이 끝날세라 서둘러 전화기를 들고, 어디 추천 베스트셀러 라더라 하면 베스트셀러에서 내려가는 순간  책 내용이 바뀌어 재미가 없어질 것처럼 바로 주문을 한다.

대부분 생각했던것 보다 못하거나 실망스럽고 어떤것은 너무 심하다 싶을 만큼 과대과장 광고라 솔깃해지고 마는 얇은 귀와 속고도 또 속는 바보같은 내가 한심스러워 망연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진짜 좋다더라'식의 카더라 통신을 또 유포하면 지나간 것은 지나간 일, 싹-잊고 조급증과 안달증에 시달린다.

그러다 보면, 가끔 아주 가끔, 진짜가 걸리기도 한다.

내가 귀가 얇은 건, 이 진짜들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지나가버리거나 또 속을지도 몰라 하는 사이에 놓치는건 아닌가 하는 불안에서 비롯되었지 싶다.

진짜를 만났을 때의 기쁨과 반가움- (이제야 너를 만나다니! 잡은 손 놓지 않고 안은 팔 풀지 않으리...세월을 돌아 돌아 만난 첫사랑과의 해후가 이러지 않을까)을 알기 때문이다.


소설가들의 투표로 선정한 2016년의 소설 1위! [쇼코의 미소]

아마존 베스터셀러 몇 주, 나오키상 수상작, 노벨문학상 수상, 이상 문학상 수상...이런 유수의 타이틀을 달고 나온 책들이(물론 읽어본 책 보다 읽지 못한 책이 훨씬 많다 ㅠ) 나와 모두 맞는 건 아니었고 감동적이거나 깊은 인상을 주지는 않았다. 상을 받았으니 받을 만 했겠지만 어렵거나 내 취향이 아니어서 덮은 책도 있고, 읽었으되 기억이 나지 않는 책이 대부분이다. 귀도 얇고 기억력은 더 얇아 과대과장 광고에 속지 않으려 조심을 했건만, 이번에도 1위 타이틀에 훅, 갔다.

그러나, 이번엔 훅, 간 걸 얼마나 다행스러워 했는지 모른다.


제목도 왜?설 스러운 [쇼코의 미소]를 읽는 동안 정말 오랜만에 내내 행복했고 책에서 뻗어 나온 손을 잡으며 위로를 받았고 종래에 약간의 좌절감으로 우울해야 했다. 소설을 써 본 적은 없지만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글은 쓸 수 없으리라는 열패감 같은 걸 느껴서다.

일곱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쇼코의 미소]는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하면서도 드러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누군가의 공감과 소통 속에서 살아갈 힘을 얻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기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자칫 부서지기 싶고 상처받기 쉬운 영혼을 가졌으나 소소한 일상의 기억과 나를 향했던 따뜻한 눈빛, 함께 했던 시간들의 축적이 서로의 등불이 되어 어두운 시간을 헤쳐 나가는 아무렇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나와 쇼코, 나의 할아버지와 쇼코의 할아버지로 확장되는 관계의 흐름을 잔잔히 침투시킨 [쇼코의 비밀]도 좋았지만, 낯선 땅에서 만난 한국의 영주와 케냐의 한지, 이국의 두 청춘 남녀의 사랑의 시작과 멈춤을 그린 [한지와 영주]가 더 좋았다. 사랑했던 시간과 아파하는 시간을 사박사박 걷는 동안 그 행복감과 아픔의 감정들이 읽는 내게로 걸어 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래, 나도 저럴 때 있었지...내 얘기인 듯 읽혀서 아릿해지기도 했고.

작품의 배경이 이 땅에서만 펼쳐지지 않고  일본, 독일, 러시아로 이국적인 색채가 더해져 대화도 내용도 다양해지고 풍부해 먼 이국의 바람과 햇빛이 느껴지는 것 같아 더 좋았다. 

케냐의 한지, 일본의 쇼코, 베트남의 응웬, 러시아의 율랴, 한국의 순애언니.. 다국적의 사람들이 가진 개성과 저마다의 사연은 어디에 사는 누구건 자기 몫만큼의 아픔과 상처는 있구나 하는 동병상련의 마음을 갖게 하면서 작가가 작품을 위해 얼마나 오래 고민했고  많은 곳을 다녔으며 깊이 생각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뒷통수를 치는 반전도 없고 기이하거나 깜짝 놀랄 사건없이 그저 일상적이고 고만고만한 일들 속에서 생각하고 느끼는 서사의 힘만으로 감동을 주고 위로를 받는 이야기들이다. 드라마틱한 내용으로 재미를 이끌어 가기는 쉽지만 서사만으로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얼마만한 필력과 내공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 글을 써 본 사람은 안다.

행간에 숨어 있는 따뜻한 숨결을 놓칠세라 빨리 읽을 수가 없었고 빨리 읽지 않았음에도 책은 어느새 마지막 장이 되어 있었다.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났을 때, 책을 쓰다듬게 된다. 왜, 이제서야 내게로 왔니? 하며 -


얇은 귀를 감사해 하며 올해 읽은 가장 좋은 소설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차기작을 기다리고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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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트 - 고통을 옮기는 자
조예은 지음 / 마카롱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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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텔레비전을 같이 보면 짜증을 낼 때가 있다.

장면이 바뀔 때 마다 '변사 납시오~'다.

'저거저거 봐라, 저 년이 사실은 나쁜 년이다. 쟈 둘이 좋아하는데 결국 안될기라~, 저그 자식이 아인거 시어마씨만 모리고 있다. 곧 알게 되모 일 난다, 벼락맞을 놈은 저 놈이다 곧 망하게 될끼다...'

누가 듣건 말건 끝이 없다. 시끄럽다고좀 조용히 보자해도 다 알면서 왜 보냐고 아무리 지청구를 넣어도 괘념치 않는다. 묵묵히 꿋꿋이 드라마가 끝날 때 까지 누가 옆에 있는지도 모른다.  드라마와 내가 한 몸이 되어 드라마 속에 엄마가 들어가 있는건지 엄마에게서 드라마가 나온 건지 장자의 호접몽은 몽 축에도 못 들 정도다.

희한한 건, 엄마가 예측한 게 다 맞다는 거다.^^

드라마를 끼고 살면 저래 되는 건지, 이런 상황에선 저런 결말이 도출된다는 드라마 공식이 있는 건지! 

결론은, 읽히는 드라마는 재미없다.


시프트

shift - 1. (장소를) 옮기다, 이동하다; 자세를 바꾸다   2. 잽싸게 움직이다, 서두르다   3. 바뀌다,...

사전적 의미가 이러하다(이러했구나..뒤늦게 앎;;)

원제가 [찬의 전이] 였는데 [시프트]로 출간 되었다고 했다.(시프트가 낫네^^)

고통을 옮기는 자의 부제가 붙었다. 한글을 사랑해야 겠지만 일목요연의 차원에서도 사전적 의미의 충실에서도 시프트가 낫다는 생각이.^^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라는 월계관을 쓴 작품이고 2017 부산국제영화제 북투필름에 선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북투필름이라면 책이 영화화 된다는 건데...부럽다!

후루룩 읽혔다. 재밌었으니까.


찬과 란.

고통을 옮기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형제들이 이야기다. 특별하다는 건 피곤한 일이 많이 생긴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하니 이들 형제들의 삶도 녹록치 않다. 인신매매가 되었다가 사이비 교주한테 이용당하고 종래엔 쓰레기 국회의원의 병을 아이에게 옮기지 않으면 목숨을 위협받는 경우에 처하기도 한다. 


사람이 느끼는 고통이나 병을 딴 사람에게 옮길 수 있다는 소재, 어디서 봤더라?

기시감이 있지만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소재로선 나쁘지 않았고 그런 능력을  제일 높이 살 수 있는곳이 사이비 종교가 최적이지.

형의 능력을 동생에게 전이 되는 것도 쌍둥이 형제라니까 그럴 수있고 사회악과 싸우는게 주인공들의 몫이지. 그럼, 그럼.


그런데, 뭐지?

전개도 빠르고 소재도 참신했고 더구나 교보 문고 대상작인데...


엄마와 같이 읽는 줄 알았다.ㅠㅠ

'형이 동생한테 능력을 물려 줄기다, 쟈는 살것네, 벼락을 맞은 놈들.. 곧 벼락 맞을 기구만, 갸가 그리 될 줄 알았다'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엄마, 이번에도 다 맞혔어'

모전녀전인가? 독서몽인가?


재밌었는데...

또 배터지게 먹고 나서 물이 제일 맛있네 하는 거 같아 미안하지만,

예상대로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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