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먼 만큼 단어는 춥고 문장은 잔혹하다.]

 

'에이, 설마...'싶어 믿어지지 않으면서도 '어쩌면, 그럴수도...'싶은 기이한 경험들을 들을 때가 있다.

귀신을 봤다거나, 죽음에 직면했다가 돌아 온 사람들의 이야기, UFO같은 증명이 불명확한 형체를 목격한 경험담들..

내가 겪은 일이 아니라 전적으로 믿기도 그렇지만 전하는 사람의 진지한 눈빛을 보면 아주 무시해 버릴수도 없는 그런 상황일 때.

내가 본 것이 전부일 수 없고 보이는 것이 다 일 수 없듯, 나는 못 보았지만 누군가는 보았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상상은 그래서 더 자극적인 매력을 가진다.

어느곳에나 있을 법한 좁고 어두운 골목에서 들리는 웅크린 음습한 이야기를 기괴한 상상력과 결합시켜 펴낸 이 책의 이야기들은

믿을수도 무시할 수도 없는 짜릿한 빨려드는 재미가 있다. 거기에다 상상력을 극대화시키는 충격적인 그림들의 향연.

오, 놀라울 손!!

 

소설가 김탁환과 사진가 강영호가 같이 만든 이 책은 그 분야의 최고들만이 만들수 있는 스토리와 이미지 결합의 기념비적인

이미지텔러로 남을 책이라는 걸 느낀다.

이미지에서 받은 시각적인 충격에 슬며시 오버랩되는 책 내용이다가 책 내용을 훨씬 풍성하게 읽히게 하는 극대화된 이미지.

책이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하는 신선함과 따끈함!!^^

 

딱히, 옴니버스라 단정하기도 어려운 구성은, 상대성 인간(제이킬과 신중하지 않은 뿔)의 드라큘라성 설계로 이야기의 무대를 마련한다. 상상의 이미지를 어디까지 구체화 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인 드라큘라성의 아홉가지 조건은 누가 봐도 불가능하지만 누구라도 혹하지 않을 수 없는 멋진 제시어들이다. 그 제시어들을 다 만족시킨 제이킬과 또다른 제이킬 - 신중하지 않은 뿔( 이름도 아름답도다!^^;;).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잠시 연상시켰으나 지킬박사와 하이드에서는 느낄 수없는 상대방을 향한 섬뜩한 가학성과 치유를 위한 물꼬.

차례로 나오는 다양한 종류의 인간들( 턱을 기르는 왕, 반딧불이 인간, 웨딩 인간, 끈적 인간, 아몬드 인간, 알바트로스 인간)은 살.아.내.는. 방법은 서로가 다르나 그들의 모습이 그렇게 주어진데 대해서는 초연의 모습이 느껴질만큼 묵묵하다.

 

턱 아래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의 윤곽을 기루고, 혈관에서 나오는 불빛으로 인해 어둔 굴 속에서 살아야 하는 아이러니함과  날개가 돋는 몸을 가진 인간...

아, 어디서 많이 듣던 아이템인데..어디서 봤더라??

도대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항상 그러하듯 비슷한 맥락이어도 이야기의 차별화를 만드는 건 묘사의 디테일에 있다.

 "그 귀신은 그냥 머리만 푼 게 아니라구, 얼굴은 없는데..입 주변에 피를 흘리고 있더란 말이야..."

디테일이 명확할 수록 이야기는 듣는이를 만족 시키는데, 99의 섬뜩한 인물들의 명확한 디테일들을 강영호 사진작가가 맡고 있다. 니가 상상한 것에서 부족한  2%를 내가 보여주지!! 그러는 것 같다.^^

 

사진은 우아하거나 눈이 매끄럽게 훑어지는 그림은 아니다.

잔혹과 기괴가 버무려진 (보통의 사진만 보아온 나같은 사람에겐 분명..) 불편한 사진이었다.

하지만, 그 불편한 사진들이 가져다주는 강력한 이미지는 고루하게 내가 상상하던 인물에 방점을 딱! 찍는다.

흡, 이건 상상 이상이잖아...심호흡을 하게되더란 말이다.

 

팩션으로만 주로 만나왔던 김탁환의 글이 약간의 무게와 흔들리지 않는 우직함을 보여왔다면, 99의 인물들은 너무도 자유로워 파격적인 출렁임으로 끌여다 앉히기에 애를 먹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아주 신선했고 좋았다는 말이다.^^

 

새로운 시도와 접근!진화하는 책!  부라보다!!

 

해적선의 깃발이 나부끼는 드라큘라성의 내부도와 전체 이미지도 한 컷 올려 주었더라면 더 감사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이책에 대한 유일한 컴플레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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