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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본다는 것 춤을 쓴다는 것 - 춤평론가 김승현 유고집
김승현 지음 / 늘봄 / 2013년 5월
평점 :
춤평론가 김승현 선생님의 유고집이다.
강남역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제목에 그냥 이끌려서 이 크고 두꺼운 양장본의 책을 집어 들었다.
일단 저자는 서울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언론사 사회부, 문화부, 정치부를 두루 경험하다 2001년 국내 무용잡지 '춤'을 통해 춤 평론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다 2012년에 작고하셨고,
춤 평론가로 활동할 당시의 글을 모아 유고집으로 출판된 책이다.
먼저 유고집답게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추모의 글을 싣고,
1장에서는 예술가들의 춤에 대한 논평,
2장에서는 무용가들에 대한 리뷰,
3장에서는 기획공연&축제의 리뷰,
4장에서는 짧은 단평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무용공연을 한 번도 관람한적도 없는 내가 춤이란것을 어떤 측면으로 바라보고 평론하는 것인가? 라는 호기심으로 첫 장을 넘기고 약 달 동안 읽어내려간것 같다.
읽으면서 느꼈던 간단한 느낌들을 추려보면,
첫번째, 저자는 연극의 구상성과 구체성, 춤의 모호성과 추상성을 거듭 이야기 한다. 춤 자체에 몸짓은 고도로 추상화 되어 있기 때문에 역으로 주제의식에 대한 명확한 설정 그리고 그 주제를 표현할 테크닉과 연극적인 연출, 영상과의 결합 등을 중심으로 춤을 평론하며... 때론 춤으로 단련된 인간의 지체미와 단체 군무를 통한 집체미 등을 더해 평론을 완성시킨다.
그렇기에 고도의 추상성을 표현할 주제 확립을 위해 철학과 신화, 종교와 의식 등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초한 자기 철학의 깊은 의식속으로 침잠하여 천착하는 과정을 완성된 작품을 통해 드러내는 역할을 춤의 안무가로 규정해 놓은것이 아닐까 라고 이해해 본다.
두번째, 춤이란 음악이란 기초 위에 덧씌여져 발현되는 구조적인 특성상, 음악과 리듬에 적절히 어울렸는가! 라는 질문으로 또한 평론한다.
그래서 항상 사용되는 정확한 곡의 제목과 함께, 중모리, 자진모리, 산조, 진양조 등 정확한 가락을 짚어내어 춤의 내용과 속도감을 유추하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서양의 춤은(특히 발레) 중력을 거부한 비상이라는 꿈을...
한국의 춤은 유장한 가락의 농현에 맞추어 능청거리는 굴신을 중심으로 평론한다.
그래서 한국적인것과 세계적인것이란 그 차이의 경계를 두고 춤을 평론한다.
씌여진 글만 보아도 고대 제례의식의 일부로 형태를 갖췄을 춤이 신에 대한 기원과 미래의 염원이라는 목적을 잃고 현대사회 순수 무용으로서 존재하기 위한 안무가들의 철학적 사고와, 탈 중력적 신체의 한계 극복 등 각고의 노력 끝에 도달한 많은 작품들이 기억되며, 또는 사장되가며 도처에 존재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큰 도움과 깨달음이 되었던 부분은 사실 춤이 아니라 다른쪽의 영역이다.불교 용어이자 무협용어인 만류귀종이라는 단어가 있다. 불교에서 일컫는 모든 흐름은 하나로 통일된다는 말로, 무학의 종류는 다르되 절정이 되면 하나의 형태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개론수준 밖에 되지 않는 철학과 미학에 대한 지식중에 항상 사전을 되짚어 봐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춤을 평론하면서 쓰인 개념들에서 철학과 미학의 다른 퍼즐들이 맞춰진다.
그 만큼 철학과 미학에 대한 저자의 깊은 이해에서 출발한 평론이라는 뜻으로 귀결되어 질 수 있을것이다.
우리 미술을 사랑하셨던 오주석 선생님께서 젊은 나이에 돌아가심이 참으로 슬펐는데, 이 분 또한 우리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임에 가슴이 참 먹먹해진다.
하늘은 진실로 천재를 시기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