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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윌 파인드 유
할런 코벤 지음, 노진선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10월
평점 :
3살 아들 매슈를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복역 중인 데이비드 버로스는 지난 5년 간 모든 면회를 거절해왔지만 뜻밖의 상황으로 인해 처제인 레이철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가 보여준 사진 한 장 때문에 대혼란에 빠집니다. 놀이공원에서 찍은 한 가족사진의 귀퉁이에 8살이 된 매슈의 모습이 찍혀있었기 때문입니다. 데이비드는 자신이 누명을 쓴 것이라 확신하면서도 어쩌면 야경증과 몽유병을 앓던 자신이 술에 만취한 채 매슈를 죽였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떨치지 못했고, 그게 아니라도 매슈를 지키지 못한 자책감에 사로잡혀 법정에서도 적극적인 방어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매슈가 살아있다는 걸 확인한 이상 데이비드는 매슈를 찾아내고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그를 위한 첫 관문은 바로 탈옥입니다.
가족, 실종, 액션, 반전 등 할런 코벤 특유의 코드들이 잘 버무려진 작품입니다. 특히 ‘아이 윌 파인드 유’라는 제목만 봐도 할런 코벤의 트레이드마크인 ‘실종’이란 소재가 다시 한 번 사용됐음을 알 수 있는데, ‘자신이 죽인 줄 알았던 아들이 실은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있다’라는 설정은 ‘실종’의 의미를 좀더 넓고 극적으로 확대시킨 것은 물론 원죄(冤罪)의 서사까지 품고 있어서 초반부터 긴장감과 몰입감을 극대화시켰습니다.
매슈를 찾기 위한 첫 관문인 탈옥 과정이 초반을 장식합니다. 뜻밖의 도움 덕분에 수월할 것만 같던 탈옥은 ‘예상대로’ 돌발 변수를 만나면서 위기를 맞이하고, FBI의 유능한 요원들까지 가세하여 추격전에 나선 탓에 데이비드는 갖은 고생을 겪게 됩니다. 손에 쥔 단서라곤 사진 한 장이 전부인 데이비드는 이후 처제 레이철의 도움을 받아 막막하기만 한 진실 찾기에 나서는데, 법정에서 결정적인 증언으로 자신의 유죄를 확정시킨 한 증인을 만나는 것을 시작으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아득한 여정의 첫 발을 뗍니다.
매슈가 진짜 살아있다면 그날 밤 피범벅이 된 채 매슈의 방에서 발견된 시신은 누구인지, 자신에게 ‘아들 살해범’이란 누명을 씌워가며 매슈를 데려간 건 누구인지, 이웃의 평범한 노인이 거짓 증언으로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이유는 무엇인지, 과연 사진 속 소년이 진짜 매슈가 맞긴 맞는 건지 등 크고 작은 미스터리가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전처인 셰릴과 처제 레이철마저 매슈와 관련하여 뭔가를 감추고 있는 듯 보여서 독자는 여러 방향으로 촉각을 곤두세우며 페이지를 넘기게 됩니다.
할런 코벤의 ‘실종 스릴러’는 대부분 가족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다만 행복하고 단란했던 가족에게 닥친 가슴 아픈 비극이 아니라 이미 해체됐거나 심각한 위기에 처했거나 사악하고 일그러진 가족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라서 초반부터 불온한 분위기를 내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거기다가 출생의 비밀, 유전자 분석, 배신과 거짓말 등 한국의 막장극에 버금가는 장치들이 자주 활용되곤 해서 의외의 재미(?)를 선사하기도 합니다.
‘아이 윌 파인드 유’ 역시 비슷한 모양새를 지닌 작품인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자세히 언급할 수는 없지만 매슈를 둘러싼 갖가지 비밀이 데이비드의 진실 찾기와 함께 이야기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어서 할런 코벤의 전작들에서 만끽할 수 있었던 ‘의외의 재미’를 다시 한 번 맛볼 수 있다는 점만큼은 확실히 보증할 수 있습니다.
‘아이 윌 파인드 유’에서 주인공 데이비드와 레이철 만큼이나 눈길을 끈 건 FBI ‘만담’ 콤비인 맥스 번스타인과 세라 자블론스키입니다. 속사포 같은 만담으로 상대의 혼을 쏙 빼놓다가 결정타 한 방으로 넉 다운시키는 두 사람의 심문 방식은 지금껏 보지 못한 특별한 재미를 주는데, 그래선지 할런 코벤의 이후 작품에서도 종종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할런 코벤의 여러 작품에 등장했던 피도 눈물도 없는 변호사 헤스터 크림스틴이 이번 작품에서 카메오로 특별출연한 것처럼 말입니다.
초반부터 범인의 정체가 공개돼서 반전의 맛은 살짝 덜했지만 할런 코벤의 장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 그의 팬이라면 마지막 장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작품으로 할런 코벤과 처음 만난 독자라면 그의 다른 작품들에 대해 궁금증을 품게 될 텐데, ‘실종’이라는 소재에 관심이 있다면 ‘네가 사라진 날’이나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를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