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상자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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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상자’(원제 堪忍箱)1996년 작품으로 미야베 월드 2초기작에 속하는 단편집입니다. ‘미시마야 변조 괴담 시리즈최신작 영혼통행증의 후속작을 기다리고 있었던 터라 다소 아쉽긴 했지만, 오랜만에 초기 미야베 월드 2의 향기를 맛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나름 흥미로운 시간을 만끽했습니다.

 

조금 긴 편집자 후기를 빼면 230여 페이지의 분량에 여덟 편, 즉 편당 평균 30페이지 남짓한 미니급 단편들이 실려 있습니다. 특유의 기담이나 괴담을 기대한 독자에겐 조금은 심심하게 읽힐 수 있는 에도 시대 일상 미스터리가 대부분인데, 재미있는 건 수록작들을 관통하는 공통의 요소가 비밀이라는 점입니다. 대대로 소중히 간직하며 후대에 물려줘야 하는, 하지만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아무도 모르며 절대 열어서도 안 되는 비밀투성이 상자를 다룬 표제작 인내상자를 시작으로, 납치자작극을 요구하는 당돌한 소년의 집안에 깃든 비밀, 전직 사무라이라지만 도무지 내력을 알 수 없는 비루한 낭인의 비밀, 매년 816일이 돌아올 때마다 공포에 사로잡히는 한 도매상의 비밀, 피 한 방울 안 섞인 부모-자식이 간직한 각자의 애틋하고도 가슴 아픈 비밀 등 누구에게 털어놓을 수도, 털어놓고 싶지도 않은 내밀한 비밀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덟 편 가운데 표제작 인내상자십육야 해골이 괴담 혹은 그에 가까운 서사를 다룬다면 나머지 여섯 편은 일상 미스터리 혹은 애틋하거나 블랙코미디 같은 가벼운 소재의 작품들입니다. ‘인내상자보다 먼저 나온 신이 없는 달’(1994)맏물 이야기’(1995) 역시 비슷한 톤의 작품들인데, 이후 미인’(1997)부터 미야베 월드 2이 본격적으로 괴담을 다룬 걸 보면 이 세 편의 작품은 에도시대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희비극을 담담하게 그려내고자 기획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괴담에 관심이 더 많다 보니 인내상자십육야 해골에 더 주목할 수밖에 없었는데, 고백하자면 두 작품 모두 애매한 전개와 엔딩 때문에 다 읽고도 난감함을 느낀 게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선 편집자 후기에서 어느 정도 보충설명을 들을 수 있는데, 독자에 따라선 꿈보다 해몽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제 경우엔 작가의 의도를 어느 정도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은 결정적인 힌트로 읽혀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인내상자를 통해 미야베 월드 2을 처음 접한 독자라면 시리즈 전체가 이런 스타일일 거라고 오해할 수 있는데, 미야베 미유키가 그린 에도시대 괴담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흑백’, ‘안주’, ‘피리술사’(이상 미시마야 변조 괴담 시리즈’), ‘미인’, ‘괴수전중 한 작품만이라도 꼭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또 이 방대한 시리즈를 어떤 순서로 읽는 게 좋을지 모르겠다면 출판사 블로그(https://blog.naver.com/hongminkkk) 또는 제가 정리한 순서(https://blog.naver.com/memories226/221539848880)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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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자나 2022-09-21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내상자가 표제작인데 좀 애매하더라구요~~사실 뭔말인지 뭘 전달하는지 ... 엥?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