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에 이르는 길 1 - 우주의 법칙으로 인도하는 완벽한 안내서
로저 펜로즈 지음, 박병철 옮김 / 승산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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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물리학의 이론부분은 수학에 낯선이에게는 거의 오아시스 없는 사막을 걷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현대물리학의 성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어도 다리를 단단히 딛고서 확인할 징검다리도 구하기 어렵다. 물리과학부생들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유는 현대물리학에 활용되는 수단으로써 수학들은 좀처럼 능숙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수학수식을 능숙히 사용할 수 있게 되더라도 거기에 병행하는 물리적인 의미를 머리에 떠올리기는 더더욱 어렵다. 대가의 손길이 필요한 시점이다.

   

로저 펜로즈는 과감히 현대물리에 도전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일반 대학 물리 교과서(전자기학, 양자역학, 역학, 수리물리, 고체물리 등등)에서는 찾기 힘든, 현대물리학을 성립시킨 토대이론과 수식에 대한 물리적의미를 전해준다. 그래서 이 책은 입문서이면서 주석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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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증 주역학에 대한 소개와 연구를 꾸준히 하시는 김상섭이 번역한 <주역점의 이해>에는, 중국 사상사와 점복사 중에서 주역이 점글로서는 어디에 얼만큼 위치하는지 소개한 논문이 한 편 담겨있다. 

 

 

 

 

 

 

 

 

 

주역안밖으로 다양한 점술이 설명된다. 역전으로 대표되는 주역의 철학적 방향,그리고 그와는 전연 다른 무수한 점복서로의 활용을 탐구한다. 그리고 주역과는 크게 관련없지만 유행한 점술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 3식, 즉 육임, 둔갑, 태을이 나온다. 이들은 오행설을 억지로 갖다 붙여 점술에 응용한 것이라고 간략하게 설명되어 있다. 이들과 사주명리학은 깊은 관계를 갖고 있다.시중에 나온 사주명리학 입문서는 무척 다양하고 그 질도 천차만별이라 초심자에게는 선택이 어렵다. 그 중 좋은 평을 듣고 있는 입문서가 김동완의 책들이다. 전체 시리즈가 9권이라 그냥 그러려니 했지만, 앞의 2권은 사주명리학 기본이론을 내용이나 형식이나 가독성 좋게 편집하여 관심갖은 이에게 권하고 싶다.    

 

 

 

 

 

 

 

 

자신의 사주팔자에 관심있는 분들은 김동완의 이 책들로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좀 더 이론적으로 탐구된 서적을 원하다면, 들만한 책들이 그리 만치않다. 민속학 학자이신 구중회의 글을 권하고 싶다. 민속학 연구는 보통 국외에서 연구된 주제나 소재를 들어 우리 상황을 연구하는 경향이 많아 보이는데, 이 분은 충분한 조사와 연구로 민속학을 안에서부터 정립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시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동안 무경, 풍수, 굿 등 많은 소재를 전문적인 시각에서 다루어왔다. 이 책도 그런 학풍의 연속으로 보인다. <한국 명리학의 역사적 연구>는 온전히 구중회의 글이고, <사주명리학총론>은  여러 논문 중 한편이 그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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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 최후의 100년 - 문명은 왜 야만에 압도당하였는가
피터 히더 지음, 이순호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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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역사는 공화정 제정을 합쳐 1000년을 넘는 장대한 세월이고, 역사연구에 접근할 자원이 풍부한 편이다. 그 역사 속에는 기독교의 탄생과 확산이 포함되어 문화 종교 어느 면 할 것 없이 로마에 유럽이 지고 있는 빚은 어마어마하다.  

이 로마사는 이미 수많은 방식으로 여러 책으로 나와 있다. 대표적인 작가가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사 전체를 다룬 시오노 나나미다. 그리스도시국가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공화정시기와 여러 황제를 거쳐 서로마 제국 멸망, 동로마 제국 멸망으로 그 장대한 역사를 그린다. 일단 이런 흐름에 익숙해지면 개별 인물과 좀 더 피부에 와닿는 입체적이고 생동감있는 역사책을 바라게 된다. 

중요한 로마인물들의 전기로는 최근 번역된 명상록으로 유명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전기가 있고, 그외 앤서니 애버릿의 키케로와 아우구스투스 전기도 눈에 띈다.

<키케로>, <아우구스투스> 앤서니 애버릿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프랭크 맥린 

 

그리고  로마제국 최후와 유럽의 탄생을 실감나게 그린 피터 히더의 책들이 있다.

<로마제국 최후의 100년>, <로마제국과 유럽의 탄생>  피터 히더

   

이 세명 작가들의 집필방식 차이는 굉장히 흥미롭다. 이야기와 논증의 양극단에서 앤서니 애버릿, 프랭크 맥린, 피터 히더 순으로 논증에 가깝다. 앤서니 애버릿은 읽을맛을 주는 이야기로 감정에 호소하는 인상을 주고, 피터 히더는 기존 견해를 압도할 새로운 주장을 독자들에게 설득하기 위하여 사려 깊은, 정밀한 논리를 펼치고 있고, 프랭크 맥린은 흥미롭게도 그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맥린은 어떤 면에서는 치밀한 준비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하기도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한 이야기꺼리와 다른 이야기꺼리 간 관계를 부여하는데 서툴다는 인상을 준다. 

다양한 방식은 다양한 감동을 주고 환영받을만 하다. 

위 책들 중 로마사 속에 빠진 부류가 있다면 종교인들일테다. 유대교 일부 공동체에서 시작된 초기 기독교는 팔레스타인 지역을 넘어 지중해 연안 전 로마제국에 퍼지게 되고 이런 기독교를 빼놓으면 아쉬운 게 또 로마사다. 교리사나 교회사 입장에서 보면 로마 제국속 기독교를 보기는 어렵고 이런 접근은 되려 중세를 설명하는데 보다 적합한 것 같고, 그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가는게 나아 보인다. 사도 바울이 빠질 수 없지만, 기독교 초기로 가면 갈수록 미궁에 빠지는 느낌이다.   

조금 떨어져 성 어거스틴 부터 보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성 어거스틴의 생애와 사상> 피터 브라운 

 

피터 브라운의 문체는 프랭크 맥린과 피터 히더 사이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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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평전 - 권위와 신화의 옷을 벗은 인간 공자를 찾아서
안핑 친 지음, 김기협 옮김, 이광호 감수 / 돌베개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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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물론 이 책이 공자의 평전이지만, 그가 고대 동아시아 문화에 끼친 영향을 생각하면, 사상사와의 연관이 좀 더 있어야 하지 않나, 이 점만 아쉽다. 

접근가능한 문헌을 통해 공자 생애와 그 시대에 대한 큰 그림을 짜고, 그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문장들을 인용하며 눈에 보이게 풀어내고 해석한다.  

공자가 겪었을 인생살이가 차분하게 펼쳐진다. 

지은이가 들었던 학문에 대한 공자의 태도는 다른 고대 사상가들과 구별되는 공자만의 특징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거 같다. 그와 같은 태도는 다른 제자백가 인물들도 겸비하고 공유한 특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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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프랭크 맥린 지음, 조윤정 옮김 / 다른세상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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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원서에는 장구별은 숫자로만 할 뿐 따로 제목이나 내용요약은 없다. 

 

번역서와의 이 차이는 각 장의 내용을 미리 소개하려는 번역자가 친절하게 붙여 놓은 것이다. 되려 저자는 그런 소개없이 각 장으로 바로 들어가 독자들이 읽기를 원하는 것 같다. 각 장마다 우리가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로 떠 올리만한 예측을 이기는 읽을 거리가 꼭 있다.

맨처음부터 저자는 문헌중심을 넘어 옛날동전, 비문 금석학을 총동원한 입체적인 역사의 장에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그릴 것이라고 선언한다. 책을 읽어가면서 이는 절실히 느껴지는데, 2세기 로마를 배경으로 위대한 인물의 향기와 움직임이 눈 앞에, 소설을 읽는 듯 흥미진진하 게 읽히고, 소설보다 뛰어난 점은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 방면의 증거에서 우러나온, 개연성있는 추정으로 형성된, 말 그대로 생생한 역사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선대 황제의 장수로 뜻하지 않게 충분히 준비된 상태에서 40살에 황제의 자리에 올라 로마제국을 다스렸던 아우렐리우스 황제를, 보존된 고대 문헌을 뛰어넘어 저자의 표현대로 확장된 역사의 장에서 접하는 즐거움은 무척 크고 생생했다. 하지만 이 즐거움은 외면적인 영역에서만 유효하다.

프랭크 맥린은 스토아사상을 대하는 로마의 사상가들의 태도를 이 철학자황제에게서 녹아나도록 애쓰는데, 실패로 보인다. 그는 인간 내면에대해서는 능숙하지 못한 접근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는 이 책에서만 드러나는 게 아니고, 아마존 리뷰를 보니 그가 쓴 융 전기(여기에서도 몇 군데 융을 언급한다)에 대한 혹평이 난무한다. 내향적인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거의 못하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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