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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신경병자의 회상록
다니엘 파울 슈레버 지음, 김남시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들뢰즈와 과따리의 ‘앙티오이디푸스’를 좀 더 이해하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이 책을 일고 난 후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후기를 남겨야
할까?’, ‘만약 그렇다면 왜?’였다. 솔직히, 읽어나가면서 중간에 그만 읽으려는 마음을 몇 번이나 다잡았음이
현재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심경이다. (들뢰즈 선생님, 저의
이 마음 꼭 알아주세요~)
가장 먼저 알아야 할 단어 하나를 미리 정리한다. [Vsion: 슈레버가
자신의 환각 체험을 비전이라는 단어로 지칭한 것은 그가 자신의 정신병 증산을 종교 체험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맨 앞부분(1장)은 내
머릿속 이해의 그릇이 충분히 받아줄 만하다.[신경들 중에는 감각 인상을 수용하는 신경(시각, 청각, 촉각, 쾌락 신경)이 있는데, 이것들은
빛, 소리, 열기, 냉기, 배고픔, 그리고 쾌락과 고통의 느낌만을 지각한다. 다른 신경(지성신경)은
정신의 인상을 수용하고 보존할 뿐 아니라 의지의 기관이기도 한데, 인간이라는 유기체가 외부세계에 작용하는
힘으로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충동을 부여하기도 한다…이들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 모든 단일한 지성신경은 그 인간의 정신의 개별성 전체를 표현한다고 말이다. 기억의
총체가 단일한 지성신경 각각에 등록되어 있는 것이다.]
2장부터 슬슬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내가 맞다는 말을 주장함이 아니라, 내 이해의 그릇이 슈레버의 이야기를
받아주기에는 너무 작거나, 나의 이해-기관이 나에게 맞도록
특성화되어서 그럴 것으로 판단한다.[영혼 살해…현세의
삶을 연장하거나 한 인간의 정신 능력을 자기 것으로 삼거나 일종의 개인의 불사를 얻기 위해 하나의 영혼을 다른 한 인간의 영혼에 양도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슈레버가 말하는 스스로의 증세나 그 현상에 대한 표현이 이 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건강한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일종의 신경언어가 존재한다…사유강제라는
말은 내안의 목소리가 나에게 준 표현…본질은 인간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무언가를 생각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때때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지성신경에 휴식을 부여하려는 인간의 자연권이, 내게는 나와 교류를 갖는 광선들에 의해 처음부터 제한되었다는 것이다.- 5장. 계속. 신경언어(내부 목소리). 사유 강제. 세계
질서의 요구라는 특정한 상황에서의 탈남성화][하늘 높은 곳 푸른 빛 궁륭 아래에서 쉬면서 지구
천제츨 내려다보았는데, 그것은 비교할 수 없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광경…신과
함께하는 광경……나는 영혼들의 언어로 영령을 보는 자라고 불렸다. 그것은
영령을 볼 수 있고, 영령들 또는 떨어져 나온 영혼들과 통하는 사람을 의미한다…사실상 세계가 생겨난 이래로 나와 같은 사례가 있었던 적은 없을 것이다. 즉, 한 인간이 떨어져 나온 개별 영혼뿐 아니라 영혼 전체 그리고 신의 전능 그 자체와 지속, 다시 말해 더 이상 중단되지 않는 교통에 들어선 경우는 없었다.- 6장. 개인 체험 계속. 비전. 영령을 보는 자] [그들은 기계 부착이라는 정보수단을 고안…내가 그 기술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대략의 윤곽뿐이다…기계부착은
처음에는 광선에 접합이라고 지칭된 느슨한 형태로 이루어졌다. 여기에 쓰인 광선이란 내게는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 어떤 특별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듯하다…그들은 어떤 장부 아니면 그와 유사한 문서에 지난 몇
년간 나의 모든 생각과 말, 내가 사용하는 물건, 그 외
내가 소유하고 있거나 내 주위에 있던 사물, 내가 이야기를 나누었던 모든 사람들을 기록하고 있다. 누가 이걸 기록하는지는 확신 있게 말할 수 없다.- 9장. 존넨슈타인으로의 이송. 광선과의
교통에서 일어난 변화들. 기록 시스템, 대지에 붙들어 매다.] [이 외에도 언급해야 할 것은 하체 전체에 행해진 기적, 이른바
하반신 부패다…내 뱃속에 하체를 부패시키는 물질을 집어넣었는데, 그로
인해 내가 산 채로 썩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생각…-11장. 기적을 통한 육체 통합의 훼손][지옥의 백작이라는 명칭…그래서 나는 지옥의 백작이라는 표현이 내게 적용된 것은 어떤 오해에 근거한 것이며, 여기엔 원래 뭔가 추상이 근거로 놓여 있었다고 생각…인류의 윤리
타락 또는 지나친 문명화의 결과 생겨난 과도한 신경자극으로 신에게 적대의 힘으로 자랄 수 있었던 어떤 거대한 힘을 지옥의 백작이라 여기게…영혼의 이해…영혼들이 인간의 삶과 사고에 대해 갖게 된 어떤 이상화된
생각…-12장. 목소리가
하는 말의 내용. 영혼의 이해. 영혼 언어. 개인 체험의 연속][…빠르게 나는 새들…지저귀는 새, 제비, 참새, 까마귀 등이다. 지금까지 내가 몇 년 동안 보아온 이런 종류의 새들
중 말을 하지 않는 새는 단 한마리도 없었다.- 15장. 인간 놀음과 기적 놀음. 도와달라는 외침. 말하는 새][…여기에는 처음부터 불완전하게 말하는 시스템이
지배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내 신경이 돌입하게 된 진동 상태와 그것을 통해 생겨난 말은 그 자체로
완결되고 완성된 생각이 아니라 거의 모두 생각의 파편이고, 그것을 통해 그 말들이 어떤 이성의 의미를
지니도록 보충하는 일이 내 신경이 수행해야 할 과제로 주어진다는 것이다. 인간의 자유, 더 정확히 말하면 사유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에 대한 침해-이것이
사유 강제의 본질…-16장. 사유 강제, 그 형태와 부수 현상][…일어나는
모든 일이 나와 관련되어 있다…-20장. 나 개인과 관련된 광선이 자기중심 기반 이해. 개인 관계의 진전
양상][…지금 내 몸이 그 현상에서는 다른 어떤 여성 존재에도 뒤지지 않는 수준의 쾌락신경으로
가득 차 있음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날 관찰하려는 사람은 누구나 이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따라서 내가 들어서게 된 이 미친 삶의 상황에서 내 삶을 이끌어가는 기술은 양쪽 모두, 곧 신과 인간 모두 기꺼이 따라갈 만한 적절한 중간 길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
길이란 신의 광선들이 내 몸의 영혼 쾌락에 참여해 소멸함으로써 그들에게 그 소멸이 받아들일 만한 것이 되고, 나로서는
때때로 밤에 이성 신경을 쉬게 함으로써 정신 욕구에 걸맞은 일에 종사할 수 있는 능력을 어느 정도라도 유지하는 것이다.- 21장. 축복과
쾌락 사이의 관계. 이것이 개인 행동에 미치는 결과]
판사라는 일을 할 정도로 그 시대의 엘리트였기에, 슈레버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병에 대해 분석을 기록한다. […처음부터 아직은 더 상세히 설명하기 힘든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내 잠을 방해하려는, 그리고 나중에는 불면증으로 인한 내 병의 치유를 막으려는 특정한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다.(주: 나는 이것이 극단 수준에서 이루어진
불확정 고의-특정한 의도 없이 이루어지는 범법 행위-일 수
있었음)] 이는 외부의 누군가? 무언가?를 끌어들여 그것이 최초 원인으로 작용하여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방식으로 관점을 가져간다고 파악된다. 그리고 앞서 말한 신경언어에 대해서는 자신이 건강한 사람들과
다른 부류라고 인식하는 것까지는 동의하는 바이나, '건강=정상'이고 '(정신분열을 포함한) 병=비정상'이라는 근대의 사고에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 싶다. 또한 스스로에게 일어나는 탈남성화를 상당히 무게감있게 쓰고 있다. […인류를
갱신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탈남성화는 우주 역사의 초창기에 우리 지구에서건 혹은 다른 천체들에서건 실제로 이미 수차례 일어났던 일이다. 또한 나에게 일어난 기적들 중 적지 않은 부분도, 또 내 육체를
쾌락신경으로 채우는 일도 분명한 탈남성화의 징조를 보여준다. 하지만 검증된 영혼들이 출현한 이후 신이
결정한 세계질서에 어긋나는 설비들로 인해, 아직도 정말 탈남성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어떨지에 대해서는
함부로 특정한 예언을 하지 않겠다.]
이런 현상에 대한 근본 원인 또는 추동자로 신이 도사리고 있다.[신과의
관계가 시작된 이후 오늘까지 내 육체는 끊임없이 신의 기적의 대상이었다….내 육체의 어떤 부문도 어떤
기관도 잠시나마 기적에 의해 훼손되지 않은 곳이 없으며, 그 어떤 근육도 다양한 목적으로 움직이거나
마비시키려는 의도로 기적에 의해 희롱당하지 않은 곳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11장. 기적을 통한 육체 통합의 훼손] […무언가가 생기기를 원하는 신이 광선을 통해 이 의지를 보내면, 그가
원하는 것은 그 즉시 생겨난다. 성경은 이를 "신이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다"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18장. 신과 창조 과정. 자연
발생, 기적을 통해 생겨난 곤충들. 시선 이동. 시험 체계] […신은 인간 창조라는 창조 작업의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만 기적의 힘을 발휘한다. 이 시점 이후 신은 자신이 창조한 유기의 세계를 그 자체에 맡겨둔 채
아주 예외의 경우에만 가끔 기적을 통해 개입한다. 통상 신은 다른 천체에만 관여하고, 세상을 떠난 인간의 영혼을 천상계로 끌어올리는 활동에 주력한다. 그
자신은 광활하게 먼 곳으로 퇴각했다.- 19장. 앞 장의 계속. 신의 전능과 인간 의지의 자유]. 이러한 신에 대해 나름 슈레버는 방어하고 있다. [저주받은
기분 창조…내가 경박한 데다가 단지 순간의 향유에만 매달려있는 인간이라는 인상을 만들기 위해 기적을
통해 내 기분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기적을 통해 기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가능하다. 하지만 그 연관관계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을 할 수는 없다.]
이러한 경험의 의미가 갖는 특별함에 대한 확신, 현실의 인식에 대한
객관과 주관의 혼재가 흠뻑 뒤섞여 있다.[…앞으로는 위에서 말한 생각으로 나를 이끌었던 지각을
전달하는 데 만족할 수밖에 없다. 그 목적은 독자들이 여기서 접하는 것이 단지 한 불쌍한 정신병자-사람들은 아직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의 공허한 헛소리에 불과한
것잉 k니라, 매우 특별할 뿐더러 다른 사람에게는 본성상
접근 불가능한 경험에 입각해있고, 또 수년간의 성숙한 사유를 통해 얻은 결과라는 것, 나아가 그것이 비록 모든 면에서 완전한 진리를 함축하고 있지는 않다 하더라도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수천 년간
이것에 대해 사유하고 기록해온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진리에 가깝다는 인상을 주었다는 것이다…하지만 나는 결코 훼손될 수 없는 진리애와
비범할 정도로 날카로운 관찰력이라는 이 두가지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나의 특성으로 내세울 수 있다고 확신한다]
마지막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분석과 약한 예측을 행하고[…인류를
갱신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탈남성화는 우주 역사의 초창기에 우리 지구에서건 혹은 다른 천체들에서건 실제로 이미 수차례 일어났던 일이다. 또한 나에게 일어난 기적들 중 적지 않은 부분도, 또 내 육체를
쾌락신경으로 채우는 일도 분명한 탈남성화의 징조를 보여준다. 하지만 검증된 영혼들이 출현한 이후 신이
결정한 세계질서에 어긋나는 설비들로 인해, 아직도 정말 탈남성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어떨지에 대해서는
함부로 특정한 예언을 하지 않겠다.] 결론으로서, 고통에 대한 보상이나 대가, 적어도 그 고통이 앞으로 지속은 없어야
한다는 의지[…가장 심한 모욕을 겪고 매일매일 끔찍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여겼던 그 시기에
내가 광선에게 했던 말이 있다. 그것은 이를 보상해줄 정의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윤리상 무결하며 세계질서의 토대 위에 서있는 인간이 그에게 적대한 힘들과의 투쟁으로 인해 몰락하는 일은, 그가 다른 이들의 죄를 대속하는 죄없는 희생자가 되는 일은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와 그 자신의 경험이 앞으로 미래에 종교 변혁으로 될 가능성으로
마무리짓는다.[…나는 내 운명의 미래에 종교와 관련된 생각의 규모가 알려지고 그 올바름을 증거하는
무게 있는 근거가 인류의 종교에 대한 표상에서 역사에 남을 만한 거대한 변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아니
가능하다고 여긴다….나는 승리에 찬 진리의 힘을 믿는다.]
맨 앞에서 말했지만, 이 글을 읽으며 많은 어려움을 느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 스스로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다양한 몸과
마음의 상태를 말해주는데 나와 거리가 너무 커보이고 선뜻 그 거리를 좁히려는 마음도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 인내심의 한계를 많이 느껴왔지만, 다른 책을 읽기 위한 중요한 자료로서, 그리고 슈레버가 겪었을 경험과 고통을 생각해서 끝까지 읽어나갔다. 그리고
글쓴 이가 겪은 특이한 현상 중에는 확신이 부족함을 전제로 적는 사항이 꽤 나온다. 그 특이한 경험은
확신의 단계에 터잡지 못하는 이유는? 그럼에도 스스로의 철학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는 모순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리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달린, 많은 유명인들의
이 책에 대한 찬사가 내게는 와닿지 않음이, 나도 그만큼 근대의 떼를 타버린 결과일까? 상상력의 부족함일까?
마지막 글을 이렇게 정리해보았다. ‘1800년대에서 1900년대 초반 상류층의 인생을 살아간 다니엘 파울 슈레버는 인권, 자유, 권리 등 근대 정신을 실제 향유할 수 있는 구성원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면서 그는 불편부당, 부자유, 외부
주체에 의한 강제, 훼손 등을 경험했고 기록했다. 하지만 (아무리 근대가 가장 발달한 유럽이라 해도) 개인의 정신이 아닌 실제
삶에서 이런 일을 겪은 사람이 얼마나 많았을지 생각해보면 슈레버는 이 책을 쓰는 그 상황에서조차 무언가 진정한 자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슈레버와 얼마나 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