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누운 배 - 제2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이혁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가는 앞날에
대한 느낌을 구체화해서 나타내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들었다. 그렇게 볼 때 이책(누운 배)은 그 이름에 충실하게 본다면 소설 속 나(주인공)를 포함한 회사의 모습에 대한 은유이자 우리 사회의 암울한
앞날에 대한 빗댐이다. 한국이라는 배는 김예슬이라는 21세기
유관순이 몸을 던져 균열을 만들었고, 그 균열이 점점 커져 배꼬리부터 가라앉고 있다. ‘이미 잠긴 곳이 세월호였고, 이제는 산업으로 번져가고 있다’라고 말한다면 조금 앞서간 말일까?
책에 나오는
조선 관련 용어와 업무, 회사에서의 정치 짓거리를 보면서 내 직장 생활의 기억과 겹쳐진다. ‘이윤추구’, ‘정도 경영’, ‘혁신’이라는 대의 명분 속에서 정말 ‘난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패거리/왜곡/골탕먹이기/사람 바보 만들기 등 온갖 추악한 모습이 떠올랐고, 그 분탕질 속에서 살아남아 올라가신 최고 경영자를 보면 존경이라는 덕목이 과연 어울리는 말인지 의문시되고 고민되고
괴로웠다. 주인공 문대리는 3년차지만 아주 압축된 직장 경험을
했고, 난 그걸 아는 데 17년이나 걸렸다. 그리고 회사 내 온갖 암투를, 그리 오랜 생활을 하지 않은 사람
치고는 꽤 잘 풀어나갔다.
한 권의 소설로
아주 잘 쓰였음은 굳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여기서 하나 말하고 싶은 건, 이제 우리 사회의 건강치 못함(‘아프다!’)의 정도가 점점 더 심해져서, 아픔의 다음 단계로 가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다. 경기가 나쁜 건, 마치 봄-여름-가을-겨울과 같은
자연스러운 순환 과정이다. 하지만, 경기 하강이 지속되면(그래서 호황으로 넘어가지 않으면) 마치 1년 내내 겨울이 지속되는 것으로, 그렇게 겨울이 오래 되고, 정치와 사회가 엉망이 되면 우리 인류는 평화의 반대편을 향해 치닫곤 하지 않았던가?
글속 조상무로
대표되는, 믿는 빽이 있는 사람들이 조직의 질서를 해체하고 자기(또는
자기 위의 최종 의사 결정자)에 맞게 조직(시스템)을 쥐고 흔들고 위에 약하고 아랫사람에게는 한없이 강한 그런 사람이 왜 그리 사회의 상층에서 다 눈에 자주 띄는지, 그게 우리의 역사이고 사회생활의 진리일까? 이승만의 이기붕, 히틀러의 요제프, 이세황제의 조고 등 그런 2인자는 역사에 숱하게 나온다.
회사를 그만두고, 마냥 편치 않은 마음으로 이 책을 우연히 알고 읽다가, 그 속에
있는 나를 발견하면서 반가움과 안타까움이 엇갈린다. 누군가에 끌려가거나 지시 받지 않고, 내 의견을 입속에 담아 놓기만 하고, 분노를 억누르는 그 노예의
마음을 벗어나려고, 적지 않은 무리와 만류를 감수하고 회사를 나왔고,
회사 안에 있을 때와는 다른 고민으로 머리가 가득차 있다. 그 고민의 흔적을 이렇게 좋은
글로 승화시킨 글쓴 이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