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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
미즈타니 오사무 지음, 김현희 옮김 / 에이지21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에 활보하는 각종 악의 무리들의 정신 세계를 조명해보면,
그 악랄한 비행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생물학적 정신질환, 극복되지 못한 컴플렉스, 우발적인 충동 등)
그중 가장 많은 원인이 바로 '애정결핍'이 아닌가 한다.
나는 직업상 많은 청소년들을 만나지만, 그들의 문제되는 행동들의 근원에는
반드시 이 애정결핍의 요소가 자리잡고 있다는걸 안다.
누군가에게 충분히 사랑을 받는다, 는 것은 정말로 중요하다.
그렇게 자란 아이와 그렇지 못하게 자란 아이들의 행동양식이,
정말 다르다고 느끼는 경우가 꽤 여러번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이 아닌, 비행을 저지르는 아이들의 경우는,
십중팔구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다.
이 사랑받지 못해서 어긋나고 왜곡되고 빗나간 아이들의 마음과 행동들을
어떻게 추스려주고, 어떻게 보듬어줄 수 있을까.
많은 학자들과 교육자들이 비행 청소년들을 논하고 걱정하지만,
정작 그들이 마음을 열고 그런 아이들을 받아들이고 접하고 있는지는 언제나 의심스럽다.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 미즈타니 오사무>는 너무나 담백한 책이다.
일본의 야간 고등학교 교사라는 저자는 12년간 밤거리로 직접 나가 방황하는
아이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 만남들은 전부 슬펐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만남들은 모두가 소중한 만남들이었으며, 그들과의 만남을 단 한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만약 저자가 자신의 무용담이나 어떤식으로 그들을 계도했느냐에 관련된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내용이었다면 나는 결코 이 책을 오래 읽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이 책은 참 담백하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자신이 돌봐주던 아이가 끝내 자살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고, 믿었던 아이에게서 배신을 당하기 일쑤, 또 조직폭력배 두목과 직접 만나서 아이를 빼오기도 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아이 대신 자신의 새끼 손가락을 잘리기도 한다.
언제나 밤의 아이들과 최전방의 만남을 주저하지 않는 그의 철학은 참으로 심플하다.
"행복한 사람이든, 불행한 사람이든
태어난 이상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많은 행복과 슬픔이 함께한다.
그리고 슬픔보다 기쁨이 많은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나는 밤거리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것을 삶의 보람으로 여긴다. 그들을 만나지 않으면 나는 살아갈 수 없다.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물으면, 항상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 아이들이 걱정돼서요." 하지만 사실은 외롭기 때문에 아이들을 찾는 것이다"
아이들은 역시나, 아이들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아무리 악하게 굴고 삐딱선을 타도, 그 이유의 대부분은 애정결핍으로 인한 나름대로의 생존본능, 내지는 애정요구 행위인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 변화가능성이 놀라울 정도이다. 세상을 흡수해내는 능력이 어찌나 빠른지 모른다.
지탄받아야할 사람들은 언제나 어른들이다.
밤의 아이들을 만들어내고 이용하는 당사자는, 늘 어른들이기 때문이다.
만약 어른들이 아이들을 제대로 사랑해주기만 했더라면,
이 밤의 아이들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내 주변에도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삐딱이들이 여러명 있다.
이 삐딱이들은 가끔 흠씬 혼내주거나 때려주기만 해도, 오히려 사이가 더 가까워지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여리디 여린 존재들인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오사무 씨도 말을 했지만, 누군가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이거나,
곤란한 상황에 빠진경우 그 사람이 어른이라면, 나는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곤란한 상황에 빠진 경우라면, 최선을 다해 도와줄 작정이다. 더 이상 희망이 없어 고통받는 아이들, 만큼, 슬프고도 또 슬픈 존재들이 어디있을까. 아이들은 희망이 있고 꿈이 있어야 아이들이다. 절망과 좌절은 나중에, 아주 나중에, 그때 해도 충분히 늦지 않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