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듣고 있는 자연 소재의 명상음악 <순백의 이야기>와 창 밖 풍경이 너무나 맞아 떨어진다.

하얗게 눈이 쌓인 뒷 뜰(?)의 풍경, 덩달아 하얗게 헐벗은 가느다란 나무들....

여름이면 보이곤 하던 살찐 다람쥐들은 자취를 감춘지 오래 되었다.

그리고, 한없이 평화로운 고요, 고요,....고요. 이따금씩 고요를 가로지르는 바람소리만이 차가운 겨울에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다.

요즘의  내 마음의 풍경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평화롭고 한가하고, 또 기묘하게 가득차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오직 나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도록, 인생이 기꺼이 내게 할당해준 이 소중한 시간 속에서.

하루하루 성장하는 꿈을 꾸고 있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라로 2007-02-09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외국에 사세요? 아님 님 사시는 곳에는 눈이 왔나요?
제가 사는 곳엔 비가 왔어요. 오늘 아침에도 비가 왔나봐요~.
봄이 오기전에 마지막 눈을 볼 수 있을지....

서재 시작하신지 얼마 안되셨죠?
조용한 생활을 즐기시는데 제가 방해가 되진 않았나 모르겠네요~.^^;;;
저도 서재 시작한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는데 님의 서재를 방문하니
그때 느낌이 났어요. 혼자 있어서 좋지만 또 한편으로 쓸쓸한,,,,전 그랬거든요~.^^;;;
좋은 리뷰 잘 읽고 보관함에도 몇개 넣었어요~.
좋은 하루 되시길...

캐리온 2007-02-10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찾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볼 것도 없는 이곳에 와주시다니...!
저는 지금 미국에 머물고 있답니다. 주로 집에서 혼자 지내고, 또 여기 서재에서도 혼자.... 어느새 이 고요하고, 한가한 기운에 푹 빠져버린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또 쓸쓸한 것도 사실이랍니다.
무엇보다 툭 터놓고 한껏 수다를 떨 친구가 없다는 거..^^

나비님 서재도 즐겨찾기 할게요. 종종 찾아뵈어도 되죠?

라로 2007-02-10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에 머무신다는 말씀은?
곧 오실수도 있다는 말씀인가요?
암튼 저도 툭 터놓고 수다떨 친구,,,,그게 제일 고프더라고요...ㅎㅎ
저도 종종 찾아 올께요~.
우리 누구 서재에서든 종종 만나요~.

라로 2007-02-12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ew Face
 
 


 서재의 달인
진화 중인 영혼
닉네임 : Carrie~(mail),
서재 지수 : 690

 리뷰의 달인
진화 중인 영혼
닉네임 : Carrie~(mail),
서재 지수 : 690

 리스트의 달인
곰곰님의 서재
닉네임 : 곰곰,
서재 지수 : 60

페이퍼의 달인
露地白牛
닉네임 : 返照(mail),
서재 지수 : 1780

지식의 달인
 
오늘 명예의 전당에 올라온 것이에요.
순간캡쳐라 못보셨을까봐~~~.^^

캐리온 2007-02-12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이런 게 다있네요? 서재와 리뷰의 달인에 동시에 등극되었네요.new face라..... 고마와요, 알려주셔서. 이런 세계가 또 있었군요. 하핫... 책 좋아하는 많은 분들을 많이 본받아야겠어요.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별아 지음 / 문이당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세 가지 부분에 대해서 놀랐는데 첫째는 작가가 우리말을 너무나 노련하게 잘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왁살스러운, 자늑자늑하게, 보짱, 걀쭉해졌다. 는실난실 걸어가다, 뚱기어 두다, 거물거물, 총냥이, 야살스레....’ 책의 중간 부분을 무작위로 펼쳐서 불과 몇 페이지 안에 발견할 수 있는 맛깔스러운 우리말들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고 인터넷 국어사전에 접속을 해야 했다. 어감을 통해 대강의 의미는 짐작하겠으나 그 정확한 의미가 궁금했던 단어들이 여러 개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숨겨진 보물을 찾듯 책과 사전을 열심히 오가며 우리말 숨바꼭질을 해야 했다. 덕분에 나도 한 가지, 좋은 결심을 하게 되었다. 외국어 단어만 외우려들지 말고, 개인적으로 우리말 단어 수첩을 하나 만들자는 것. ^^

두 번째 놀란 점은 신라시대의 성 모랄이 상당히 개방적이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역사책을 좀 더 살펴봐야겠지만 어쨌든 이 소설에서 보여주고 있는 부분에서는 그러하다. 책의 맨 앞장에 친절히 나와 있는 도표가 아니었다면 누가 누구랑 색공하고 사통했는지 매우 헷갈릴 정도였다. 그리고 미실이 사통한 남자의 혈육관계를 따져보면 놀랍게도 사촌 언니의 아들이거나 남편의 배다른 자식, 남편의 형, 뭐 그런 식이다. 현대의 성 모랄의 관점에서 본다면 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근친상간의 터부는 전 세계적이고 전 인류적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우리나라의 신라시대에 버젓이 행해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이 책은 역사책이 아닌 소설이고, 미실의 신분이 대원신통이라는 왕족에게 색을 조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신분이기에 좀 특별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읽는 내내 흥미로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이런 일들이 전부 엄격한 조선이 들어서기 전, 엄연히 우리나라임이 분명한 신라라는 나라에서 일어났다는 점, 그리고 막나가는 부류가 아닌 왕족과 진골들 사이에서 행해졌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 책이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작가의 개인적 역량도 뛰어났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소재를 잘 잡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놀랐던 점은 미실의 캐릭터이다. 소설 전체가 엄청난 카리스마를 지닌 캐릭터인 미실을 중심에 두고 플롯이 구성되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데, 재미있던 점은 미실의 세계관이 나의 기대를 계속 배반한다는 점이었다. 무엇보다도 미실은 죄의식 따위를 별로 느끼지 않는 여자이다. 많은 남자들과 별다른 고민 없이 사통하고, 그 후에 절대로 후회나 반성 따위는 하지 않으며 자신이 지닌 아름다움으로 끊임없이 누군가를 기만하기도 한다. 욕망과 쾌락의 궁극을 위해서 소위 말하는 최음제를 제조해서 먹기도 한다. 그녀가 자신의 삶을 긍정하는 유일한 방식은 마음이 흐르는 대로 몸이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녀는 신성한 관념과 천상 도리를 좇느라 현세의 ‘노예’로 남는 것을 거부한다. 자신의 욕망과 정직하게 대면하면서 지상의 ‘인간’ 그 자체이기를 원한다. 진정한 진실은 머리로는 구할 수 없으며, 마음이 가고 몸이 가는 곳이야말로 참된 진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녀의 신앙은 자기 자신이었다. 사랑조차도 그녀에게는 미덥지 않은 무엇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이미 나약하므로 그들이 하는 사랑이라는 것 역시 불완전하다는 것을 눈치 채고 있던 것은 아닐는지. (내게는 너무나 강렬한 깨달음이었다. 인간의 사랑은 결코 완전하지 않다, 이걸 인정하고 나니 내 삶의 어떤 부분의 진실이 편안하게 스르르 풀리는 듯 했다.) 미실은 더 노골적으로 편파적인 사랑을 행한다. 하지만 그것은 신도 역시 마찬가지다.
 ‘애초에 신명은 공평하지 않아요.’
신의 사랑에 편애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찌 누군가만을 그토록 아름답게 창조할 수 있겠는가! 

미실이 세상을 끌어안는 원천은 육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미와 성애의 강렬한 긍정이다. 그녀는 성애를 통해 점점 자유로워지고 성애 자체가 그녀에게는 하나의 완전한 세상이다.그녀의 사랑은 다른 이들과 그 방식이 조금 다르다.
 
 미실은 운이 좋은 여자다. 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서 사랑을 얻고 또 사랑을 주었기 때문이다. 미실은 사랑으로 삶을 탕진했다. 아낌없이 모두 낭비했다. 미실도 늙고 이제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이 되었다. 그녀는 딱 한가지의 후회를 하는데, 그것은 더 사랑을 하지 못한 것. 그 것 뿐이다.  그녀는 끝까지 세상의 도덕적 일반론으로 자신의 삶을 부정하지 않았다. 자신에 대한 긍정을 끝까지 유지했다. 의리를 지켰다고나 할까. 이 부분에서 미실이라는 캐릭터가 발하는 '소설적'인 매력이 상승한다고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자의 계절
고은주 지음 / 문학사상사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술술 잘 읽혔고, 삶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엿볼 수 있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자로서 어느 정도의 공감을 느꼈다. 이 소설에서도 여자 친구들 4인조가 등장한다. 여자 친구들 4인조는 참 매력적인 설정인 것 같다. 각자 개성 있는 그녀들을 통해서 4가지의 전형적인 인간 캐릭터를 창조해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녀들의 삶을 묘사하면서 어짜피 삶이란 건 상대적이고 다양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은 30대 중반의 여성의 삶을 그리면서도 그 중 특히 성적 욕망과 정체성 탐구에 집중한다. 친구들은 끼리끼리 모인다지만 이 네 친구들은 성적 가치관에 있어서는 제각각이다. 성의식이 자유로운 미류는 모든 관념을 걷어낸 채 오직 육체적인 감각을 추구하는 경지로까지 자신의 욕망을 극대화 시켜내는 인물, 어머니로부터 자전거조차 마음대로 타지 못하게 교육받은 은해는 끝까지 순결을 지켜내다가 치과의사와 결혼했다. 세하는 첫경험의 상대자와 결혼을 한 낭만주의자이고 지원은 커리어우먼으로 자신의 콤플렉스를 치유하기 위해 기꺼이 노력하기도 하는 현실주의자이다. 이 네 여자들의 성적담론과 가치관들 중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짜피 사람이란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기 마련이니까. 결국 자신이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식이 가장 옳은 방식일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각자 행복해지는 방식은 각기 다르다는 것.
 
 그래서인지 작가 역시 네 여자의 삶을 보여주기만 할 뿐 어느 한 곳에 손을 들어주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물론 말미에서 어설프게 상황을 화해시켜내는 방식은 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예를 들면 세하가 칠 년 만에 임신하면서 갑자기 남편과의 갈등상황이 종료된달지, 은해가 오랜 기간 자신을 억압해온 남편과의 ‘진지한 대화’를 통해 남편을 체념하고, 평온을 얻는 설정 같은 것은 이휴, 쫌....그랬다. 어찌 보면 미류의 캐릭터가 그마나 가장 ‘소설적인 설득력’이 있다고 해야 하나. 가정을 지켜내되 자기 자신의 욕망에도 솔직하고자 하는 영악스런 캐릭터.
 
 어쨌든 이 책의 결론은 ‘성’이라는 것에 너무 많은 의미를 굳이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묵묵히 흐르는 세월 속에서 삶을 제대로 누려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해서 맥이 빠지는 결론일 수도 있겠지만, 나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동감한다. 앞으로 나이가 더 들어갈수록, 여자로서 성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 할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것에 대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으며, 삶의 거대한 흐름과 소용돌이 속에서 함께 하리라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학자
배수아 지음 / 열림원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지인의 강력한 추천이 있기도 했지만 ‘독학자’라는 제목이 주는 고독하고도 왠지 모르게 알차 보이는 첫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은 초기의 배수아의 작품 스타일에서 많이 달라져있었다. 초기작에서 그녀가 낯선 감각을 잘 환기시켜내는 재주가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그녀는 진지한 사유의 방랑자로 변모해있었다.

 스물 두 세살 쯤인가 어느 겨울, 나는 세상이 내게 부여한 가치들을 전부 세척하고 나만의 가치로 다시 세상을 정립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작업은 매우 지지부진하긴 해도 오늘날까지 꾸준히 해오고 있긴 하다- 이제 대학생이 된 스무살짜리 주인공 역시 당시의 나와 조금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것 같다. 물론 나보다 더 진지하고 과감해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학생운동이 한창이었던 것은 80년대라고 하지만 배수아가 이 책에서 냉소하고 있는 ‘군중 속에 편입하려 드는 유치한 낭만주의자’들을 나 역시 내가 스무살이던 시절-90년대-에도 본 것 같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내 기억 속에서 실재하는 몇몇 얼굴들이 떠올랐으니까. 아마도 그런 종류의 인간 유형은 어느 시대고 존재하는 것이겠지. 왜 그들은 ‘얽매여 있지 않는 상태’를 못 견뎌하는 것일까. 그런 유형의 인간들이 주종을 이뤘던 동아리에서, 내가 느꼈던 이질감이나 어긋남의 원인을 알아채는 데는 오랜 시간이 흐른 후였다. 아마도 배수아도 그녀의 책에서 말했듯이 스무 살이란 읽을 수는 있어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는 없는 시기였기 때문일테지.


 스무 살 주인공이 스스로 세운 대학에서 마흔 살까지 ‘오직 공부’만 하려는 준열한 정신은 그 마음가짐만으로도 이미 감동적이다. 정신을 단련시켜 자신만의 언어를 소유하고자 하는 주인공의 욕망은 나 역시 오랜 기간 품고 있던 간절한 소망이기도하다. 그리고 주인공이 유토피아로 설정하고 있는 마을의 모습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곳과 매우 닮아 있다는 것에 조금 놀랐다. ‘현대적인 교통수단이 없는 도시, 거의 어느 곳이든지 걸어가야 하므로 사람들이 멀리 사는 곳, 오락거리도 없고 대중적인 문화도 존재하지 않으며 사람들이 밤새  책을 읽는 곳’ 현재 내가 머물고 있는 이곳은 대중교통 수단의 발달이 미비하고 작은 숲과 호수가 있으며 바람에 흔들리는 가느다란 나뭇가지 소리가 가장 큰 소음인 곳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곳 사람들이 밤새 책을 읽는 지는 나로서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주인공이 그토록 염원하고 은둔하고자 하는 장소와 비슷한 곳에 현재 나 역시 은둔(?)중이니 이 시간을 소중하고 알뜰하게, 품속에 꼬옥 안았다가 아끼듯 꺼내어 써야만 할 것이다.


 내게는 이 책이 결코 쉽거나 재미있게 읽히지 않았다. 가끔씩 눈에 띄는 비문과 현란한 사색의 물꼬를 따라가다가 길을 잃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배수아의 소설은 날렵하거나 세련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책을 종종 손에 쥐게 하는 것은 그녀만의 단호한 어조랄지 -‘나는 이제 네가 지겨워’ 같은- 비문과 낯선 감각이 빚어내는 그녀만의 독특한 울림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녀는 분명,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작가 중 하나일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
미즈타니 오사무 지음, 김현희 옮김 / 에이지21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에 활보하는 각종 악의 무리들의 정신 세계를 조명해보면,
그 악랄한 비행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생물학적 정신질환, 극복되지 못한 컴플렉스, 우발적인 충동 등)
그중 가장 많은 원인이 바로 '애정결핍'이 아닌가 한다.
나는 직업상 많은 청소년들을 만나지만, 그들의 문제되는 행동들의 근원에는
반드시 이 애정결핍의 요소가 자리잡고 있다는걸 안다.
누군가에게 충분히 사랑을 받는다, 는 것은 정말로 중요하다.
그렇게 자란 아이와 그렇지 못하게 자란 아이들의 행동양식이,
정말 다르다고 느끼는 경우가 꽤 여러번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이 아닌, 비행을 저지르는 아이들의 경우는,
십중팔구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다.
이 사랑받지 못해서 어긋나고 왜곡되고 빗나간 아이들의 마음과 행동들을
어떻게 추스려주고, 어떻게 보듬어줄 수 있을까.
 
많은 학자들과 교육자들이 비행 청소년들을 논하고 걱정하지만,
정작 그들이 마음을 열고 그런 아이들을 받아들이고 접하고 있는지는 언제나 의심스럽다.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 미즈타니 오사무>는 너무나 담백한 책이다.
일본의 야간 고등학교 교사라는 저자는 12년간 밤거리로 직접 나가 방황하는
아이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 만남들은 전부 슬펐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만남들은 모두가 소중한 만남들이었으며, 그들과의 만남을 단 한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만약 저자가 자신의 무용담이나 어떤식으로 그들을 계도했느냐에 관련된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내용이었다면 나는 결코 이 책을 오래 읽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이 책은 참 담백하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자신이 돌봐주던 아이가 끝내 자살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고, 믿었던 아이에게서 배신을 당하기 일쑤, 또 조직폭력배 두목과 직접 만나서 아이를 빼오기도 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아이 대신 자신의 새끼 손가락을 잘리기도 한다.
 
언제나 밤의 아이들과 최전방의 만남을 주저하지 않는 그의 철학은 참으로 심플하다.
 
"행복한 사람이든, 불행한 사람이든
 태어난 이상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많은 행복과 슬픔이 함께한다.
 그리고 슬픔보다 기쁨이 많은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나는 밤거리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것을 삶의 보람으로 여긴다. 그들을 만나지 않으면 나는 살아갈 수 없다.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물으면, 항상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 아이들이 걱정돼서요." 하지만 사실은 외롭기 때문에 아이들을 찾는 것이다"
 
아이들은 역시나, 아이들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아무리 악하게 굴고 삐딱선을 타도, 그 이유의 대부분은 애정결핍으로 인한 나름대로의 생존본능, 내지는 애정요구 행위인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 변화가능성이 놀라울 정도이다. 세상을 흡수해내는 능력이 어찌나 빠른지 모른다.
 
지탄받아야할 사람들은 언제나 어른들이다.
밤의 아이들을 만들어내고 이용하는 당사자는, 늘 어른들이기 때문이다.
만약 어른들이 아이들을 제대로 사랑해주기만 했더라면,
이 밤의 아이들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내 주변에도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삐딱이들이 여러명 있다.
이 삐딱이들은 가끔 흠씬 혼내주거나 때려주기만 해도, 오히려 사이가 더 가까워지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여리디 여린 존재들인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오사무 씨도 말을 했지만, 누군가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이거나,
곤란한 상황에 빠진경우 그 사람이 어른이라면, 나는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곤란한 상황에 빠진 경우라면, 최선을 다해 도와줄 작정이다. 더 이상 희망이 없어 고통받는 아이들, 만큼, 슬프고도 또 슬픈 존재들이 어디있을까. 아이들은 희망이 있고 꿈이 있어야 아이들이다. 절망과 좌절은 나중에, 아주 나중에, 그때 해도 충분히 늦지 않을테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