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계절
고은주 지음 / 문학사상사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술술 잘 읽혔고, 삶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엿볼 수 있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자로서 어느 정도의 공감을 느꼈다. 이 소설에서도 여자 친구들 4인조가 등장한다. 여자 친구들 4인조는 참 매력적인 설정인 것 같다. 각자 개성 있는 그녀들을 통해서 4가지의 전형적인 인간 캐릭터를 창조해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녀들의 삶을 묘사하면서 어짜피 삶이란 건 상대적이고 다양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은 30대 중반의 여성의 삶을 그리면서도 그 중 특히 성적 욕망과 정체성 탐구에 집중한다. 친구들은 끼리끼리 모인다지만 이 네 친구들은 성적 가치관에 있어서는 제각각이다. 성의식이 자유로운 미류는 모든 관념을 걷어낸 채 오직 육체적인 감각을 추구하는 경지로까지 자신의 욕망을 극대화 시켜내는 인물, 어머니로부터 자전거조차 마음대로 타지 못하게 교육받은 은해는 끝까지 순결을 지켜내다가 치과의사와 결혼했다. 세하는 첫경험의 상대자와 결혼을 한 낭만주의자이고 지원은 커리어우먼으로 자신의 콤플렉스를 치유하기 위해 기꺼이 노력하기도 하는 현실주의자이다. 이 네 여자들의 성적담론과 가치관들 중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짜피 사람이란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기 마련이니까. 결국 자신이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식이 가장 옳은 방식일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각자 행복해지는 방식은 각기 다르다는 것.
 
 그래서인지 작가 역시 네 여자의 삶을 보여주기만 할 뿐 어느 한 곳에 손을 들어주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물론 말미에서 어설프게 상황을 화해시켜내는 방식은 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예를 들면 세하가 칠 년 만에 임신하면서 갑자기 남편과의 갈등상황이 종료된달지, 은해가 오랜 기간 자신을 억압해온 남편과의 ‘진지한 대화’를 통해 남편을 체념하고, 평온을 얻는 설정 같은 것은 이휴, 쫌....그랬다. 어찌 보면 미류의 캐릭터가 그마나 가장 ‘소설적인 설득력’이 있다고 해야 하나. 가정을 지켜내되 자기 자신의 욕망에도 솔직하고자 하는 영악스런 캐릭터.
 
 어쨌든 이 책의 결론은 ‘성’이라는 것에 너무 많은 의미를 굳이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묵묵히 흐르는 세월 속에서 삶을 제대로 누려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해서 맥이 빠지는 결론일 수도 있겠지만, 나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동감한다. 앞으로 나이가 더 들어갈수록, 여자로서 성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 할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것에 대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으며, 삶의 거대한 흐름과 소용돌이 속에서 함께 하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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