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정도까지 방 안으로 가득 쏟아지는 햇살에,

나날이 중독되어가고 있다.

창 가 바로 아래 위치한 책상 앞에 앉아서 뭔가를 끄적대거나,

뭔가를 읽거나 하는 게 너무나 즐겁고 뿌듯하다.

폭하니, 나를 어루만져주고 나를 감싸주는 듯한 다정한 기운이,

오직 그 시간대에만 충만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거실에서 컴퓨터를 하다가도 그 시간에 돌입하면, 곧장 방 안으로 향한다.

저녁에 수업이라도 있을라치면, 그 자리에서 벗어나는 걸 아쉬워하고.

 

햇살에도 중독성이 있다는 걸,

처음 ,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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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이기주의자
웨인 W. 다이어 지음, 오현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제목 하나는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원래 제목은 Your erroneous zones, 당신의 오류지대, 쯤 되는 데 사실 이 제목이라면 별로 손이 가지 않았을 것을 한국판 제목으로 '행복한 이기주의자'라고 지어놓으니 어찌 손이 가지 않을 수 있었으랴. 23쇄까지 찍은 걸로 봐서 그럭저럭 판매부수도 괜찮은 모양이다. 전적으로 제목을 잘 지은게다.

 하지만!!!

이 책을 결코 제목으로만 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동안 내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많은 줄을 쳐야했고 가장 많은 되새김을 해야만 했던 책이었기에. 그만큼 내게 던져 준 공감도가 매우 컸다라는 것. 요즘들어 가뜩이나 나 자신의 중심을 잡는 작업에 열정을 쏟아붓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크나 큰 공감의 파장을 던져주었다. 그 동안의 내가 해 온 생각에 힘과 근거를 실어준 책이라고 할까.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느꼈던 그 통쾌함,을 뭐라고 설명해야할 지 잘 모르겠다. 요즘들어 읽는 책들에서 공통되게 느꼈던 쾌감이기도 한데, 뭐랄까. 평소에 내가 품고는 있었지만, 주변인들이나 대중매체에서는 얻을 수 없었던 지지를 얻은 느낌이랄까. 그것봐라, 이 많은 책들이 내 의견과 같지 않나? 역시 나는 옳았던게야...하는 살짝이 유치찬란한 안도감 같은거.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이런 나의 생각을 읽는다면 단호히 호통을 칠런지도 모른다. 세상에 '옳은 의견'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옳고 그름'을 분별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나는 이 책을 정말 깊게 읽었는데, 읽는 내내 조금씩 내 자신이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내 자신을 옭아매고 있었던 온갖 종류의 부조리하고 말도 안되는 사슬들이 스르르 녹아내린다는 느낌마져 들었다. 아마도 그것은 저자의 조금은 무소불위하다고 느낄 정도로 확신에 찬 문체 덕분이 아닐까 싶다.

 오랜 세월 나를 키워온 온갖 종류의 억압들은 이미 내게 자연스럽게 체화되버렸고 그것들을 책 한 권으로 떨쳐낸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임을 안다. 하지만 이런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이나마 억압의 실체를 알아가고 내 자신이 스스로 파놓은 자기함정들을 깨닫는 것이 반복된다면, 언젠가는 조금 더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행복한 이기주의자가 되기 위해서, 내가 체화해야만 하는 것들을 꼭 잊지 말아야겠다. 그것들은,

다른 사람의 눈치보지 않기, 자책감과 걱정 버리기, 독립심 키우기, 의무감에 끌려다니지 않기.....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당당하고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는 생활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 책의 가장 마지막 장인 제12장에서 저자가 말하는 행복한 이기주의자, 그 가상 인물을 묘사하여 나열해 놓은 장장 9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은 뭐랄까, 감동적이다.  하루에 한번씩은 꼭 외우고 싶을 정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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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코드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강준만 교수는 참 쉽게 쉽게 글도 잘 쓰고, 다작을 하는 분인 것 같다. 그의 이름으로 출판된 책들이 많기도 많다. 하지만 나에게 그의 책은 대학교 3학년때쯤 대중문화 관련 서적 한 권 읽은 것, 그리고 이번에 읽은 이 책. 달랑 두 권이 전부. 먼 옛날(?)이긴 하지만,예전에 그의 글을 읽었을 때 인상이 좋았다. 그래서 내가 요즘 무척 관심이 있는 '한국'을 분석한 책이 나왔다길래, 주저 않고 샀다.

최근 미국에 머물면서 생긴 재미있는 현상은, 미국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관심도 부쩍부쩍 커진다는 것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의식하지 못한, 익숙했던 것들이 이곳에 와서 보니 낯설고 독특한 무엇으로  다시 느껴지는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생기고, 뭐랄까, 삶의 다양성을 향해 내 스스로가 유연하게 열린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그 느낌을 넘어서서 도대체 왜 한국인들에게 그런 독특한 습성이 생겼을까, 란 질문은 늘 내게서 풀리지 않았다. 물론, 막연하게 짐작되는 이유들은 있었지만 나는 좀더 실증적인 분석들을 접하고 싶다란 생각을 했었다.

 같은 한국인이라도 개인차가 있겠지만, 그래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전반적으로 특성이 있다면 그것은 사회, 역사, 정치적인 측면에서 그 원인을 도출해야만 할 것이다. 강준만 교수가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한국의 사회, 역사적 특성으로는 오랜 기간 단일민족이라는 점(생물학적 의미가 아닌), 6.25 전쟁으로인한 심리적 트라우마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는 점, 1950년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적, 정치적 급성장을 이루었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그래서 우리 한국인들에게 나타나는 다양한 특성들이란, 조급증과 극단주의, 변화친화적이지만 획일적인 사회 분위기, 타인지향적 인정욕구,가족중심주의-정치적 부정부패, 서열 정하기 문화, 평등주의 등등...사실 대부분은 나도 평소에 많이 생각했던 부분들이다. 재미있던 것은 우리 나라에서 종종 보곤 하던 가족 중심주의의 원인은 중앙 정부와 사회제도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겐 어떻게든 개인단위로 살아남아야만 한다는 생존방식이 익숙해졌고 그 결과 가족중심주의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가족중심주의는 순기능도 많지만 역기능도 많다고 한다. 가장 큰 역기능은 바로 정치적인 부정부패로 연결된다는 점.... 그러고보니 저자가 지적한대로 가족중심주의 국가일 수록 정치적 부패가 많은 것도 사실인 듯 싶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인 자녀교육에 대한 욕망,,,,!! 그것의 중심에는 신분상승 욕구가 있다고 한다. '교육'이 더이상 '교육' 이 아닌 살벌한 계급투쟁의 장이 되버렸다는 것. 솔직히, 이미 알고 있던 사항이긴 하지만, 막상 책에서 읽고 보니, 이해는 되지만.....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는 걸까? 하는 회의감이 더 크게 밀려온다.

 100퍼센트 객관적으로 한국을 바라본다는 건 한국인의 입장에서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뭔가를 성취해내는 화끈한 추진력이 있는 나라라는 점은 확실하다. 불과 50년만에 가장 밑바닥에서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는 건 정말 기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인들이 참 피곤하게 산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행복은 그다지 큰 고려사항이 아니다. 언제나 타인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가, 타인의 인정 여부가 더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덮으면서 생각한 건데, 한국은 참 재미난 나라다. 우스개 소리로 내가 종종 하는 말이 있다. 우리 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우수한 인력에도 불구하고 좁은 국토에 있다. 만약에 미국의 쓸모없는 사막이라도 한국인들에게 주어진다면, 우리는 그 땅을 아마 세계에서 가장 근사한 옥토로 바꿀 것이다...라는 가설. 물론, 그런 결과를 만들기까지 물 밑에 감추어진 우아한 백조의 다리처럼 엄청난 생존투쟁을 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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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심리학 1 - 내 마음 속 미로를 찾아가는 109가지 심리 이야기
박지영 지음 / 파피에(딱정벌레)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나는 '인간'에게 관심이 참 많다. 그동안 그 '인간'에 접근하는 가장 매력적인 방식이 내겐 바로 소설을 통한 것이었다. 그리고 최근 몇년동안 나를 사로잡고 있는 통로가 이 심리학이다. 전에 다니던 직장에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괴팍한 성격의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같이 지낸다는 고통을 넘어서서 나로서는 참 호기심이 생기는 사람이기도 했다. 도대체 어떤 것이 저런 성격을 만들었으며, 그런 성격을 통해서 저 사람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그래서 그때 내가 구입했던 책이 아마 <이상심리학>인가 그랬을 거다.

 <유쾌한 심리학>은 심리학의 기초를 정말 쉽고도 재미있게 잘 쓴 책이다. 기초 개념들을 소개하면서 다양한 일화와 생동감있는 문체로 지루하지 않게 책장을 넘기게 도와준다. 이런저런 심리학 관련 책들을 접하면서 이미 읽었던 일화나 내용이 등장하는 것이 좀 흠이긴 하지만.

 인상깊게 읽었던 부분은 비합리적 사고로 인해 스트레스가 생긴다는 점을 지적한 부분이다. 9가지로 분류해 놓은 부분인데, 나도 평소에 내가 쳐놓은 그물에 빠져 혼자서 퍼덕대는 일이 워낙에 흔한지라. 어떤 현상에 대해서 과잉해석을 한달지, 부정적인 면만을 선택적으로 주의하여 받아들이는 일이 내겐 비일비재했던 것이다.

 스트레스를 피하려고 필사적인 인간들에겐 아이러니 하지만, 인간은 또 어느 정도의 적당한 자극을 필요로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너무나 무미건조하고 지루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자극을 만들고 스트레스 비쓰무리한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 별거 아닌 일에 크게 반응하곤 한다는 것이다.(이 점과 관련지어서, 그동안 나는 호들갑을 유난히 잘 떠는 사람이 늘 한심하다고 느껴왔는데, 그 이유를 좀 알 것 같다. 인생이 지루했던게야...^^)

 그리고, 도시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프라이버시가 시골 공동체 생활을 하는 사람들보다 더 보장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도시는 이미 너무나 다양한 자극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온갖 것들이 다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귀찮아서' 남의 일에 신경을 끄게 되는 것이고 더불어 누군가가 나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에도 반발을 하는 것이다.

 인간의 심리, 라는 영역은 참 오묘하고 신비롭다. 예상했던 것과 너무나 다른 의외의 결과를 보여주기도 하고 '나 자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나 자신'이란 사실 허상에 불과한 경우도 많고. 그래서 더더욱,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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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왜 미국 사람들은 구정설을 꼭 Chinese new year day 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구정설이 진정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넘어왔단 말인가? 아니면, Lunar new year day 라고 해야하는 게 옳은건지. 하여튼 방송을 봐도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해도 꼭 Chinese new year day 라고 한다. ....! 우리도 이 명절 쇠는 데 말이다.

어쨌거나,  어제 내가 나가고 있는 도서관 모임에서 주최한 Chinese new year day 축하 파티에 다녀왔다. 도서관 근처에 있는 중국 뷔페 식당에서 있었는데, 조금 귀찮아하는 우리 Heon 씨를 데리고 발목까지 쌓인 눈 길을 운전해서 가야만 했다. 같이 모임에 나오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별로 오질 않았다. 주로 도서관의 모임을 주도하는 미국인 선생님들하고 행정관계자들, 그리고 자원봉사하는 선생님들이 많이 오셨다.

늘 격앙된 반응쟁이, Laurie 는 아니나다를까, Heon씨에게 Carrie(내 영어이름)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워주었다. 부끄러움이 많은 Heon 씨는 ' 나 그 파티에 가면, 절대, 별루, 말 안할걸야', 하고 뾰로퉁해서 갔더랬는데,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아이리쉬+이탈리아계 사람하고 말이 트더니 오히려 나를 왕따 시키고 이야기하기에 바빴다. 우연찮게 두 사람 다 역사에 관심이 많았는지, 고대 켈트족 어쩌구 저쩌구, 열을 올리더니, 나중에는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까지 주고 받았다. 작년에 Marie 아줌마네 추수감사절 파티에서는 '안가면 안돼? ' 하고 열 번은 사정하더니, 가서 보니 거기 온 사람중에 목소리 젤 크더만. 타이완 사람들하고 열변 토하고, 나중엔 음악에 맞춰서 춤까지 췄던게 누군데. (이궁, 근데 나도 췄구만...)

외국인은 우리랑, 러시아, 멕시코 사람이 전부였다. Chinese new year 라메... ? 생각보다. 중국인들이 별로 참석을 안했다. 지난 모임에서 러시아 친구 라나랑 조금 언쟁이 있어서리, 오늘 껄끄러우면 어쩌나 했는데, 괜찮았다.  하지만 이곳 명문 사립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중국 유학생 아이들은 몇 명 왔다. 어려서 그런지, 영어가, 수없이 봐온 나이든 외국인 영어와는 질이 다르다.... 역시 외국어는 어렸을 때부터. 얘네들이 자라서 중국의 세계화에 이바지할거란 말이지?... 좋겠네. 내가 Heon 씨를 쿡, 찌르니까, '너도 그 정도 할 수 있어' 위로해준다. 그래, 생각해보니, 문제는 자신감..!인게지.

오는 길에 Laurie가 건네 준 빨간 봉투를 열어보니,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카드가 들어있다. 이론, 섬세한 준비쟁이.... 그나저나, 구정이 정말 낼 모레네. 세배 드릴 사람도 없구. 떡국 먹을 데도 없구. 태어나서 한 번도 내 손으로 만들어본 적은 없지만, 만두를 만들어볼까, 아주 진지하게 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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