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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코드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강준만 교수는 참 쉽게 쉽게 글도 잘 쓰고, 다작을 하는 분인 것 같다. 그의 이름으로 출판된 책들이 많기도 많다. 하지만 나에게 그의 책은 대학교 3학년때쯤 대중문화 관련 서적 한 권 읽은 것, 그리고 이번에 읽은 이 책. 달랑 두 권이 전부. 먼 옛날(?)이긴 하지만,예전에 그의 글을 읽었을 때 인상이 좋았다. 그래서 내가 요즘 무척 관심이 있는 '한국'을 분석한 책이 나왔다길래, 주저 않고 샀다.
최근 미국에 머물면서 생긴 재미있는 현상은, 미국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관심도 부쩍부쩍 커진다는 것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의식하지 못한, 익숙했던 것들이 이곳에 와서 보니 낯설고 독특한 무엇으로 다시 느껴지는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생기고, 뭐랄까, 삶의 다양성을 향해 내 스스로가 유연하게 열린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그 느낌을 넘어서서 도대체 왜 한국인들에게 그런 독특한 습성이 생겼을까, 란 질문은 늘 내게서 풀리지 않았다. 물론, 막연하게 짐작되는 이유들은 있었지만 나는 좀더 실증적인 분석들을 접하고 싶다란 생각을 했었다.
같은 한국인이라도 개인차가 있겠지만, 그래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전반적으로 특성이 있다면 그것은 사회, 역사, 정치적인 측면에서 그 원인을 도출해야만 할 것이다. 강준만 교수가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한국의 사회, 역사적 특성으로는 오랜 기간 단일민족이라는 점(생물학적 의미가 아닌), 6.25 전쟁으로인한 심리적 트라우마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는 점, 1950년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적, 정치적 급성장을 이루었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그래서 우리 한국인들에게 나타나는 다양한 특성들이란, 조급증과 극단주의, 변화친화적이지만 획일적인 사회 분위기, 타인지향적 인정욕구,가족중심주의-정치적 부정부패, 서열 정하기 문화, 평등주의 등등...사실 대부분은 나도 평소에 많이 생각했던 부분들이다. 재미있던 것은 우리 나라에서 종종 보곤 하던 가족 중심주의의 원인은 중앙 정부와 사회제도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겐 어떻게든 개인단위로 살아남아야만 한다는 생존방식이 익숙해졌고 그 결과 가족중심주의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가족중심주의는 순기능도 많지만 역기능도 많다고 한다. 가장 큰 역기능은 바로 정치적인 부정부패로 연결된다는 점.... 그러고보니 저자가 지적한대로 가족중심주의 국가일 수록 정치적 부패가 많은 것도 사실인 듯 싶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인 자녀교육에 대한 욕망,,,,!! 그것의 중심에는 신분상승 욕구가 있다고 한다. '교육'이 더이상 '교육' 이 아닌 살벌한 계급투쟁의 장이 되버렸다는 것. 솔직히, 이미 알고 있던 사항이긴 하지만, 막상 책에서 읽고 보니, 이해는 되지만.....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는 걸까? 하는 회의감이 더 크게 밀려온다.
100퍼센트 객관적으로 한국을 바라본다는 건 한국인의 입장에서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뭔가를 성취해내는 화끈한 추진력이 있는 나라라는 점은 확실하다. 불과 50년만에 가장 밑바닥에서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는 건 정말 기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인들이 참 피곤하게 산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행복은 그다지 큰 고려사항이 아니다. 언제나 타인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가, 타인의 인정 여부가 더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덮으면서 생각한 건데, 한국은 참 재미난 나라다. 우스개 소리로 내가 종종 하는 말이 있다. 우리 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우수한 인력에도 불구하고 좁은 국토에 있다. 만약에 미국의 쓸모없는 사막이라도 한국인들에게 주어진다면, 우리는 그 땅을 아마 세계에서 가장 근사한 옥토로 바꿀 것이다...라는 가설. 물론, 그런 결과를 만들기까지 물 밑에 감추어진 우아한 백조의 다리처럼 엄청난 생존투쟁을 해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