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가지 수수께끼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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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 애거서 크리스티 책을 몇 권 읽어보았는데, 너무 오래되어서인지 스토리라인이 기억나는 것은 몇 권 없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와 <끝없는 밤>만 기억난다. 특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읽은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였다. 이야기에 압도당해서 앉은 자리에서 숨죽여가며, 한 권을 홀딱 읽은 기억은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나를 사로잡은 최고의 추리소설은 지금까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인 것 같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책 중에 마플 양이 등장하는 소설은 아직 읽지 못했는데, 이 책에 마플 양이 등장한다길래 특별히 이 책을 주문하여 읽게 되었다. 마플양은 금발의 젊고 섹시한 여성 탐정.....이 아니라!!! 할머니이며, 독신으로 평생을 시골마을에서 살고 있으며, 뜨개질을 주로 하는 우아하면서도 영민한 노부인이다.

 어쩌면 애거서 크리스티 자신의 분신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며, 마치 점쟁이처럼 척척 범인을 맞혀내는 열 세가지 이야기 속에 드러나는 마플 양의 매력에 흠뻑 빠졌더랬다. 마플양은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순위에 등재될 전망이다.^^

 화요일 밤마다 지인들이 모여서 각자가 알고 가장 기상천외하고 미스테리한 일들을 들려준다. 그리고 범인은 누구인지 알아맞히는 것으로 스토리는 진행되고 있다. 

 추리소설치고는 호흡이 매우 짧아서인지(총 열 세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그야말로 수수께끼를 내고 맞춘다는 느낌이어서 서사를 끌고 나가는 이야기의 힘은 매우 약한 소설이다. 그래서인지, 역시 추리소설은 장편이어야지 감동적인 것이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소설(^^)이기도 하다.

 마플양의 매력을 새롭게 알게 해 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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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 풍수와 함께 하는 잡동사니 청소
캐런 킹스턴 지음, 최이정 옮김 / 도솔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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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산재해있는 잡동사니는 결국 자신의 마인드와 영혼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집 안이 어수선한 잡동사니들로 가득 차 있다는 건, 그 자신도
비슷한 종류의 잡스러운 에너지에 사로잡혀 있다는 말이 된다.

무엇이든 간직하고 소유하려드는 세상에, 과감하게 버릴 것을 강조하는 저자의 시각은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함부로 버리는 일이란 죄악이라고 여기는 우리 부모님 세대쯤 되는 분들의
집을 방문하곤 할때면 늘 느끼는 것이, 무언가가 굉장히 많다는 것이었다.
온갖 종류의 자잘한 장식품들, 오래된 전자제품, 더 이상 듣지않는 레코드판, 입지않는 옷들....
집 안에 가득 싸인 물건들은 확실히 집 주인의 사고방식을 반영하는 것 같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심리 중 하나가 언젠가 쓰일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언젠가'는 좀처럼 오지 않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의 경우 그렇게 대기중인 물건들이
내뿜는 안좋은 에너지 때문에 오히려 우울해지거나 게을러질 가능성이 더 많을 뿐이다.
내 자신이 물건들 속에 포위되버린다고 해야할까.
더 이상 관계의 주도권은 내가 갖지 못하고 그 물건들이 갖게 된다.--;

처음엔 이 책이 단순히, 집안의 잡동사니들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
알려주는 책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저자는 잡동사니 청소를 버림의 문제로 보며,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에 보내주는 삶의 문제로까지 확대한다.
무언가를 수집하는 것은 자기의 한계를 설정하는 일이며,잡동사니들을 놓아주면서
자신의 삶의 목적을 좀 더 분명히 할 수 있다고 한다.
잡동사니는 집 안 뿐 아니라, 내 몸 속에, 내 인간관계에, 내 생각 속에 늘 존재하며,
나를 무의식적으로 짓누르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이런 잡동사니들로부터 조금씩 해방되면서, 좀 더 가벼워지고 투명해지는
내 존재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잡동사니들이 뿜어내는 기운들로부터 벗어나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을것만 같은
그런 신선하고 상쾌한 에너지를 만날 수 있을 것도 같다.

한 가지 인상적인 부분은, 돈에 관련한 저자의 시각이었는데, 돈이란 경험을 사기 위해
존재하는 무엇이라는 것이다. 돈의 기능은 소유에 있지 있고 쓰임에 있다. 생의 종착역에
이르렀을때 은행 통장에 한 푼의 잔고도 남아 있지 않다면, 우리는 뒤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감사합니다. 제게 이렇게 많은 경험을 주신것에 대해".

최근 이사를 가기위해 이런 저런 물건들을 처분하고, 애정을 주었던 많은 책들마저도
처분하는 중인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물건들을 처분중인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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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행복이 커지는 가족의 심리학 토니 험프리스 박사의 심리학 시리즈 1
토니 험프리스 지음, 윤영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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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인간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 중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게 가족(특히, 부모)일 것이다. 가족 구성원들 이 서로 건강하고 행복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한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고, 자신의 자아를 발전시켜나가는 데 매우 중요한 전제조건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그것이 이론만큼, 상식만큼, 결코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어른이 되어서도 무언가 성격적으로 결함이 있거나, 타인과 소통을 하는 데 있어서 불편한 사람들의 히스토리를 파고 내려가다 보면 대부분 가족 내에 문제가 있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 오래된 상처는 참으로 질기게도 우리의 많은 부분을 지배하고야 마는 것이다.  물론, 그 상처는 쉽사리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우리자신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불합리한 지배-복종 체제에 길들어져 버리기도 하고, 엄청난 자기 보호본능을 발휘하여 스스로 개성을 철저하게 눌러버린 채 살아가기도 하니 말이다. 

'가족'이라는 단어가 주는 울림은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에겐 한없이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 누군가에겐 뭔가 불편하고 회피하고 싶은 트라우마로 다가올 것이다. 그 울림의 색깔이 어떤 것이든, 우리는 '가족'이라는 단어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누군가의 자식, 형제자매가 되고, 또 누군가의 배우자, 부모가 되는 과정을 겪는 동안 나를 중심으로 구성원들과 주고받는 온갖 종류의 심리적 역학 구도는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400 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이지만 담백하고 평이한 문체여서인지 책은 술술 잘 읽히는 편이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서구의 '개인주의' 시각에 맞추어서 가족간의 바람직한 심리적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그의 주장은 결국,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고유한 개체성을 인정하고 서로 건강한 독립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한다는 것이다. 흔히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으로 지칭되는 '조건없는 사랑'이라는 것도 무작정, 무조건적인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상대방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서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저자가 유난히 강조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독립성'이라는 것인데, 한 가족의 독립적인 존재성을 위협하는 외부의 침입은 반드시, 결단코 막아내야한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장인장모, 시부모,그외의 다른 타인들...... 이 독립이란 단순히 물리적으로 따로 사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정서적, 심리적인 것까지 모두 포함한다.

이토록 철저하게 독립을 한다는 것은 물론 바람직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 상황에서는 참으로 어려운 것들이기에 마음 속에 한 번 더 새기게 된다. 무엇보다도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자식을 키우는 목적을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저자의 논리에 따르면, 그 목적이란 아이가 지닌 자아를 충분히 드러낼 수 있도록 아낌없이 보살핀 후에 어느 순간이 되면 스스로 독립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리라.

한가지 더,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유난히도 남을 지배하려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려는 사람은 유난히도 자기 주장이 별로 없고 수동적인 사람과 만나 커플이 될 확률이 많다라는 지적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사실이겠지만, 뒤집어보면 왠지 잘못된 만남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수동적인 사람 역시 결국은 자기 몸을 숨긴 채 모든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려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려는 사람에 불과하다는 것을 어렵지않게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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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7-08-22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네요.
글을 참 정성껏 쓰세요.

캐리온 2007-08-22 22:42   좋아요 0 | URL
네. 아이를 키우시는 나비님께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네요. 서재에 가보니 날짜가 임박한 듯 싶던데, 몸 관리 잘 하시길 바래요.
 
가끔 아이들은 억울하다 - 김대유의 생활지도 딜레마
김대유 지음 / 우리교육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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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일년 전쯤에 샀던 책인데 미뤄두었다가 힐러리 스웽크 주연의 <프리덤 라이터스>를 읽고 필 꽂혀서 읽은 책이다. 교사로 2년 반 정도를 일했지만, 교사로서의 자의식이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행복과 보람 보다는 왠일인지 스트레스와 번뇌가 더 많았던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아주 오래된 명언처럼. 어짜피 그만 둘 상황이 되지 못할 바에야 제대로 해보자는 오기가 생겼다. 

교과를 가르치는 것 자체는 참 좋은데, 문제는 바로 그 '생활지도'라는 것이다. 학생들의 삶에 개입을 하고 생활지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찌보면 딜레마의 극단일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덜 성숙한 학생들을 상대로 하기에 더 어렵고 위험하기도 하고, 한 사람이 아니라 수십명을 동시에 상대하기에 더 힘겹다.

하지만 시작은 아주 낮은 레벨부터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외되고 빗나가는 학생들에게 좀 더 관심 갖기, 꾸중보다는 따뜻한 말, 칭찬, 체벌하지 않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에게서 부족했던 부분이기도 한데, 학생들과의 벽을 허물고 내가 먼저 다가서서 그들과 '함께' 할 무엇인가를 해야만 할 것이다. 그동안 나는 나를 먼저 지키느라 나의 학생들과 가깝게 호흡하지 못했던 것 같기 때문이다.

'국어교사'라는 직업은 어찌보면 참 멋진 직업일 수 있다. 그동안 내가 이 직업에 별다른 애정을 주진 않았지만, 선택권은 바로 내 손에 있다. 이 직업 속에서 행복해하든가, 아니면 불행해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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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15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서재이미지그림은 애드워드 호퍼의 그림이네요. 저도 이 그림 좋아합니다.
국어샘이신가 봐요. 아이들을 보는 깊고 따스한 눈, 잘 읽고 추천합니다.^^

캐리온 2007-08-16 00:1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호퍼 그림 다 좋아해요. 이 그림 한 번 구해봐야겠네요.^^
국어교사로 일하다가 지금은 잠시 휴직중이랍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혜경님.

라로 2007-08-15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어머, 왜 이렇게 오랫만에 글을 올리신거에요????
저 기억하시나요?ㅎㅎㅎ
넘 반가와요~~~~.
저두 다시 돌아와서 님이 어떻게 지내시나 궁금했더랬는데...
자주 뵙도록 해요~~~~.

캐리온 2007-08-16 00:15   좋아요 0 | URL
나비님도, 어머머머,^^ 오랜만이셔요.
몇 달 전에 서재를 떠나신다고 선언하셔서 서운했더랬는데.
다시 오셔서 반갑습니다.

자주 뵈어요.
 
맞벌이 부부로 산다는 것 - 행복한 맞벌이부부가 꼭 알아야 할 삶의 지침
전경일 지음 / 다산북스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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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벌이 부부로 살아가면서 아이들을 키워내는 일이, 참 평범해보이지만 이렇게 피눈물나는 전쟁터인 줄 몰랐다. 이 책을 읽다보면 참 사는 게, 팍팍하고 힘들구나, 그런 느낌이 든다. 철저하게 생활인으로 빡세게 살아나가야만 하는 대한민국 맞벌이 가정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다행히' 나는 아직 그런 현실에 동참하고 있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임이 자명하기에, 찬찬히 읽어본 책이다.

하지만 좀 두려운 것이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고민 많고 꿈 많던 이십대 초반 시절의 나에게 가장 두렵고 불쾌했던 일이, 그저 '생활인'으로 이 삶을 기계적으로 살아야만 할지도 모른다는 미래에 대한 예감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나름대로 이런저런 모색을 해보기도 했고.....

 생존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나머지 생활 속에서 나 자신을 잃고,  함몰해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 결국  내가 사라지고마는 그런 무서움.... 이것은 지금까지도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몇 가지 중의 하나이기도 한 것인데. (과연 나는 생활 속에서, 내 자신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인가!!!)

정말 빡세고 팍팍한 맞벌이 부부의 삶, 물론, 그들에게도 나름대로의 희망이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웃음을 보고 그 속에서 보람을 느끼는 것. 웅웅.... 물론, 그게 사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왠지 조금 김이 빠지는 건 무엇일까. 결국 대한민국에서 맞벌이 부부로 산다는 것은, 애들보고 사는 것 외에의 대안은 없는 것일까? 자기 꿈, 교양 쌓기, 자기 계발, 배우자와의 사랑, 사회봉사 등등... 다양한 가치로확대될만한 가능성은 없는가.  오직 애들을 위해 모든 걸 인내하고 일한다는 결론으로 밖에 읽혀지지 않는다. --;; (바로 이런 마음가짐때문에 한국 사회에선 또 얼마나 많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가!)

그래도 소박함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하는 글쓴이의 마음가짐이 마음에 든다. 삶이 꼭 거창해야하고, 뭔가 엄청난 성취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글쓴이가 제시한 생산적 취미 가져보기, 는 참 좋은 충고다. 소모적 취미가 아닌 생산적 취미... 뭐가 있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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