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나도 잘 살 수 있겠지, 적어도 남들만큼은? 그렇게 달리고 또 달렸다.
불만을 토로해봐야 남들도 다 그러고 산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대학을 나오면 취업을 해야 되고, 그다음엔결혼해야 되고, 애를 낳아야 되고, 승진해야 되고, 집을 사야되고…. 경주를 멈출 수 없는 이유만이 줄줄이 땅콩처럼 이어졌다.
그때는 못했을 일을 지금은 할 수 있는 건, 주도적으로 사는 즐거움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사는 데는 그리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아도 될 일‘은 됐다.
부모님 집에 얹혀살 때는 항상 남아돌던 물건들. 어디에서와서 어디로 가는지, 독립 전에는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들이 30만 원이라니.. 원래 기생충은 숙주가 어디서어떤 음식을 어떻게 섭취했는지 관심 갖지 않는 법. 그간 안락한 숙주의 품속에 앉아 그들의 영양분을 맘 편히 빨아먹던 나는, 숙주로부터 독립하고 나서야 비로소 두루마리 휴지 한 롤의 가격을 알았다.
시골에 살아도 돈은 나가고, 일은 멈출 수 없다..….
진짜 독립은 집에서 나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홀로 서는 일이었다.
일광욕? 운동? 그런 게 효과 있으면 세상에불행한 사람이 어디 있어! 너처럼 아무것도안 하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나 자신의 응석을 항상 받아줄 필요는 없다는 걸. 내 마음 또한 언젠가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걸.
할 일이 겁나게 많으니마음의 병이 생길 틈이 없구나~
"버티긴 뭘 버텨・・・ . 그만두면 땡인데?"
‘아무것도 할 줄 몰랐던 내가 눈앞의 문제를 직접해결하고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내고 있다니. 아, 나는생각보다 강한 사람이구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 그것으로 되는 일이었다.
우린 꼭 무엇인가가 되지 않아도, 주인공이 되지 않아도 충분히 의미 있는존재일 수 있다.
살아낸 시간만큼의 배움은결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왕 먹는 나이 맛있게 먹자! 배불리 먹으면 언젠가는 전부나의 피와 살이 되어 있겠지.
무언가를 최선을 다해 좋아하는 마음은현실을 버티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가끔 뒤도 돌아보고, 거울도 한 번 들여다보고, 유치한 사랑도 해보자. 그러다 보면 진짜내열정을 불태울, 진정한 사랑이 찾아올지도 모를 테니까.
행복하고 싶으니까 다른 생명의 행복도 존중한다.
나는 오늘도 시골에서사람답게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천천히 자라 마침내 꽃을 피우고열매를 맺는 식물들처럼,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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