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의 기본은 뭐여?" 속도 없는 어머니, 아는 것 나왔다고 냉큼 알은척을 하고 나섰다. "그야 유물론이제라."
"아이, 죽으면 썩어문드러질 몸땡이, 비싼 꽃으로 처바르먼 뭐 할 것이냐."
"고문 중에 젤 쉬운 것이 전기고문이다. 금방 기절해붕게."
총액 십칠만 오백원. 그 밑에는 작은 글씨로, 4월 25일 사천원(소주 한병, 에쎄 한갑.)4월 26일 사천원(소주한병, 에쎄 한갑.)4월 27일 사천원(소주한병, 에쎄 한갑.)4월28일 사천원(소주 한병, 에쎄 한갑.)4월 29일 사천원(소주 한병, 에쎄 한갑.)
아버지가 매일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은 『새농민이 시키는 대로 문자 농사를 짓던 시절부터였다. 아버지는 시
고통이든 슬픔이든 분노든 잘 참는 사람은 싸우지 않고 그저 견딘다. 견디지 못하는 자들이 들고일어나 누군가는 쌈꾼이 되고 누군가는 혁명가가 된다. 아버지는 잘
오빠는 빨갱이 작은아버지를 둔 덕분에 육사에 합격하고도 신원조회에 걸려 입학하지 못했다. 우리 아버지가
"시상 더러븐 것을 깨끔허니 치우는 것이 황톳물이여. 황톳물이 휩쓸고 지나가야 새 질이 열린당게."
쉰 넘어서야 깨닫고 있다. 더 멀리 더 높이 나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행복도 아름다움도 거기 있지 않다는것을 성장하고자 하는 욕망이 오히려 성장을 막았다는것을.
배척과 갈등의 말, 금기어로 여겨져온 ‘빨갱이‘라는 단어는 어쩌면 유령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시절을 보낸 이들의 세계를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만나는 얽히고설킨 사연들에 빠져들다보면 그들이 빨갛지도파랗지도 않은, 그저 저마다의 삶을 꾸려온 ‘사람‘이었음을 알게 된다. 무채색의 크고 작은 파문을 서로에게 일으키며 한 시대를 함께 건너온 이들에게서, 이념과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결국엔 나약하고 또 강인한 우리 인생이 보인다. 정지아의 소설은 그래서 매력적이다. 박혜진 아나운서, 다람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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