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쉴새없이 오간 게 내 인생이다.
강변이 아니다. 나는 지금 도시에 산다. 숲과 강변의 나무와 모래가 죽은 곳에서. 2019. 10. 24. 새벽
모든 의미는 여백을 살해할 때 출현한다. 여백을 죽인 죄는 크다. 짜고 매운 음식을 만든 죄는 크다. 죄의 대가는 죽음이다.
나는 지금 책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니라하얀 종이를 보고 있는 것이다. 흰 바탕이 있어야 검은 글씨가 돋아난다.
노숙자의 눈물은 눈물이 아닌 게다. 이슬인 게다. 2019. 11. 10.
니체는 아이를 스스로 굴러가는 바퀴라고 불렀다.
나는 박수 소리가 좋다. 그것은 물방울 하나하나가모여 작은 도랑물로 흐르다어느 마을 냇가로 흐르다벌판으로 흐르는 큰 강물,
밤이 두려운 까닭은 검은 눈동자만 있고 얼굴이 없기때문이다.
늑대하고는 춤을 출 수 있어도나무와는 춤출 수 없다.
모래시계
모래가 다 흐르면 뒤집어 놓는다 새로운 시간 이 시작된다. 모래가 다 차멘 뒤집어 놓는다. 다시 시 간이 계속된다
오늘이 마지막이다. 라고 하면서도 책을 주문한다. 읽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런 힘도 이제 남아 있지 않다. 몇 구절 서평 속에 나와 있는 것이 궁금해서, 호기심을참지 못해서다.
늙은이가 젊은이에게 해줄 수 있는 단 한마디. MEMENTO MORI. 죽음을 생각하라는 말이다. 늙어서 죽음을 알게 되면 비극이지만 젊어서 그것을알면 축복인 게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집에 갇힌 사람이딸기의 씨를 온종일 세어보았다는 이야기.
바람 한 점 없는 날에도 깃털은 흔들린다. 날고 싶어서.
바람 한 점 없는 날에도 공깃돌은 흔들린다. 구르고 싶어서.
바람 한 점 없는 날에도 내 마음은 흔들린다. 살고 싶어서.
수식어를 쓸 수 있다는 것은 덜 절박하다는 것이다.
수식어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하나의 명사 하나의 동사남는다. 죽음, 그리고 죽다.
하나님, 이런 것이 바로 사람들이랍니다. 휴지통에 휴지를던진 것이 빗나가지 않고) 들어갔다고 그 사소한 일에도큰 벼슬 한 것처럼 우쭐하고 기뻐하는 것이 바로 당신께서만드신 사람들이랍니다.
북악والله هه산의 능선이 보인다파도 처럼 움직인다2020. 7. 19.
그만 쓰자.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어린 시절의 그 기억들도 다 사라졌다.
손가락으로 구멍 난 숫자를 찾아다이얼을 돌리던 옛날 전화.
‘거의‘라는 말이 좋다. 목적지에 도달하면 기쁨도 즐거움도 느끼지 못한다.
박을 쪼개면 박아지, 바가지가 된다. 그것은 쪼개진 우주다. 그것이 그릇이다.
70에서 60으로 60에서 50으로 역순으로 내려가는숫자의 끝은 어디인가?
또 하루 간다. 눈물 한 방울 아침밥 먹고 점심밥 먹고 저녁밥 먹고
내가 삼식이가 되었다. 세 끼 밥 먹는 일이 하루를 사는 내의무요 노동인 게다.
코로나만이 아니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한다.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는 세상으로
마스크로 가린 너의 얼굴눈물 한 방울우주의 별보다 더 많은 분자가 있다는 너의 눈동자를발견하고.
광장이 골목이 되었다. 골방이 되었다. 베개가 되었다. 최인훈의 광장은 바다가 되었지만………….
5분이면 깨끗이 끝난다. 이빨 사이에 낀 하루의찌꺼기들이틀니는 플라스틱통 안에서 잔다.
이불을 개키듯 일상의풍경으로 내려다보이는 도시
외기러기 울음소리에 눈물 한 방울 잠잠해진 들판의 까마귀 소리.
서재에 있는 책들은 힘이 없어 지하에 내려가기 어렵고, 손이닿지 않는 높은 서가에 있어 그냥 훑어보는 것도 힘이 듭니다.
많이 아프다. 아프다는 것은 아직 내가 살아 있다는 신호다. 이 신호가 멈추고 더 이상 아프지 않은 것이 우리가 그처럼두려워하는 죽음인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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