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최근까지 거의 모든 사람이 어떤종류의 신을 믿었다. 요즘 들어 종교를 믿는 사람이 소수가 된 서유럽을 제외하면,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대부분의 사람이 여전히 신 또는신들을 믿는다. 특히 과학교육을 잘 받지 못했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신에 대한 믿음을 다윈주의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않을까? 종교적 믿음, 어떤 종류의 신 또는 신들에 대한 믿음이 우리 조상들이 살아남아 종교적 믿음을 위한 유전자를 물려주는 데 도움이 되었을까?
나의 대답은 ‘아마 그럴 것이다‘이다.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다. 물론 그게 사람들이 믿는 신이 어떤 신이든-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건 전혀별개의 문제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믿음으로써 심지어 목숨도 건질 수 있다. - P289
이제 핵심을 좀 더 전문적으로 표현해보겠다. 인간은 행위자agency를 믿는 경향이 있다. 행위자가 무엇일까? 행위자는 어떤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뭔가를 하는 존재이다. 바람이긴 풀을 바스락거리게 할 때는 행위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바람은 행위자가 아니다. 사자는 행위자이다. 사자는 여러분을 잡아먹으려는 목적을 가진 행위자이다. 사자는 여러분을잡기 위해 정교한 방법으로 행동을 수정하고, 도망치려는 여러분의 노력을 좌절시키기 위해 힘차고 유연하게 움직인다. 행위자는 무서워할 가치가 있다. 하지만 괜히 시간과 노력을낭비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행위자인 줄 알았던 것이 실제로는 바람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인생이 평균적으로 위험할수록 모든 곳에서 행위자를 보는 쪽으로, 그래서 때때로 거짓을믿는 쪽으로 균형이 옮겨가야 한다. - P291
행위자에 대한 두려움은 설령 그것이 비이성적일지라도, 설령이 경우와 같이 적절하지 않더라도 조상들이 살던 과거의 잔재로 우리 안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내동료앤디 톰슨 박사는 저서 《왜 우리는 신(들)을 믿는가Why We Believe in God(s)》에서, 우리는 그림자를 강도로 착각하기는 해도 강도를 그림자로착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는 행위자를 보는 쪽으로 편향되어 있다. 심지어 행위자가 없을 때에도 말이다. 그리고 종교는 우리 주위의 모든 곳에서 행위자를 보려는 경향이다. - P292
우리 조상들의 종교는 ‘애니미즘‘이었다. 그들은 눈이 닿는 모든 곳에서 행위자를 보았고, 종종 그것을 신이라고 불렀다. 스티븐 프라이의 멋진 책 <미토스Mythos》를 보면 분명히알 수 있듯 그리스 신들은 이렇게 출발했다. 세계 도처에 강의신, 천둥의 신, 바다의 신, 달의 신, 불의 신, 태양의 신, 어두운숲의 신 또는 악마가 존재했다. 태양은 신이었다. 기도와 제물로 간청하고 달래지 않으면 내일 뜨지 않기로 결심할지도 모른다. - P292
야훼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유대인의 유일신으로 진화했고, 결국 그리스도인과 이슬람교도에게도 유일신이 되었다. 그 전에는 유대인의 뿌리인 가나안 사람들이 섬기던 많은 신들 중 하나인 ‘폭풍의 신‘이었다. 원래 야훼와 함께 숭배받던청동기시대 가나안 사람들의 신들 중에는 그 밖에 다산의 신바알, 최고의 신 엘과 그의 아내 아세라 여신이 있었다. 몇몇종교사학자에 따르면 야훼는 나중에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엘및 아세라와 합쳐져 결국 유대인의 유일신이 되었다고 한다. - P293
가뭄이 들었을 때 우리 조상들이 비의 신에게 제물을 바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떠올렸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결국 비가 왔다. 아마 그들의 의도대로비의 신을 설득하기까지는 많은 제물이 필요했을 것이다. 미신을 믿는 사람들은뭘 어떻게 하든 비가 오는지 보기 위해 비의 신에게 제물을 바치지 않는 실험을 해본 적이 없었다. - P299
종교의 번성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비다윈주의적 설명은 왕과 성직자들이 사회를 지배하는 수단으로 국민의 믿음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 P305
왜 그렇게 오래 걸렸을까? 내 생각은 이렇다. 생명체의복잡성, 아름다움, 유목적성은 명백히 지적인 창조자의 손에설계된 것처럼 보였음이 틀림없다. 그래서 다른 생각을 고려하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나는 전투에 임하는 군인이 보여주는 용기와 같은 물리적 용기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내가 말하는 건 지적 용기이다.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가능성을 심사숙고하고 이렇게 말할 용기. "설마 그럴 리가. 그래도 틀릴 셈 치고 그 가능성을 조사해보자." 대포알과 깃털이 같은 속도로 떨어진다는 것은 확실히 말이 안 되는 얘기였다. 하지만 갈릴레오는 그 가능성을 조사하고 증명할 지적 용기가 있었다.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가 한때 하나였다가 서서히 멀어졌다는 것도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로 들렸다. 하지만베게너는 그 생각을 따라갈 용기를 냈다. 인간의 눈처럼 명백히 설계된 무언가가 실제로는 설계되지 않았다는 것은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았다. 하지만 다윈은 그 말도 안 되는가능성을 조사할 용기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그가 옳았다는 것을 안다. 그가 제기한 가능성은 모든 생명체의 모든부분에 대해 하나도 빠짐없이 옳았다. - P340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라는 간단한 진리는 그 모든 똑똑한 그리스인, 다윈 이전의 그 모든 대단한 수학자와 철학자의눈앞에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명백해 보이는 것을 거역할 지적 용기가 없었다. 그들은 하향식 창조를 역력히 드러내는 것처럼 (잘못) 보이는 것들에 대한 경이로운 상향식 설명을 간과했다. 진정한 설명이 아주 간단하다는 사실은 그것을끈질기게 조사해 자세히 알아내는 데 훨씬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자연선택이 그 모든 똑똑한 사람들을 비켜간 이유는 너무나 간단했기 때문이다. 생명의 그 모든 복잡성과 다양성을 설명하는 힘든 일을 하기에는 너무 간단하다고생각했을지도 모른다. - P341
요즘 신을 섬기는사람들(어쨌든 그들은 교육받은 사람들이다)은 창조자가 있다는 증거로 생명 세계를 거론하는 것을 포기했다. 생명에 관한 한 다윈주의 진화가 완전한 설명을 제공한다는 것을 그들도 이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그들은 다른 종류의 논증으로 갈아탔다. 다소 절박하게 적어도 내게는그렇게 보인다 그들은 다른 ‘틈새‘로 관심을 돌렸다. 그것은우주론과 물리학의 기본 법칙 및 상수를 포함한 모든 것의 기원이다. - P344
우리가 아는 생명은 액체상태의 물이 필요하다. 물은 오직 좁은 범위의 온도에서만 액체로 존재한다. 너무 차가우면얼음이 되고, 너무 뜨거우면 수증기가 된다. 우리 행성은 우연히 태양으로부터 딱 적당한 거리에 있고, 그래서 물이 액체일수 있다. 우주에 있는 대부분의 행성은 그들의 항성에서 너무멀리 떨어져 있거나(예컨대 명왕성이 그렇다. 물론 명왕성을 더 이상행성으로 분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다 해도 이 사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너무 가까이 있다(예컨대 수성이 그렇다). 모든항성에는 ‘골디락스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고, 아기 곰의 죽처럼 ‘딱 적당한 곳이 있다. 지구는 태양의 골디락스 존에있다. 수성과 명왕성은 서로 정반대의 이유로 그렇지 않다. 물론 인류 원리는 우리가 지구에 존재하기 때문에 지구가 골디락스 존에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 행성이 골디락스 존에 있지 않았다면 우리는 존재할 수 없었다. - 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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