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벌은 춤을 출 때 날개를펴고 실제로 날아가는 흉내를 내는 것이아니라 날개를 몸에 붙인 채 뒷몸통을 흔듭니다. ‘드르르륵‘ 흔들면서 춤을 추지요. 그러면서 올라가면 다른 동료들이그 뒤를 쫓아가면서 ‘아, 무슨 얘기를 하고 있구나 알아차리는 겁니다. 이는 사실 캄캄한 벌통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사실은 보고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듣고 따라다니는 것입니다. 그래서 춤을 추지만 소리춤을 추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요. - P158
동료 꿀벌들은 그 기호만 보고도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아듣고 그리로 날아가서 꿀을 날라 옵니다. 이것은 앞의 정의에 따르면 분명히 언어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꿀벌을 언어를 가진 동물로 규정합니다. - P160
이런 구멍들을 정찰벌이 나가서 뒤져보고 다시 돌아와 자기 동료들 몸을 짓밟으며 그 위에서 춤을 춥니다. ‘내가 찾은 구멍이 아주 좋아요.‘ 그런데 한번 상상해보세요. 분봉을 하고 난 뒤 다음 봄 분봉할 때까지 벌집안의 벌들의 수가거의 정확히 두 배로 늘어납니다. 그래야 그 다음 해에 또 절반은남고 절반은 나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 정찰벌들이 해야 되는일은 이사 들어갈 벌들의 수를 알아보고 그 수가 두 배가 될 때까지편안하게 살 수 있는 구멍을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 P163
소설 『개미를 보면 사람이 개미랑 이야기를 나눕니다. 우리는이미 벌하고 이야기하는 단계에 온 겁니다. 비록 어디로 오라는 내용뿐이지만 우리는 벌에게 말을 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어느 정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서로대화를 나누고 싶어한다는 것을 벌이 깨닫고 우리한테 말을 걸어오기만 하면 됩니다. 그래서 ‘네가 보고 있는 것을 알아‘ 하고 춤을추면서 저리로 날아와서 나 좀 만나자고 우리한테 이야기를 하고우리가 그곳으로 가서 그들을 만나기만 하면 쌍방의 의사소통이 되는 것이죠. 어쩌면 정말 황당무계한 이야기 같지만, 언젠가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요? - P167
동물 사회에도 인간 사회와 마찬가지로 일련의 의식존재들이합니다. 사람들이 혼례식이나 장례식 같은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동물들도 여러 다양한 의례ritual 행동들을 하지요. 의례화ritualization는어떤 특정한 행동이 처음 행해질 때의 기능과 달리 정례화된 행동이 되면서 새로운 상징적 의미를 부여받는 것을 말합니다. 꿀벌의춤언어가 좋은 예입니다. - P169
또한 새들의 날갯짓도 본래 기능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 의례적 행동의 예입니다. 새들이 비행하는 모습을 잘 살펴보면 단번에 하늘로 날아오르는 게 아니라 속도를 내며 달리면서이륙을 준비합니다. 그러다가 날기 시작하는데 새들은 이 준비 동작에 해당하는 날갯짓을 비행 순간이 아닌 경우에도 자주 합니다. 관찰에 따르면, 이 같은 행동은 ‘이것은 내 땅이다‘ 라는 것을 알리는 신호로 사용됩니다. 원래는 비상 행동이었는데 전혀 다른 기능을 갖게 된 것이죠. 이런 행동은 보통 각자의 영역 변방에서 행해지는데 이로써 자기 영역을 다른 새에게 알릴 수 있습니다. 비상 동작이 의사소통 수단으로 변한 것이죠. - P170
구애 행위 중에 수컷이 암컷에게 먹이를 선사하는 새들이 있습니다. 새들의 이런 행위도 먹는 행위가 전혀 다른 의미의 의식이 된좋은 예입니다. 먹이를 암컷에게 선사하는 것은 ‘당신이 지금 나를선택하면 앞으로도 이렇게 잘 먹이고 또 당신이 자식을 낳으면 자식도 이처럼 잘 먹일 것입니다‘ 라는 뜻입니다. 암컷은 이 먹이를 받아먹고 마음에 들면 수컷과 짝짓기를 합니다. 특히 바닷새들이 이런구애 행위를 많이 하는데, 먹이는 바다에서 잡아온 맛있는 생선입니다. - P171
선물을 하게 된 기원도 이와 비슷한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남성이 여성에게 물질적인 무언가를 보여야 앞으로 이 남자가계속 나를 먹여 살릴 수 있겠구나‘ 하고 여성이 생각할 테니까요. 갈매기도 구애 행위중암컷에게먹이를 선사하는 대표적인 새입니다. 수컷 갈매기는 구애 행위 중간에 물고기 한 마리를 암컷에게 제공하는데 거의 입맞춤을 하는 수준입니다. - P172
지금부터 거의 20년전 한스 크루크Hans Kruuk 라는 독일의 행동생물학자가 아프리카 동물들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하이에나에 대한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아프리카에 사는 동물들은 대부분 야행성이라 이들의 습성을 이해하려면 밤 생활을 살펴봐야만 합니다. 그래서 크루크 교수는 적외선 카메라를 들고 밤에 그들을 쫓아다녔습니다. 관찰한 결과, 기존에 알려진 사실과는 달리 하이에나는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사자와도 경쟁하는 아주 용맹스러운 동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 P173
그리고 또 다른 수컷은 빨간색칩만을 장식품으로모았다고 합니다. 어떤 수컷은 달팽이만 모으기도 하고, 어떤 수컷은꽃으로 정자를 장식하기도 합니다. 매일 아침 꽃이 싱싱한지 확인하고 시들면 새로운 꽃으로 바꿔 꽂는다고 합니다. 이처럼 각각의 개체는 독특한 미적 감각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사회생물학자들은 인간의 미적 감각에도 동물적인 기원이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인간의 미적 감각의 진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지요. - P178
이제는 남의 의사소통 수단을 몰래 엿듣는 동물들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같은 종 내에서는 이런 일이쉬운 편입니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다른 종의 암호 체계나 의사소통 수단을 배워 이득을 얻는 동물들도 있습니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그걸 할 수 있을까요. 사실 이 분야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부분이그리 많지 않아 앞으로도 더욱 활발하게 연구해야 할 분야입니다. - P179
딱정벌레가 개미들의 이런 화학적 의사소통 수단을 그대로 흉내내면 개미들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동료 일개미인줄 알고 열심히 먹이를 먹입니다. 딱정벌레는 그런 식으로 개미들 사이를 마구돌아다닙니다. 이런 일은 바로 딱정벌레의 배와 등에 즐비하게 나 있는 외분비샘때문에 가능합니다.이외분비샘의 입구에는 깃털같이 생긴 구조가 있는데 그곳에 페로몬이 늘 촉촉하게 적셔져 있습니다. - P181
나비 중에도 개미집에 들어가 사는 종이 있는데, 부전나비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부전나비과에 속한 나비들 중 상당수가 개미가없으면 못 삽니다. 개미들이 먹여 살려야 삽니다. 어미 부전나비는식물의 잎에 자그마한 알을 낳는데, 그 알에서 태어난 애벌레도 개미들을 만나면 특유의 페로몬을 분비합니다. 겉으로 보면 나비 애벌레는 개미랑 닮은 데가 전혀 없는데도 개미는 마치 자기들 애벌레인양부전나비 애벌레를 물고 집으로 들어가지요. 부전나비 애벌레는 개미집에 들어가서 개미 알과 애벌레들을 잡아먹으며 자란 뒤훗날 나비가 되어 개미집을 훨훨 날아 나옵니다. - P183
아마도 반딧불이일 겁니다. 미국에는 포투리스photturns 라는 속명을지닌 반딧불이가 사는데 아주 기발한 놈입니다. 반딧불이 수컷은몸의 끝부분에 있는 빛을 만드는 기관에서 찬 빛을 만들어 비추면서 날아다닙니다. 깜깜한 밤하늘에 날아다니며 깜빡거리는 수컷의신호에 암컷이 답을 하면 짝짓기가 이뤄집니다. 종에 따라 이 반짝거리는 패턴이 모두 다릅니다. 암컷은 풀숲에 앉아있다가 마음에드는 자기 종의 수컷을 발견하면 그의 신호에 답신을 보냅니다. 둘은 이처럼 몇 번 신호를 주고받다가 수컷이 암컷을 찾아 내려와 잠자리를 같이하게 되지요. - P188
남의 종 내에서 다른 종의 흉내를 내는 것 중에는 뻐꾸기처럼 남의 둥지에 자기 새끼를 낳는 새들도 있습니다. 새들은 자기 새끼들을 전체 모습을 보고 구별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어미 새가 먹이를 물고 둥지에 돌아오면 모든 새끼 새들은 죄다 입들을 있는 대로 크게 벌리고 소리를 지르기 때문에 실제로 어미 새가 보는 건 새끼 새들의 벌린 입뿐입니다. 그래서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새들은입 안의 모습을 닮아야 하지요. 입안의 모양이 의붓부모의 새끼들의 그것과 흡사하지 않으면 들키고 맙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남의암호 체계를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철저히 모방해야 합니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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