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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백
김려령 지음 / 비룡소 / 2012년 2월
평점 :
예전에 어떤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넋두리를 한적이 있다. 말 한마디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해결되지만 그 말을 할수 없는 상황들이 있다고. 말한마디면 모든 사람의 오해를 풀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할수 없다고. 물론 상황은 다르겠지만 우리는 가끔 마음 속에 있는 상처를 쉽게 드러내지 못한다. 그것이 가시가 되어 내 가슴을 찌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빼내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고등학생 해일, 진오, 지란, 다영. 겉모습은 다른 친구들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지만 이들의 마음속에는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드러내고 싶은 않은 마음들이 있다. 스스로 도둑이라 칭하는 해일은 자신의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인다. 털털해 보이지만 순정을 가진 진오, 부모님이 헤어진 아픔을 간직한 지란, 짝사랑의 열병을 앓고 반장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아이들에게 심할정도로 배려를 하는 다영. 이 친구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 아이들과도 그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많이 다르다. 경쟁이라는 구도 속에 친구라는 형식적인 이름을 가진 아이들이 많지만 이 아이들을 보면 친구라는 단어가 떠오르고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게 된다.
친구의 아픔을 어떤 말로 위로하려고 하기 보다는 그 아픔을 웃음으로 함께 견뎌내는 아이들. 장난으로 툭 던진 한마디 말에도 따스함히 담겨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된다. 완득이에서는 장난기 많은 똥주 선생님이 있었다면 이 책에서는 해일이의 형 해철이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조금 엉뚱하고 우리가 보기엔 아무 생각없이 사는 철없는 백수같아 보이지만 그의 한마디한마디는 우리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예민한 손을 가진 감정 분배가 잘못된 아이...' - 본문 31쪽
일곱살때부터 남의 물건에 손을 대기 시작한 해일은 같은반 친구 지란이의 전자수첩을 훔치게 된다. 참으로 웃긴것은 완전 범죄라 생각했지만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친구가 있었다. 해일이가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알기 바라며 묵묵히 지켜보고 기다린 것이다. 해일이 또한 친구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려하지만 마음과 달리 쉽게 고백하지 못한다.
고백실패. 뽑아내지 못한 고백이 가시가 되어 더 깊이 박히고 말았다. 잘못 고백했다가 친구들을 잃을까 겁이 났던 것이다. - 본문 171쪽
우리들도 살아가면서 본의 아니게 거짓으로 상대에게 나의 이야기를 할때가 있다. 악의적인 거짓이 아니지만 늘 마음 한켠이 무거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상처는 고스란히 내가 끌어안아야 한다. 숨기고 말하지 않은 댓가치고는 너무 혹독하다고 말할수도 있을 것이다. 알면서도 우리는 마음속에 박힌 가시를 쉽게 빼지 못한다. 하지만 가시가 더 깊게 박혀 곪아터지기 전에 우리들은 용기를 내어 가시를 빼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