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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 ㅣ 나폴리 4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7월
평점 :
지금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 잘 알지 못한다. 어릴 때는 골목길에서 친구뿐만 아니라 친구의
동생, 언니, 오빠와 함께 놀았다. 나이를 떠나 한 학교에 다니고 한 동네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모두가 친구였다. 골목길에 있는 집들의 대문은
거의 열려있고 누구의 집이며 그 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알고 있다. 친구의 엄마이지만 한 동네에서 오래도록 보았기에 가족처럼 느끼는 관계가
된다. 릴라와 레누가 사는 동네도 우리들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닐수 있다. 친하다보니 서로 오해를 하고
관심에서 나아가 간섭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공간적인 배경의 친근감이 있는 이야기이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0730/pimg_7497951171705517.jpg)
우정이라고하면 대부분 남자들의 우정을 떠올린다. 이 책속에서는 릴라와 레누라는 두 친구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레누와 릴라는 비슷하기보다는 극과 극인 성격과 외모를 가지고 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아이가 우정을
만들어가는 이야기이다. '라파엘라 체룰로'라는 이름 대신 60년 동안 '릴라'라고 불렀던 친구가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마흔 줄에 접어든
랄라의 아들 리노의 전화를 받으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시작부터 우리들이 호기심을 갖게 한다. 그녀는 누구이며 왜 사라진 것일까?
화자인 레누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릴라는 평범한 친구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릴라는 언제나 못된 아이. 착해 보이는 구석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아이,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아이로 표현된다. 이렇게 강한 성격을 가진 아이의
친구가 된다는 것은 힘든 일일수도 있다. 서로 다른 성격의 두 아이가 순수했던 어린 시절과 사춘기 시절을 보내면서 우정을 만들어간다. 친구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사이지만 단순히 시간만을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만들어가는 추억 하나하나가 우정을 단단하게 만들어간다. 간혹
위태로워 보이고 질투라는 감정으로 흔들리지만 두 소녀의 우정을 보면서 우리들은 지난 시절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긴다.
온몸에서 발산하는 열기로 두 뺨에 홍조를 띤 릴라를 보며 나는 그녀가
나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결국 나는 모든 면에서 2등이었던 셈이다. 나는 그 누구도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기를 바랐다. -
본문 61쪽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 자신이 모든 면에서 친구보다 뒤처진다는 마음을 가지면 질투의
감정에서 나아가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친구라면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거라 생각할수 있지만 간혹 서로의 모습을 보며 부러워하며
질투의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야 우정이라는 이름이 단단해지지 않을까.
<나의 눈부신 친구>는 나폴리 4부작의 첫번째 이야기이다. 릴라와 레누라는 두
소녀의 어린 시절부터 사춘기까지의 모습과 주변 인물들의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지중해의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나폴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표지속 그림처럼 화사하지만 잔잔하게 다가온다. 소녀들의 이야기는 잔잔한 바다의 모습처럼 우리들 가슴 속으로 살며시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