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 - 심각함도 가볍게 만드는 도쿄 싱글녀의 유쾌한 사생활
오미야 에리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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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어떻게 사느냐고 물을 때 그럭저럭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럭저럭이라는 표현이 무책임해 보일지 모르지만 우리의 삶이라는 게 그렇게 저렇게 하는 사이 흘러간다.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내거나 열심히 살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어떻게 살아가야겠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지금 주어진 일을 하다보면 어느새 흘러가는 것이다. 악착같이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우리는 매순간 최선을 다하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그럭저럭 살아간다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의 부제가 눈에 띈다. 심각함도 가볍게 만드는 도쿄 싱글녀의 유쾌한 사생활.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별만 다르지 않지만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심각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문제들을 가벼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그 문제를 가볍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말처럼 쉽지 않기에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처음으로 만나는 이야기부터 웃게 만든다. 술을 못하는 사람이기에 기억을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한 모습들이 부럽다. 필름이 끊긴 게 어떤 것인지 모르기에 그녀의 복잡한 심정을 이해할 수 없지만 그런 것들도 아무렇기 않게 대처하는 모습이 귀엽다. 오랜만에 단골집을 찾아가 인사를 했는데  기억에도 없는 방문을 이야기해준다면 어떤 마음일까. 그 이야기를 듣는 모습은 만화의 한 장면처럼 유쾌하다. 그녀의 이런 귀여운 모습은 '단식 중입니다'에서도 계속된다. 단식을 누구나 한 번쯤 해보지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다른 사람들은 살이 빠지고 숙변을 하는데 혼자만 살이 찐다. 대부분 이런 일이 생기면 속상해하는데 저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

 

책 속 문장을 보며 위로를 받는다. 다른 사람들처럼 자기관리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행복한 시간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 스스로 위로한다.

 

몸속까지 가뿐하게 줄곧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싶지만, 소중한 사람과의 맛있는 식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다. - 본문 36쪽 

 

 

먹는 즐거움은 크다. 간혹 식탐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자의 '편향된 식탐'은  먹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공감하며 보지 않을까. 저자의 일상은 평범한 삶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바쁘고 힘든 일상이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아니,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참 재미있게 살고 있다.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이 없다고 불성실하거나 삶을 무책임하게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느끼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얼굴 마주 보며 이야기할 수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우리의 삶이 그럭저럭 흘러가도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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