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983년 9월 1일 슬프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사고가 있었다. 30여 년 전 일이라 이제는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던 일이다. 뉴욕을 출발하여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007편이 소련 사할린 인근에서 추격을 당해 탑승객 269명이 모두 사망을 하였다. 사고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아연실색하였다. 뉴스를 통해 들은 우리들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인데 유가족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불의의 사고가 아닌 일어나지 않을수도 있는 사고였기에 오래도록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강대국들의 싸움에서 힘없고 아무 죄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예언>은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쓰인 이야기라 현실감이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허구임에도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존 인물들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그런 생각이 드는지도 모른다.  비행기를 격추시킨 오시포비치, 269명 사망자 중 한 명인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래리 맥도널드,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인물 등이 책 속에 등장한다. 그 인물들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한 사람이 있다.

 

엄마의 병원비 때문에 힘들어진 아빠는 죽음을 선택한다. 이제 겨우 열 살인 지민이는 여섯 살 동생의 보호자가 되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현이와 헤어지면 안 된다는 아빠의 말을 마음에 새기며 항상 함께 있으려 한다. 현실은 두 남매를 함께 있지 못하게 한다. 친척 집을 전전하다 고아원으로 가게 된 남매. 지현이는 해외로 입양을 가게 된다. 떨어지고 싶지 않지만 동생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다. 동생 지현이와 떨어져 다른 생활을 하던 지민이가 십사 년만에 만날 수 있게 된다, 공항에서 동생을 기다리던 지민은 믿을 수 없는 소식을 듣는다. 실종 되었다는 비행기가 소련에 의해 격추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오랜 시간 동생을 기다리던 지민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진실을 알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사라지고 있다. 이제 누구도 믿을 수 잆고 기댈 수 없기에 스스로 진실을 알고 복수를 결심하는 지민이는 미국으로 떠난다. 미국에서 지현이를 키워준 부모를 만나면서 사고의 진실이 무엇인지 찾아내려 한다.

 

수백 명의 자국민을 모두 공중에 폭사시키고도 아무거도 하지 않는 한국 정부의 답답함, 잔뜩 성난 얼굴로 소련의 비인륜적인 태도를 성토하고서는 장삿속만 차린 채 얼마 가지 않아 바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얼굴을 씻은 미국. (중략) 세계의 그 누구도 하려 하지 않는 복수를 해야만 하는것이었다. - 본문 209쪽~210쪽

 

책을 덮으면서 사고의 진실은 무엇이고 아직도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 간의 이익이나 경쟁 관계에서는 보이지 않는 무서운 힘들이 존재한다. 말 그대로 약육강식이다. 민간인이 탄 비행기를 군이 격추시켰다는 것을 우리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그 당시 거세게 항의했지만 소련은 '정찰기'로 알고 격추시켰다고 말로 대응했다. 그 이후에 사고에 대한 정보를 일부 공개하였지만 아직도 우리 마음속의 무거운 짐을 덜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 007편 사고가 있었던 1980년대 국제관계 속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는 달라졌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