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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이아
권윤덕 글.그림 / 창비 / 201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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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동화나 그림책을 만나면서 느끼는 것은 참으로 예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그림책은 내용을 떠나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웃음짓게 하며 때로는 함께 아픔을 나누며 눈물도 흘리고 상상의 세계로 여행을 하기도 한다. 그림 하나만으로도 참으로 다양한 경험들을 하게 된다. 그 경험의 대부분은 행복하고 즐거운일일 것이다.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면서 종종 그림책을 찾는 것은 순수함과는 멀어지는 나를 보며 잠시나마 그 시절로 돌아가고픈 마음 때문인지도 모른다. 현실에 찌들어 사는 우리들마저 착한(?) 아이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그림책의 매력 중 하나이다.

 
 

표지를 보면서 역시 내가 생각해왔던 것처럼 이번 그림책에서도 표지 속 소녀와 함께 행복한 일들을 많이 만날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기존에 만났던 그림책들과는 달리 큰 판형이라 조금은 부담스러운 마음도 들지만 그만큼 많은 그림들을 볼수 있다는 반가움도 크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희네 집>의 작가라 만나는 즐거움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글과 그림을 함께 쓰시는 분들이 존경스럽고 부럽다. 가끔 이야기와 그림들이 어울리지 못하는 책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러면 이야기속으로 빠져드는게 쉽지 않다. 이 책은 직접 자신이 쓴 글에 그림을 그리다보니 우리들이 느끼는 감동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든다.

 

 

피카이아. 아이들에게는 어쩌면 낯설고 생소한 단어일 수 있을 것이다. 이 단어의 의미를 모르는 친구들은 사람 이름인지, 지명인지, 아니면 표지속 소녀와 함께 있는 고양이의 이름인지 궁금해한다. 하지만 과학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은 제목만으로도 아~~하고 '피카이아'의 의미를 금방 알아챌 수 있다. '피카이아'는 고생대 캄브리아기의 생물이며 4cm의 크기로 지구에 출현한 척추가 될 척색보유에 속한 종이다. 어느 순간 많은 종이 멸종되었을때 살아남은 것이 피카이아이다. 아마도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 생명력이지 않을까? 누구나 죽고싶을 정도로 힘든 순간이 와도 참아낸다면 살아남을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닐런지.

 

누구에게나 살아가면서 힘든 시기가 있을거예요. 그걸 견뎌내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보다 우월해야만 견디고 살아남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인간의 몸은 치유하고 성장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누구나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거예요. 존재 자체가 곧 가능성이지요. - 본문 134쪽(작가 권윤덕 인터뷰 중에서)

 

 

'아이들을 만나다'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골든레트리버'종인 커다란 개 키스. 키스가 찾아간 곳은 도서관이다. 키스를 기다리던 아이들은 키스에게 자신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한다. 혁주가 자신을 좋아해달라고 말하는 윤이, 혁주가 자꾸 따라오니 잡아달라고 말하는 강안, 아빠가 다시 직장에 다니게 되었다고 말하는 채림. 아이들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키스에게 하나둘 이야기한다.

 

키스는 아이들을 가만히 앉아서 아이들을 쳐다보았다.

저 아이들 가슴속엔 무엇이 자라고 있을까? - 본문 14쪽

 

 

피카이아에는 6개의 이야기 속에서 여섯 아이들을 만날수 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엄마와 아빠. 그런 부모님과 떨어져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상민. 할아버지도 공공근로로 열심히 일하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잘 살지 못하는 것이 혼란스럽다. 열심히 일하는만큼 잘 살 수 없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수 밖에 없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관심이 없고 오로지 등수를 올리라고 말하는 엄마 때문에 힘들어하는 미정.

혁주에게 설레는 마음을 갖는 윤이.

 

 

공장에서 농성을 하느라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날이 많은 아빠. 그 아픔과 불안이 전해졌기 때문인지 숙제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준비물도 매번 챙기지 못하는 채림.

인간의 욕심으로 강제 사육을 받는 동물들의 고통을 생각하는 강안. 하지만 여전히 고기가 좋은 아이다.

살아있는 것을 느끼며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을 돌아보는 혁주.

 

 

그림책이지만 그리 가벼운 마음으로 대할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그림들도 아니다. 사실적인 표현으로 조금은 충격적일수도 있다. 동물들이 사육당하는 고통이 우리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빈곤층의 아픔과 노동자들의 끝없는 투쟁까지 아이들에게 다소 무거운 주제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은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피할수 없는 일들이다.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는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라 할수도 있지만 똑같지는 않더라도 다른 모습으로 마주할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무섭고 더럽다고 무조건 피하고 감추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현실을 보여주어야 한다. 무서운 것은 이겨내고 더러운 일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미루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깨끗이 만들어 갈수 있는 힘을 기를수 있도록 우리들이 함께 해야하지 않을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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