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맛
히라마쓰 요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어렸을 때 들었던 말이다.
"어른이 돼보면 알 거다.. 너희들에게는 아직 일러"

글쎄... 
어렸던 그 당시의 나에게는 이 말은 무척 힘들었다. 단지 어려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나 자신의 무능력함과 더불어 불가피함을 동시에 느끼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는 어른이 되었다.

아마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위의 글처럼 해당되는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많은 상황에서 말이다.
어른이 가지는 우월함, 아이들은 모른다는 선입견 등등 상당히 부정적인 기억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저 말을 100%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나는 그것을 알았다.

이 책은 작가의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제목에서부터 '아이들은 모를걸?'이라는 의미가 짙게 깔려 있는 듯하다.
책의 내용은 단순하면 단순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일본 요리에 관해 작가가 가졌던 경험, 생각 등을 다루고 있다.
 
책 속에는 다양한 맛이 존재하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단맛, 신맛 등이 아니라 죄송스
러운 맛, 세월의 맛 등이다.

맛이라는 것이 혀로 느끼는 감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흥미로운 책이다.

다양한 맛을 읽는 재미가 있으면서 또 하나의 재미는 소개되는 일본 요리들이다. 
사실 일본식 요리는 쓰시로 대표되는 정도 밖에 모르는 나이기에

이 책의 요리들은 제법 흥미로웠다.
책 속에 소개된 일본요리를 읽고 그것을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고 하는 등 2차적인 작업을 해가면서 책을 읽었다.
이런 요리를 이렇게 소개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작가가 정말 요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앞서 나는 이 책이 어른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요리가 경험이기 때문이다.
음식을 제조하는 요리가 아닌 그것을 맛보고 느끼고 추억을 가지는 것은 시간과 경험의 축적이다.
상대적으로 아이보다는 어른이 더 우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령 어머니가 해주시는 집밥을 생각해보라.(상대적인 것일 뿐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느끼는 어머니의 집밥과 머리에 하얀 서리가 내려앉은 사람이 느끼는 어머니의 집밥...
어느 것이 더 추억이 많을 것이며 더 강하게 남아있을까?...
때문에 어른의 맛이라는 것이 더 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이 책에 반응하는 것은 추억이라는 것도 있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는 배경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학창시절을 겪고 사회에 진출하면 우리는 하나의 독립체로서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난다.
채 어린 티를 못 벗은  새가 날갯짓을 완벽히 배우고 둥지를 벗어날 시기인 것이다.
그러나 사회는 아직 어린 새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취업, 스펙 쌓기, 불평등 등등 각종 사회문제로 이들을 괴롭힌다.
날개를 힘차게 펼치며 둥지를 벗어났으나 비바람이 몰아치는 꼴이다. 
흔히 말하는 취준생들이다.

이들은 잠자는 시간마저 쪼개가며 취업의 좁디좁은 문턱을 넘으려 애를 쓴다. 
본래 요리라는 것은 급하면 안 되는 것이다. 요리가 만들어진 과정부터 음미하기까지 마음과 시간에
여유가 충분히 있어야지만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하지만 취준생들에게 이런 것은 사치일 뿐이다.(나 역시 그랬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따듯했던 어머니의 요리, 취준생이 되면서 힘들고 추웠던 요리 
등 다양한 맛이 상기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인상 깊었는지도 모르겠다.

글쎄... 
나는 이 책을 20대의 청춘들보다는 더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좀 더 시간과 경험이 쌓였을 때 읽는다면 보다 맛있는 책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른의 맛... 그것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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