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 - 화성 501
지선환 지음 / 매직하우스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어린시절 읽었던 만화책 중에 어른들의 욕심으로 지구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지구가 사라지게 될 위기에 놓이자 자신들의 희망인 아이들을 우주선에 태워서 우주로 떠나보내는 내용의 책이 있었다. '다시는 어른들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리라'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은 타행성에 정착하여 살아가지만 세월이 흘러가면서 점차 자신들의 부모들이 해왔던 잘못들을 하고 있는 자신들을 발견하게 되고 뉘우친다는 내용이다.

어렸던 나에게 그 책의 내용은 인상깊게 다가왔다. 지구가 멸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켜 준 최초의 책이였기 때문이다.

 

'조율 화성 501'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책이다. 소행성 Y가 지구 밖에서 간접적으로 충돌하여 지구의 생태계는 크게 피해를 입게 되고 사망자가 속출한다. 이 속에서 종말의 기운을 느낀 사람들은 점차 카오스에 빠지게 되어 무질서적인 행태를 부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보다못한 조물주 키리오스가 자신이 선택한 60만명을 화성으로 강제 이동을 시키고 지구는 곧 파괴된다.

화성으로 이주된 사람들은 지구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키리오스의 신념아래 친환경 정책과 질서 지키기를 절대적 믿음으로 여기며 살아간다. 그렇게 500년이 흐른 후 하나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되면서 이를 추적하는 주인공 무현수는 이 사건이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니라 엄청난 배경이 숨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참 익숙한 픽션이 등장한다고 생각했다. 소행성으로 인해 지구 대기 전체가 먼지에 둘러쌓여 농산물이 자라지 못해 엄청난 식량난이 발생한다는 것.. 소행성이 등장하지 않았다 뿐이지 지구 온난화로 농산물의 수확량이 줄어드는 이 시기에 어울리는 픽션이었다.

또한 신이 인간을 선택하여 구원한다는 것은 성경에서 나오는 노아의 방주를 떠올리게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지금의 인간들의 행태를 비판하려고 했던 것이다. 엄청난 빈부의 격차, 실업문제, 팽배한 이기주의와 인간의 욕심으로 파괴되는 생태계 등등.. 다양한 방면에서 현재의 모습을 꼬집고 최종적으로는 지구의 파괴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올 수 있음을 우리에게 전한다.

지구의 멸망이 오는 극단적 상황이 오지는 않겠지만(혹은 그러기를 바라지만) 저자는 그런 상황을 통해 우리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신에 의해 선택되어 화성으로 옮겨진 60만 인구의 설정은 조금 아쉽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며 사는 동물인데 결국에는 신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신(神)만이 이 사태를 해결해주는 모습에서 너무 인간이 수동적으로 보이지 않았나 싶다.

 

화성에서 펼쳐지는 사회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저자의 희망사항을 표출한 것이다. 자연과 공존하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고 나아가 행복을 추구하려는 노력.. 바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닐까?

책의 제목이 조율이라는 것이 어쩌면 인간은 스스로는 할 수 없는 자연과의 공존, 모두의 행복 추구를 신이라는 절대적인 존재의 조율아래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하여 붙인 것은 아닐까?

 

과거의 삶에 대해서 반성하고 나아가 현재의 우리의 모습을 되새겨보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 느끼게 해주는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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