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은 로맨틱 코미디
노라 에프런 지음, 박산호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60대의 성공한 뉴요커 노라 애프런이 노년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노년을 다룬 거의 모든 책들에서 설파하는 '아름다운 황혼'처럼 위선적인 것은 없으며, 현실적으로 아름답기 위한 여성들의 분투기를 거침없이 토로한다. 타이틀과 표지처럼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하고 펼치게 되었다면, 출판사의 무신경해 보이지만, 의도적으로 치밀하게 계산된 마케팅 상의 결과물이 아니겠는가? 가볍게 집어들었다면, 조금은 무겁게 내려놓는 과정 속에서 피해갈 수 없는 공감대를 찾았다는 것으로 위안삼으면 어떨까?

 

    로맨틱 코미디의 교과서적인 영화(멕 라이언의 전성기와 완전히 포개져있는)의 각본가와 감독으로 기억되는 노라 애프런의 첫 데뷔작은, 핵 발전소의 위험을 고발하려다 의문사한 여성을 다룬 사회드라마였다고 한다. 그의 성공에 정점에 재기 넘치는 끈적임이 없어 상큼텁텁했던 '로맨스'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영화산업 이면에 자리잡은 좌충우돌 노라 애프런 여사의 일상에 깃든 헛소동들에는 그보다 더 폐부를 찌르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20-30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모든 시간을 비키니를 입고 지내겠다는 한숨 섞인 자조, 성형수술만 빼고 온갖 의료적 방법으로 미모와 젊음을 유지시키려는 한다는 몸부림, 몸짱으로 거듭나보려고 운동이라도 할라치면 탈골이며 골절로 몸이 망가지곤 하는 부작용, 하나 둘 자신의 곁을 떠나는 친구들의 빈 자리를 두고 느끼는 상실감들 사이사이에 요리, 결혼, 이혼, 육아, 목주름에 대한 한탄, 뉴욕, 고급아파트, 명품, 폭로와 추문들이 버무려져있다. '로맨스'?

 

    노라 애프런은 미워할 수 없는 독설가이다. 부시 대통령을 조롱하다가, 불통이 튀는 곳은 클린턴의 지난날의 스캔들이고, 열혈 민주당원인 그녀지만 좀처럼 용서할 기색은 아닌 것 같다. 정치색을 표출만큼이나 요리법에 대한 레시피가 애지중지되고, 옛 이야기를 풀어가는 향수가 짙어지는 것을 보니, 노년을 짙누르는 중압감의 탈출구가 바로 추억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름다운 황혼...하는 그럴싸한 말보다 목주름 없는 '여자'로 남고 싶어하는 노라 애프런의 솔직함이 좋다. 로맨스가 휩쓸고 간 자리 안에 여러 사랑들이 온다. 그것은 도시일 수도 있고, 아파트일 수도 있고, 목욕 오일일 수도 있고, 함께 나이들어가는 친구일 수도 있다. 노라 애프런의 영화에, 책이 로맨스의 환상을 부추기는 속에서, 퍼덕거리는 현실감각이 늘 살아있었던 이유를 조금은 발견한 느낌이다.

 

    여자는 로맨스 없이도 살 수 있지만, '여자'를 잃고는 살 수 없다고 60즈음이 되면 결론내리게 될까? 아무튼 이 책은 '로맨스' 그 후의 시니컬한 일상에 대한 백서이다. 결론은 미모관리를 소홀히 하다가는 '목주름' 때문에 터틀렉 말고는 입을 수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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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5-18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T 했어요

문차일드 2007-05-21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지 마세요...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