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앉아 금琴을 타고 샘터 우리문화 톺아보기 2
이지양 지음 / 샘터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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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몇 해 전,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어머니는 우울증에 빠지셨다. 무기력하고 자책하는 모습이 몇 달 동안이나 이어지셨고, 한 번 울음이 터지면 꼭 통곡으로 끝이 나는 일도 종종 있었다. 뭔가 외부의 도움이 필요했을 때, 아주 가까이에서 대안을 찾게 해주신 것은 돌아가신 외할머니셨다.


    할머니의 유품 가운데서 나온 몸통이 빨갛고, 덧대어진 가죽이 손때가 타 반질반질한 장구 하나. 어머니는 장구를 배우기 시작하셨다. 그전에 한 번도 장구채를 들어보신 적도 없으셨고, 뭔가를 배우시겠다고 열의를 가지신 적도 없었는데. 할머니의 장구는 남겨진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울지 말고, 신명나게 살아야지-”


    『홀로 앉아 금을 타고』는 금난새 씨가 해설과 지휘를 맞아 초보 입문자도 쉽고 편안하게 클래식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클래식팝스프로그램처럼, 최태지 씨나 문훈숙 단장이 해설하고 국내외 유명 솔리스트들이 짝을 지어 파드되를 추는 발레 갈라 프로그램처럼, 한문학 전공자인 저자가 우리의 옛 음악을 옛글 속에서 유래를 찾아 운치 있게 들려주는 책이다.


    옛 문헌 속에서 고아하고 유유한 선비정신을 일깨우는 해설서들이 줄을 이어 출간되고 있는 즈음에서, 우리 음악의 기원을 낱낱이 들춰주고, 조상들이 생활 속에서 음악을 어떻게 향유해왔는지 구수하게 풀어주고 있어, 읽는 내내 신명이 났다. “지키고 누리지 않으면 문화가 아니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국악을 듣고 즐길만한 귀를, 여유를 가져본 적 없는 나로서는, 오히려 문헌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원과 향유하는 자세에 대한 번뜩이기도 하다가, 소소하게 이어져 내려오는 우리네 전통에 대한 한 단면을 지루하지 않게 따라잡는 기분이 들었다. 


    할머니의 빨간 장구가 새로운 가죽으로 덧입혀져서 어머니의 발표회 때 제 몫을 다하는 있으며, 요즘은 이곳저곳으로 봉사활동을 다니시기도 하는 것을 보며, 할머니를 추억하는 시간에는 어느덧 신명이 깃들게 되었다. 어머니가 즐겨보시는 국악 TV프로그램을 함께 보며, 책에 나오는 유래나 에피소드들을 전해드리는 것도 살며시 꿈꿔본다.


    책을 읽으면서 제법 유명한 판소리 대목이나 잔잔히 들을 수 있는 피리 한 곡조, 절절하고 구성진 배따라기 민요, 돌아가신 부모님을 기리는 불교식 추모곡인 회심가 한 대목 정도는 부록으로 제공되었으면 더욱 가까이 누리며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따라 읽으며, 따라 듣는 적절한 배려가 옛 글 속에서 빠져나와 옛 음악에 지금의 시간을 새롭게 부여해주었다면 좋았을 것을. 저작권이나 여러 가지 제작상의 난항 때문이라면 책에 소개된 곡조들을 소개해주거나 들을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 정도라도 한 줄 들어가 있었으면 화룡점정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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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7-04-29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화룡점정이라...읽어보면 좋겠군요.^^

문차일드 2007-04-29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찾아 들어보려고 합니다. 뭔가 그 음악을 특별히 즐길 수 있는 초대장을 받은 기분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