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공구로운 생활
정재영 지음 / Lik-it(라이킷)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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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딱뚝딱~!! 지~~잉~~!! 오빠네 놀러갈 때면 1층에서 늘상 듣는 소리다.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1층 본인만의 공구방(?)에서 무언가 만들고 있는 오빠는 온 식구들에게 공구방 차릴 기세라며 타박을 받곤 한다.

그래도 아랑곳 하지 않고 땀 뻘뻘 흘리며 이내 뭔가 그럴듯한 걸 만들어내는 걸 보고 금세 감탄을 연발한다.

어지간한 가구는 오빠가 거의 다 만든다. 다만 어지간할 뿐이다.

우리집두 가만 보면 일반집 치고는 공구가 많은(?) 편인 것 같은데.. 오빠네와는 비교불가다.


내가 아는 공구라고는 팔뚝 두꺼운 '토르'가 들고다니는 대땅 큰 망치, 산신령님이 인간의 욕심을 테스트 할 때 쓰는 도끼, 시그널 음악만 나오면 알게되는 맥가이버 칼, 요란한 소리를 내는 톱, 펜치, 드라이버 정도다.

오빠네 공구실에서 신나게 설명하는 오빠의 '외계어'를 초점없는 눈으로 듣던 나였는데.. 그런 나였는데...

이 제목의 책을 보고는 언능 읽어보고 싶어졌다..^^ ( 역시 무엇이든 가족이 설명하는 건 안 듣는다..^^;; )


펜이나 컴퓨터 대신 드라이버를 가까이하고, 현장이 곧 종일 업무를 보는 사무실이고, 드립커피 대신 믹스커피를 더 자주 들이켤 뿐 인 공구상 들의 이야기다.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기술자의 삶과 생활에서 공감할 만한 지점을 발견하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1부 공구로운 일상이야기 공구 상가에 들어서게 된 이야기부터 그곳의 일상이야기. 공구와 산업용품, 기술자들의 묘약 믹스커피, 1톤 트럭을 사고 싶게 만드는 트럭 예찬론, 제조업의 꽃 용접 이야기 까지 재미난 에피소드가 많아 마치 그 공구상 거리를 내가 기웃거리고 있는 것 처럼 생생하다.

2부 공구사용설명서를 읽다보니 오빠네서 보았던 공구들이 나와 내심 반가웠다.

어떤 제품이 안전하고 좋은지, 브랜드와 국산제품에 대한 이야기, 일반 가정이나 캠핑시 사용하면 좋을 만한 제품들까지 상세히 설명이 되어 있어서 여러 공구의 이름을 알게됐다.

이름을 알게 되니 왠지 더 친숙해지는 느낌이 들어 책 읽고 오빠랑 한참동안 수다를 떨었다.

내가 이것저것 이야기 하니 더 신나서 이번 달 구입한 공구를 영상통화로 또 보여준다. ( 으~~ 오빠의 공구사랑은 못말린다~ )


산업 발전과 함께 공구 상가가 1970~1980년대에 생겼으니 그때 첫발을 뗀 분들이 지금쯤 20~40대 자식에게 일을 물려주는 시기다. 저자 또한 급작스레 공구상가에 발을 디딘 분이라 젊은 세대다.

저자는 산업용품을 잘 선별할 필요가 있고, 배송의 어려움과 제조업의 말과 정신을 소비자에게 잘 전달해야 하는 공구상은 꼭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공구상은 확실히 청년 세대가 선호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주위의 공기가 달라지고 있다.

집에서 뚝딱 만들어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캠핑을 즐겨하는 인구들이 많아지면서 공구에 대한 관심은 더욱 늘어날거라 예상된다.

제2의 공구상 2세들은 차근차근 충분히 쌓은 본인의 지식을 기반으로 또다른 것과 만나 융합해서 더 멋진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가 이토록 쉽고 재미있게 공구에 대해 책을 엮어낸 것처럼..

이 책을 읽음으로 해서 '모름'에서 비롯된 막연한 편견과 인식이 상당부분 부드러워졌다.

'이 일은 내가 해야 한다'는 자부심을 갖는 저자처럼 제 2의 공구상 2세들이 자신만의 감각으로 산업용품, 공구를 재해석하고 탄탄한 실력으로 이 생태계를 멋지게 만들어봤으면 좋겠다고 나 역시 뜨거운 응원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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