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기록이 첫 번째 기록을 덮을 수는 없었다. 두 일기 모두 보존될 것이다. 나의 기억과 오빠의 기억이 나란히 공존할 것이다. 앞뒤말을 맞추기 위해 한쪽을 수정하지 않은 것은 대담한 행동이었다. 두페이지 중 하나를 찢어 내버릴 수도 있었지 않은가.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것은 약하고 무력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 행동이다. 나약하지만 그나약함 안에 힘이 들어 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자기 자신 안 에서 살겠다는 확신.
확실히 알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확실히 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말에 휩쓸리길 거부한 것은 내가 그때까지 한 번도 나 자신에게 허락하지 않은 특권이었다. 그때까지의 내 삶은 늘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서술되어져 왔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강하고, 단호하고, 절대적이었다. 내 목소리가 그들의 목소리만큼 강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