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모든 이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전제로 한다. 우리의 민주주의에서 금지된 책은 그 사회가 -표현의 자유를 얼마나 진지하게 여기는지 알려주는 일종 의 시금석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또 누구에 의해서든 사과없이 금지된 책에 대한 소송은 언제나 엄청난 주목을 끈다.
그것은 서로 경쟁하는 두 개의 이해관계 사이의 갈등을 대신해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쪽은 자유, 다른 한쪽은 보호와 안정. 한쪽은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려 한다. 다른 한쪽은 거론되지 않은 채로 남으려 하거나 또는 국가가그런 콘텐츠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믿는다. 특수한 사건이 아닌 경우 그와 관련된 소송에서는 항상 원칙적인 문제, 즉 공동체를 보호하는 것과 개인의 자유 중 어느쪽으로 저울이 기울어야 할지를 놓고 고심한다.

 독본은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세뇌시킨다.
독본은 읽기를 가르치면서, 무엇보다도 미성숙과 무지와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중요한 전제 조건을 제공한다. 

다 읽힌 책은 곧장 친구에게 가거나 쓰레기통으로 직행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책장으로 이동해서 다른 책들과 더불어 종이로 만든 담쟁이덩굴처럼 서서히 벽을 무성하게 뒤덮는다. 그 광경을 보는 것 또한 즐거움이다. 나는 읽힌 책이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붙잡을수 있는 독서 생활의 기록이기 때문에 그 가치를 부여받는다고 믿는다. 여기서 책이 두 번 읽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않다.

읽힌 책은 그것을 읽은 독자가 살아온 삶의 일부이다. 심지어는 아주 중요한 장의 특별한 한 단락이 삶의 일부가 될수도 있다. 독자가 가장 머물러 있고 싶어 했던 부분, 가장편안함을 느낀 부분이었다면 언제나 그렇다. 모든 텍스트는언어로 이루어진 세계이다. 이와 동시에 독자에게는 그 세계를 여행한 기록이다. 그러므로 이따금씩 그 여행을 회상하기 위해서라도 읽힌 책은 여행 기록처럼 보관될 필요가있다. 여행 기록들이 다 그렇듯이 기억을 생생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
 이처럼 개인 도서관은 자신만의 독서 생활을 위한 기록보관소이다. 아니, 어쩌면 그 어느 곳보다도 활기차고 웅장한 묘소일지도.

책은 여전히 평온을 누릴 것이다. 책장에서 만족스럽고 여유롭게 자리를 지킬 것이다. 그러나 진실로 책은 찾 아주고 구입하고 당연히 읽어주는 사람이 있어야만 비로소 살아나는 메시지 전달자이다. 책의 물질적인 가치는 출판사나 경매소에서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그 실질적인 가치는 인간과 맺는 관계를 통해 획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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