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명사로 고정하는 게 아니라 동사로 구성하는 지난한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생을 오해받을지라도
순간의 진실을 추구하고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며 살아갈 때만
아주 미미하게 조금씩, 삶은 변한다.

사는 동안 숱한 말의 숲을 통과한다. 도무지 그 말이 어려워 서성이기도 했고, 그 말에 채여서 주저앉기도 했고, 그 말이 따스해 눈물짓기도 했다. 그렇게 추억이란 말의 기억이다. 그리고 어느 시인 의 말대로 모든 흔적은 상흔이다. 완전한 제거는 없다. 누렇게 곰팡 이 쓴 말들과 소화되지 않은 말들을 껴안고 한평생 살아간다. 가끔 텅 빈 몸에서 말의 편린들이 덜컹거리면, 외로운 몸뚱이 안에서 들려오는 그 인기척이 반갑기까지 하다. 어느새 정이 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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