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는 늪이 아니다. 습지는 빛의 공간이다. 물속에서 풀이 자라고 물이하늘로 흐른다. 꾸불꾸불한 실개천이 느릿하게 배회하며 둥근 태양을 바다로 나르고, 수천 마리 흰기러기들이 우짖으면 다리가 긴 새들이 애초에 비행이 존재의 목적이 아니라는 듯 뜻밖의 기품을 자랑하며 일제히 날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