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 다른 문제는 대강 해도 되사고방식은 위험하다. 비건에 관해서는 가장 세세한 부분까지 따져가면서 다른 분야에서는 방만한 태도도 경계하자. 자가용을 몰며 장거리 비행을 자주 다니고 전기와 화석연료를 아낌없이 쓰면서 탄소 발자국을 논하는 비건이 누굴 설득하겠는가. 좀 덜 깐깐하더라도 균형이 잡혀 있는 편이 낫다. 비건들에겐 디테일이 중요해서 그런지 지엽 말단에 집착하는 것을 가끔 본다. 소수자 운동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도덕적 결벽증도 눈에 띈다. 말 한마디의 정치적 올바름, 실수 하나를 꼬치꼬치 따지며 꼬투리를 잡기도한다. 건설적인 비판은 필요하지만, 내 생각에는 완벽주의로 가기보다는 비건 친화적이 공동체를 최대한 확장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비건을 실천해보면 세상이 얼마나 부조리로 차 있는지 실감한다. 그러면서 세상 보는 눈이 바뀐다.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무심하고 보수적인 존재일 수 있는지도 새삼 깨닫는다. 사람들이 무심코
"치맥 하러 가야지?", "삼겹살, 콜?", 심지어 "오늘은 남의 살이 땡겨"라고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때, 겨우 이런 걸로 약해지면 안 되지 싶어도 마음한쪽은 무너진다. 이것이 진지한 비건의 일상이다.
절망은 길고 꾸준하고, 희망은 파편적이고 멀리서 명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