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푸어 소담 한국 현대 소설 5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좀비 시대 로맨스에 대한 블랙코미디

 

 

갑자기 무슨 이유에선지 서울 강북 쪽에 좀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5년 전 여름 중부지방을 강타하고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유언비어처럼 소문만 떠돌던 좀비의 존재가 순식간에 사람이 많은 중심권을 덥치면서 다리로 연결된 도시는 폐쇄되고 만다. 그 속에 한 여자와 남자가 갇히게 된다. 여자는 강남의 대형 은행에 7년 간 근무하지만 후배가 자신보다 먼저 승진하고 전염병에 좋다는 비타민 주사를 맞다가 경찰에 걸려서 징역 6월, 사회봉사 5백 시간이라는 판결을 받는다. 여자는 사회봉사를 갔다가 잘생긴 우현을 만나게 된다. 그와 술을 마시고 헤어지려는 찰나에 좀비에게 쫓기다 밤을 지새게 된다. 그 이후, 강북 쪽은 좀비들 때문에 폐쇄되고 여자인 다영은 우현과 좀비들의 위협을 함께 헤쳐 나가게 된다...

 

좀비들을 소재로 한 영화나 문학은 많이 있어 왔다. 좀비들은 시각적으로 주는 자극이 크기 때문에 문학보다는 영화로 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좀비들이 나오는 책은 거의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좀비들이 창궐하는 시기에 로맨스를 중심으로 하는 작품은 예전에 좀비도 사랑할 줄 안다는 <웜바디스>가 우리나라에서도 꽤나 화제를 모았던 것으로 안다. 특히, 여성들에게서 로맨틱하게 다가가서 좀비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즐겨봤다고 한다.

 

이 <로맨스 푸어>도 좀비들이 창궐하는 시기의 사랑을 주제로 하였다. '목숨이 위협 받으며 쫓기는 상황에서 무슨 사랑 타령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예상하고 상상하는 로맨틱 소설은 아니다. 사랑은 사랑이지만,,, 미니시리즈 드라마처럼 삼각 관계에 빠진 전형적인 로맨스의 틀을 보여주고 있었다. 잘생기고 잘 챙겨주고 이상적인 꿈을 꾸는 남자지만 생활력과 지식은 조금 빠지는 우현과 못생겼지만 돈과 권력을 가지고 편한 생활을 하게 만들어주는 이성욱 사이에서 고민하는 다영이라는 여자...

 

처음에 제목만 봤을 때는 연애를 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못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요즘에 하우스푸어나 워킹푸어, 실버푸어 등의 접미사 '-푸어'가 붙어 신조어가 많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래! '삼포세대'로 결혼, 출산, 연애를 포기했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연애를 하면 돈이 많이 드는데, 돈이 없으면 연애도 못하는 현실을 보여주나 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좀비들이 튀어나오고 도망쳐 다니면서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내용이 나오고 있었다.

 

어찌보면, 결론은 같을지도 모르겠지만,,, 굳이 좀비가 창궐하는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이유가 의문스러웠다. 더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어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차이를 더 극명하게 보여주려는 것이었을까? 하지만 이 책은 다양한 주제들을 너무 많이 끌어안으려 해서 그 정체가 불분명해진 점이 있었다. 좀비 떼에게 습격 받으면서도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의 생존력이 주제인가, 아니면 자신만 살아남기 위해서 잔인한 짓도 서슴지 않는 인간의 비인간성이 주제인가, 아니면 좀비가 나타나는 비상시국에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대한 비판인가, 아니면 빈부격차에 의한 가진 자들이 누리는 특권에 대한 비판인가, 아니면 삼각관계에서 고민하는 현대 여성의 모습이 주제인가... 이처럼 다양한 주제 중에서 작가는 '삼각관계 로맨스'를 중심으로 잡았다.

 

이 소설은 그 삼각관계 로맨스가 미니시리즈나 연애 소설의 큰 틀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고 있어서 유치하게 느껴졌다. 남자의 대립이 돈과 외모라는 외형적인 대결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었다. 그 둘의 사이에서 여자는 갈팡질팡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여자가 그 둘의 사랑에서 고민하는 걸로 보이지 않았다. 주인공인 여자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결국 편안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최신식 아파트'였다. 마지막에 다른 모든 걸 포기하고 우현을 택했다고 하더라도 별로 그 마음이 절실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만약 우현이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는 상황이었다면 다영은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좀비가 창궐하는 극단적인 시대에 우현이 모든 사람을 구하겠다는 이상적인 목표를 위해 목숨을 거는데, 다영은 우현의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서 결국 그를 돕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현이 목숨이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서 저렇게 이상을 쫓기 위해 자신을 내던진다면, 그때도 다영이 그의 뒷바라지를 하며 도울 것인가? 하는 데에는 의문이 들었다. 다영이가 이런 선택을 하게 만들기 위해서 좀비들은 나타나야 했던 것일까? 이런 생각까지 들었던 만큼 좀비들은 그들의 사랑의 완성을 위한 부수적인 인물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은 비현실적이었고 그저 로맨스를 열망하는 여성을 위한 상상의 산물로만 느껴졌다. 현실적이지 않았던 이유는 SNS의 위력이나 경찰이나 군대 등의 정부 역할이 나오지 않았고, 비타민제를 맞는 모습이나 아파트의 생활 모습 등에서 말이 안되는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다영이는 좀비를 대할 때 여전사의 이미지를 풍겼다. 처음에는 바퀴벌레 한 마리에도 놀라던 다영이는 나중에 최신식 아파트,,, 따뜻한 물과 음식이 있는 곳이다. 그곳에 남기 위해서 좀비들을 과감하게 때려잡고 아이볼을 수집한다. 좀비들을 죽일 때의 인간적인 고뇌나 잔인함에 눈을 찡그리는 일도 없이 하나라도 더 모으기 위해 혈안이 된다. 좀비는 사람이 아니고 주인공 자신은 따뜻한 물에 씻고 편안하게 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다영이는 높은 자리에 올라 강남으로 넘어가려는 꿈을 꾸기도 하는데,,, 여전사에 비해서는 참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 아이볼을 수집해서 그 아파트에 남아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래보다는 현재를 택하고 있는 다영이는 좋게 말하면 능력에 비해서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여자였다. 다영이는 과감하게 행동하고 사람들을 통솔하는 능력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 속에 나오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스스로 상황을 타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새로운 여성상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좀비가 이렇게 안 무섭기는 또 처음이었다. 그만큼 무서운 상황 속에서 웃기는 상황들이 계속 나오고 있었다. 누군가는 유치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작가의 비판적인 시각이 느껴지기도 했다. 마지막 결말을 보면 작가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사랑'이 승리한다는 로맨스의 정석을 전달하고 싶은 듯 했다. 그것에 동의를 하든 안하든,,, 현대는 로맨스를 꿈꿀 수는 있지만 연애하기는 힘든 시대가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네이버 책좋사 소담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무녀굴 - 밀리언 셀러 클럽 한국편 17 - 영화 [퇴마 : 무녀굴] 원작 소설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7
신진오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 토속신앙에서 느껴지는 공포

 

 

원혼에 의한 복수나 빙의 현상은 그동안 수많은 문학과 영화 등으로 창작되어 왔다. 특히, 고전 중의 고전인 <엑소시스트>는 지금 봐도 심연의 공포심을 건드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 중에서도 악령에 빙의된 인물이 계단을 기이한 몸으로 내려오는 장면은 가장 압권이라 할 수 있다. 감독의 꿈에 나타난 악령이 그런 모습으로 다가와 영화 속 장면으로 집어넣지 말라고 위협했다는 일화는 이 영화와 관련해서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일 것이다. 게다가 이 영화와 관련된 스텝과 배우들이 그 후에 불행한 일들이 겹치면서 악령 영화 중에서 바이블처럼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양의 공포 영화는 악령과 살인자나 괴물, 최근에는 좀비에게 쫓기는 종류가 많은 것 같다. 동양의 공포 영화는 일본의 <링>을 필두로 귀신의 복수나 전염병 등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는 <여고괴담> 이후에 학교나 특정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공포 영화가 많이 나왔다. 최근의 공포 영화는 많이 보지 않아서 무슨 경향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중에서 우리나라의 토속 신앙과 관련한 공포물은 많이 접해보지 못한 것 같다. 특히, 무속신앙은 공포물보다는 <만신> 등의 다규멘터리로 만들어져서 무속인의 애환을 많이 그려온 게 사실이다. 그러던 와중에 한국 전통 토속신앙을 바탕으로 한 공포물을 접하게 되었다.

 

이 소설은 산악자전거 동호회 팀인 '매드맥스' 회원 7명이 라이딩 중 제주도의 동굴을 탐험하다 실종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 그 이후 9개월이 지난 어느 날, 주인공 진명은 친한 선배의 부고를 듣고 장례식장에 가게 된다. 진명은 원래 의사가 되려고 했는데, 레지던트 때 약혼녀인 수혜에게 생긴 비극적인 사건으로 퇴마사인 법사가 되어 활동하고 있었다. 진명은 김주열 선배의 죽음을 조사하던 중 원한을 가진 귀신이 관련된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선배는 진명에게 자신의 아내인 금주와 딸 세연을 부탁한다. 선배를 저주로 죽인 원혼이 바로 영력이 센 무녀였던 것이다. 이렇게 영력이 세고 원한에 사무쳐 있으면 그 저주는 쉽게 풀리지 않고 그 주변인에게까지 피해가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얘기를 들은 금주는 화를 내지만 자신의 주변에서 생긴 불행한 사고로 진명에게 의지하게 된다. 그리고 백발의 무녀 정체를 조사하던 중 소록도에 있는 엄마를 찾아가 금주 자신과 그 백발의 무녀에 대한 상관 관계를 듣게 된다. 그 백발의 무녀가 묻힌 곳이 바로 제주도의 '김녕굴'이었다. 진명과 금주는 무녀의 저주를 풀기 위해 그 동굴로 향하게 되는데...

 

책 자체는 430쪽 이상의 페이지를 차지할 정도로 꽤 두꺼운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내용이 긴장감 있고 재미있어서 쉽고 빨리 읽혔다. 특히, 백발의 무녀가 괴기스럽게 나타나는 장면은 꽤 공포스러웠기 때문에 공포물을 좋아하거나 한여름 밤에 오싹한 한기를 느끼고 싶다면 읽어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특히, 영화 <퇴마: 무녀굴>로 8월 20일에 개봉한다고 하니, 얼마나 공포스럽게 만들어졌을지 기대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책 속에 나오는 장면들을 상상해 보았는데,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사람의 심장이 두근두근 할 정도로 공포스럽고 오싹하게 해줄 것 같았다.

 

어쨌든 한국의 토속신앙인 무녀를 소재로 이만큼 공포스러운 작품을 만들어 낸 것이 꽤 성공적으로 느껴졌다. 중간에 <엑소시스트>의 정화 의식과 같은 장면이 나오는데, 이 책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부분이었다. 특히, 조금(?)은 잔인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장면도 있는데, 마음이 약하거나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은 조심히 보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비일상적이고 전에 보지 못한 낯선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백발의 무녀가 저주하는 대상이 금주보다는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끼친 자들의 자손을 향하는 게 내용 흐름 상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에 대한 복수는 생각(?)보다 약했기 때문에 조금 의아한 점이 있었다. 이것 외에도 제주 김녕굴에 얽힌 설화나 뱀 신앙, 샤머니즘에 대한 전설 등을 다루고 있어서 책의 내용이 더 풍부하게 느껴졌다.

 

이 책에서 공포를 주는 소재로 '방울'과 '뱀'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예능 프로그램인 <런닝맨>에서 술래가 발목에 방울을 달고 사람들을 쫓아다닐 때를 떠올리면 그 공포심이 얼마나 심할 지 쉽게 상상이 갈 것이다. 특히, 무속의 방울은 무령으로서 악귀를 쫓고 신령을 부르는 무구로 사용되는데, 악귀인 백발의 무녀는 자신의 영력으로 뱀들을 부리는 사술을 부리고 저주를 내리기 위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저주를 받는 당사자는 이 방울 소리가 더 공포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어쨌든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하니, 이후에 들고 나올 작품들이 기대가 되었다. 우리나라만의 공포·호러·스릴러 등의 장르문학의 세계를 그 나름대로  형성해 나갈 것 같기 때문이다. 또한, 신진오 작가가 장르 작가 사관학교라 불리는 '매드클럽'에서 소설작법을 익히고 도움을 받았다니, 매드클럽이라는 곳이 궁금해졌다. 앞으로 신진오 작가의 정진을 기대해 본다.

 

 

* 황금가지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영화 <퇴마: 무녀굴>에 대한 정보 소개※

☞ 책의 내용과는 다른 점이 있다. 진명이 정신과 의사이자 퇴마사로 나오고 그의 조수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고 한다. 책과는 다른 영화만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개봉하면 빨리 보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이 책과 똑같을지, 아니면 다르게 될지도 궁금하다.

 

제1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 선정 영화 <퇴마: 무녀굴>


김휘 감독 사단과 김성균, 유선, 차예련, 천호진, 김혜성 등 최고의 배우들이 만났다,

샤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플롯과 감각적인 연출이 만들어낸 한국 공포영화의 걸작!


정신과 의사이자 퇴마사인 진명과 그의 조수인 지광은 기이한 현상에 시달리는

금주를 치료하던 중 그녀 안에 있는 강력한 존재와 마주하게 된다.

절대 비극의 산물인 강력한 존재의 실체는 계속해서 대물림되며 주변 사람들을 극단의 공포로 몰아간다.

제1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김휘 감독의 <퇴마: 무녀굴>은

샤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플롯과 현대적으로 감각적인 연출이 만들어낸

한국 공포영화의 걸작으로 평가함에 모자람이 없다.


공포영화 같은 스릴러인 데뷔작 <이웃사람>으로 성공적인 출발을 알린 김휘 감독은

마치 어린 시절에 듣던 무서운 이야기의 잔상들을 상기시키듯 감성적이며

충격적인 영상들로 관객들을 얼어붙게 만들며 퇴마사로 변신한 김성균과

강력한 존재를 품고 있는 비밀의 여인으로 돌아온 유선의 고품격 연기가 영화의 몰입도를 배가시킨다.

폐막작 <퇴마: 무녀굴>은 판타스틱영화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정통 공포영화라는 점과 더불어

근래 고전을 면치 못했던 한국 공포영화계에 큰 활력을 불 어넣을 것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출처: 부천국제영화제 작품 소개)


▶ 영화 <퇴마: 무녀굴> 영화 정보: http://goo.gl/Rvl3oy 

종말은 없다. 영혼에는 출생도 죽음도 없다. 한번 생겨난 존재는 없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태어나지도 않고 영원하며, 항상 존재하며 죽지 않는 태고의 존재자.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 기다` 중에서 (43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5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 주세요!

[경제경영] 15기 신간평가단 활동이 마무리 되었다. 좋은 책들을 미리 읽고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즐거웠다. 16기 신간평가단으로도 선정되어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들을 더 많이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15기 신간평가단 활동을 마무리 하고 싶다. 그리고 경제경영 파트장으로 활동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이번 활동을 통해 성실하고 통찰력 높은 좋은 리뷰들을 직접 읽을 수 있었고 재미있는 알라디너 분들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16기에서도 기회가 된다면 파트장 활동을 하며 더 많은 알라디너 분들을 만나고 싶다.

 

 

- 15기 신간평가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15기 신간평가단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은 바로 <경영의 모험>이었다. 먼저 책의 두께에서 놀랐고 저자의 필력도 책 읽는 재미도 주었다. 많은 경영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었고 독자의 흥미를 끌만한 이야기들이 흥미를 끌었다. 이 책을 추천한 인물들을 보면 이 책에 대한 믿음을 더욱 높여 주었다. 오랜 옛날에 나온 것이기는 하지만 이 책 속에 나오는 문제들은 아직도 여전히 일어나는 경영 난제들이므로 경제 매커니즘이나 기업 운영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이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 15기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15기 신간평가단 도서 중에 맘에 들었던 책들이다.

<끌리는 컨셉의 법칙>은 다양한 실생활 상품의 컨셉의 비밀을 알 수 있었던 기회였다. <단>은 단순해져야 한다는 사실을 많은 자료를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경제학을 입다, 먹다, 짓다>는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의식주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경제학적인 사회 변화를 살펴볼 수 있었다. <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의 문제점과 함께 그에 대한 해결 방안들을 정리해주고 있었다.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는 현재보다는 그의 앞날의 행보에 대해서 더 관심있게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책이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07-28 2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미래에 도착한 남자, 일론 머스크가 제시하는 미래의 프레임
애슐리 반스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론 머스크_미래를 앞당기는 남자

 

 

영화 <아이언맨>을 본 사람이라면 최첨단 장비를 입고 하늘을 나는 토니 스파크에게 매료됐을 것이다. 얼마나 똑똑하기에 그런 장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건지 평범한 사람은 엄두도 못 낼 것이다. 그런데 그 영화 속 인물에 걸맞은 사람이 현실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 당시 <아이언맨>의 주인공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엑스와 테슬라 모터스 등을 안내 받으며 그와 얘기를 나눴다고 하니, 얼마간은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책의 홍보 문구에서는 일론 머스크를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이라고 하고 있는데, 일론 머스크를 모델로 해서 영화가 만들어진 줄 알았지만 그것보다는 과장된 얘기 같았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놀랐던 것은 일론 머스크 가족들의 모험심이었다. 특히, 일론 머스크의 외할아버지인 조슈아는 아내와 조립해서 만든 경비행기를 타고 곳곳을 여행하며 다녔다. 나중에는 태평양을 건너 호주까지 갔다 왔다고 하니, 그 모험가 정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나중에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건너가 살게 되는데, 그곳에서도 아프리카 곳곳을 여행하며 다녔다. 밤에 사자를 만나 위험에 빠지기도 하고 사납고 굶주린 짐승들도 만났다. 길을 잃어 조난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들 가족은 끊임없이 여행을 다니는 모험가 정신을 잃지 않았다. 이런 정신이 일론 머스크에게도 그대로 전해진 듯 싶었다.

 

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었나? 어쨌든 일론 머스크는 어렸을 때부터 많은 책을 읽었고 자기만의 세계에 자주 빠져 들었다. 어떤 사물을 보면 머릿속으로 모든 작동 원리가 이해되고 기억되었다. 그건 스스로도 어떻게 한 건지 모르고 그저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현상이었다. 이 아이에게는 공부가 어렵다거나 이해되지 않는다거나, 기억되지 않거나, 수학적 사고가 어려운 이유가 이해되지 않았다. 정말 머리 하나는 타고났다고 볼 수 있었다.

 

그는 나중에 캐나다로 건너 와 대학교를 다니다 꿈에 그리던 미국의 실리콘밸리로 향한다. 실리콘밸리의 창업 정신으로 일론 머스크는 지도와 GPS 내비게이션을 결합한 'ZIP2'를 창업하였고 그것을 기반으로 2,200만 달러를 벌었다. 아무것도 없는 무일푼에서 엄청난 부자가 된 것이다. 그 후, 인터넷 은행 설립에 대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엑스닷컴을 창업한다. 엑스닷컴은 다른 곳과 합병해 '페이팔'이라는 이름으로 덩치가 커졌고 2002년 7월에는 이베이가 인수 의사를 밝혔다. 이 인수로 인해 머스크는 약 2억 5,000만 달러, 세금을 빼고도 1억 8,000만 달러를 손에 넣게 된다. 그리고 이 돈을 기반으로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사업에 뛰어 들었다.

 

머스크는 이후에 '스페이스 엑스'라는 우주항공 신생기업을 창업해 투자하고 거의 동시에 전기 자동차를 생산하겠다는 신생기업 '테슬라 모터스'에도 투자를 한다. 그리고 사촌이 사업을 벌이는 태양광 발전 장치 기업에도 투자하여 최대 주주가 된다. 일론 머스크는 로켓 발사와 전기 자동차 개발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동시에 처리해 냈다. 중간에 파산의 위험이 몇 번이나 있었지만 일론 머스크는 이 힘든 과정을 결국 이겨내고야 말았다. 일론 머스크의 강인한 정신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2001년 머스크는 로켓을 사서 발사하려고 했지만 수지가 맞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만든다면 그 돈으로 더 싸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일개 사기업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지만, 머스크는 국가에서 행하는 큰 로켓이 아니라 단가를 낮춘 싼 로켓이라면 가능성이 있는 길이라고 예상했다. 그때부터 돈을 투자해 부품들을 만들고 조립하여 로켓을 발사해 보았다. 2008년 9월 28일 펠컨 1호의 4차이자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발사가 실시되었다. 그동안 자신의 전 재산과 친구들의 돈, 끌어 모을 수 있는 모든 돈을 투자했지만, 이때까지 발사는 한번도 성공하지 못 했고 이번마저도 실패한다면 그대로 파산일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상태였다.

 

이와 동시에 테슬라 모터스에서 만든 전기 자동차도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 차를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직접 생산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아직 생산 체제가 확립되지 않았고 자동차 자체만으로도 다양한 문제들이 불거져 나왔던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머스크는 이때 이혼 소송을 하고 있었고 두 회사가 잘못 운영되고 있다며 언론들의 뭇매를 맞고 있었다.

 

이 혼란하고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머스크는 한번 들인 발을 빼내지 않았다. 우주 발사를 몇 번 실패하고 난 후에 기업을 포기하거나, 전기 자동차 회사를 다른 곳에 인수를 했어도 되었지만, 머스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사원들에게 할 수 있다며 더 힘을 내 보자고 격려하였다. 결국 펠컨 1호의 4차 발사는 성공하였고, 테슬라 모터스는 투자 유치와 정부의 지원금으로 겨우 살아날 수 있었다.

 

그 후, 2014년 10월 테슬라 모터스는 '모델S'의 시연식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그냥 자동차 한 대가 아니라 환경을 보호하고 지구를 지킨다는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파는 회사로 성장하게 되었다. 앞으로 무료 충전소 설치 확대와 함께 더 많은 사람이 전기 자동차를 소유하게 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스페이스 엑스는 우주 항공물을 싼 값에 발사할 수 있게 되었고 정부가 실시하는 프로젝트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앞으로 발사체의 재사용을 위한 기술 처리, 우주로 보낸 캡슐이 안전하게 귀환하는 기술력을 실험 중인 스페이스 엑스는 궁극적으로는 화성 이주 계획을 실현하고자 한다. 몇 년 앞에 우리에게는 우주 시대가 열릴 것이고 그 선두에 서서 장대한 프로젝트를 이끌 기업은 바로 스페이스 엑스일 것이다.

 

언젠가는 어떤 연료보다 태양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고 전기 자동차를 사용해 환경 오염을 줄이게 될 것이고 더 싼 값에 우주 여행을 하거나 화성 이주를 단행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지금은 희망사항일 뿐이지만 이것을 현실로 앞당기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바로 일론 머스크였다. 단순한 이익 추구나 단기적인 목표가 아니라 지구 환경과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면서 기술을 발전시키고자 자신과 사원들을 채찍질하는 일론 머스크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그들은 매일매일, 주말도 없이 12시간 이상, 교대로 일하는 것이 일상일 정도로 이 일에 매달리고 있었다. 일은 힘들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만족감, 그리고 뭔가 도전 의식을 불태우는 카리스마적인 일론 머스크의 존재에 의해 그들은 따분한 일상이 아닌 바쁜 일상 속에 과감하게 자신을 집어 던지고 있었다. 그런 만큼 실수나 변명을 용서하지 않는 일론 머스크의 존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가족들과의 시간은 포기하게 되고 이직률도 높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이나 보람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함을 선사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만큼 사원들과 자신을 몰아 붙이는 일론 머스크의 존재가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지 지켜보고 싶어졌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07-27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수꾼
하퍼 리 지음, 공진호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각자의 파수꾼은 각자의 양심이야!!

 

 

이 책의 핵심은 바로 이 말이다. 각자의 파수꾼은 각자의 양심이라고. 각자의 양심? 바로 집단의 양심이 아니라고 못을 박고 있다. 그렇다. 인간 개인은 정말 이성적이고 인간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잃지 않는다. 하지만 개인이 아니라 다수가 되면 어떻게 될까? 그 이성적이고 휴머니즘적인 인간 개인의 윤리와 양심, 도덕은 어딘가로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 '집단의 광기'는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나도 거기에 휩쓸리면 누군가에게 돌을 던지고 비난을 하고 분노를 터트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스·로마 시대의 노예, 중세시대의 계급, 백인 우월주의, 유대인들의 탄압, 히틀러의 파시즘,,, 지금의 외국인 혐오증이나 성차별적인 요소 등은 우리의 역사에서 언제나 '차별과 탄압'이 존재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나 <파수꾼>은 미국 흑인들의 인권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사회 문제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앵무새 죽이기>라는 한 권의 소설로 흑인 인권 해방 운동에 많은 영향력을 발휘한 하퍼 리는 50년이 지나서 이 책을 출간한다. 그것도 전 세계 14개 국가에서 동시에 출간한 대단한 기록을 남기면서 말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앵무새 죽이기>를 보았다. 하퍼 리가 원래 출판사에 원고를 보낼 때 <파수꾼>을 보냈다고 했는데, 그냥 제목만 <파수꾼>을 <앵무새 죽이기>로 바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원래 하퍼 리가 출판사에 보낸 원고가 <파수꾼> 그 자체였다. 하지만 출판사에서는 백인과 흑인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수꾼>의 내용이 너무나 직접적이라 우려를 표명했다. 그래서 하퍼 리는 <파수꾼>을 기반으로 <앵무새 죽이기>를 집필했다. 이 <앵무새 죽이기>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성공을 거두자 하퍼 리는 그 부담감으로 은둔 생활에 들어가고 더 이상 책을 출판하지 않았다.

 

즉, <파수꾼>은 원래 <앵무새 죽이기>보다 먼저 창작된 것이다. 하지만 <앵무새 죽이기>가 먼저 출판되었고 이야기 전개상 스카웃이라는 여자 주인공의 어렸을 때를 다루고 있으므로, <파수꾼>은 <앵무새 죽이기>의 전작이자 후속작이라는 미묘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하퍼 리가 그 동안 내내 침묵하다가 5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왜 <파수꾼>을 출간할 결심을 했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어떤 언론에서는 다시 백인과 흑인 간의 인종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도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는 비판을 의미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어쨌든 하퍼 리는 <파수꾼>이 출간되는 영향력을 간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파수꾼>은 많은 부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 핵심은 <앵무새 죽이기>에서 정의의 대명사였던 애티커스 변호사가 흑인 차별을 옹호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세월이 흘렀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들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서 생각이 변했던 것일까? 애티커스 변호사는 딸 스카웃과의 논쟁에서 세상이 너무나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에 적절한 제지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피력했다. 지금의, 아니, 앞으로 세계가 변화할 속도를 상상할 수 있었다면 애티커스 변호사는 심한 현기증을 느꼈을 것이다. 기술의 발달 만큼 인간의 도덕과 윤리 등의 정신적인 측면은 성장이 더딜 것이라는 애티커스 변호사의 생각은 현대 문제의 핵심을 찌르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인종 간의 정신적인 발달 문제에 국한되고 있기 때문에 정의의 대명사였던 애티커스 변호사에게 많은 사람들이 실망한 것이다.

 

손을 잡아 이끌어 주고, 매 정시마다 보이는 것을 공표해 주는 파수꾼이 나는 필요하다. 이 사람이 이렇게 말하지만 실제로는 저것을 의미한다고, 가운데 줄을 긋고 한쪽에는 이런 정의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저런 정의가 있다고,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해 줄 파수꾼이 나는 필요하다. (255쪽)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다른 누구보다 똑똑하고 이성적이라 믿는다. 그래서 어른이 되어 나이를 먹을수록 자신의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느니 자신의 생각과 반대인 사람과는 인연을 끊고 상종을 하지 않는 게 더 낫다. 그런데 역시 애티커스 변호사다운 면이 그 다음에 나온다. 자신을 우상처럼 우러르며 따랐던 딸 스카웃이 자신만의 생각과 사고를 아버지 앞에서 주장할 수 있기를 바란 것이다. 부모의 입장이라면 자녀가 자신의 말을 신뢰하고 따라주기를 바랄 텐데,,, 애티커스 변호사는 오히려 딸이 주체적인 입장에서 자신의 논리를 펼치기를 염원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파수꾼>의 의미가 담겨 있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고 했던 옛날 경구가 떠오른다. 정신적인 성숙과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쉽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너는 너만의 양심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어딘가에서 그 양심을 따개비처럼 네 아버지에게 붙여 놓았던 거야. 자라나면서, 또 어른이 되고도, 너 자신도 전혀 모르게 너는 네 아버지를 하나님으로 혼동하고 있었던 거야. 인간의 심장을 가진, 인간의 결점을 가진 한 인간으로 보지 않았지. 그것을 깨닫는 게 쉽지 않았으리란 것은 내가 인정한다. 형은 실수를 범하는 일이 별로 없으니까, 하지만 형도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실수를 하기는 해. 너는 정서적 불구자였어, 아버지에게 의지하고 항상 네 답이 곧 아버지의 답일 거라 가정하고 답을 구해왔지.」(372쪽)

 

「......너는 그야말로 견딜 수 없었던 거야. 육체적으로 아팠던 것이지. 네 인생은 생지옥이 되었고. 너는 너 자신을 죽여야만 했는데, 네 아버지가 너를 독립된 실체로서 살아가게 하려고 너를 죽여야만 했던 거야.」(373쪽)

 

집단 이성은 모든 사람의 사고를 하나로 묶어 버린다. 하지만 자유로운 인간은 사고는 절대로 똑같아 질 수 없다. 단지 어떤 의견에 공감할 수 있을 뿐이고 다른 내용에 대해서는 생각이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라면 이러한 다양한 생각과 사고는 당연한 것이다. 그 의견을 피력하고 주장하면서 다른 사람을 공감하게 만들면서 조금씩 사회의 모습이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 사회일 것이다. 우리는 어느새 물질만을 추구하며 경제 논리에 휩쓸려 단기적인 목표만 가지고 세상을 한꺼번에 바꾸려고 무리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핀치 박사는 그렇기 때문에 스카웃에게 뉴욕에서 이곳으로 돌아와 오랜 시간을 들여 사람들과 어울리라고 충고한 것이다. 스카웃과 어울리면서 조금씩 사람들의 생각이 바뀔 것이라 기대하면서 말이다. 집단의 비이성적 사고를 깨기 위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한 사람씩 만나서 설득하여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하퍼 리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는 지도 모른다. 아직도 변한 것은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람의 비이성적인 사고를 변화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이 책은 옛날에 쓰여졌어도, 현재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비합리적인 이성에 의한 차별적 요소에 대해서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다. 개인적인 양심을 위한 파수꾼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메시지에 공감하며 이 책을 추천한다. 단지, 1960년 대를 전후한 미국의 사회·문화적 맥락이 많이 등장해서 배경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앵무새 죽이기>와의 내용 상 차이가 드러나는 부분을 찾기도 하고, <앵무새 죽이기> 이후에 이 공간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기도 하는 등의 소소한 재미가 있다는 점을 밝혀 둔다.

 

 

* 열린책들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