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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걷기가 건강에 좋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좋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비둘기>란 소설에 등장한 주인공 <조나단 노엘>에게 있어서 걷기는 50이란 나이가 될때까지 꽁공 얼어붙었던 내면의 정서를 한 번에 해방시켜주는 촉발제가 되었고, 치유의 걷기로 이어졌지요.

왜냐하면 그는 나이 50이 될때까지 살아오면서 오직 현실적인 삶에서 낙오되지 않으려는 안간힘으로 거대한 인형 스핑크스처럼 꼿꼿한 자세로 경비 생활만 하면서 살아왔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자기 안의 정령, 제2의 조나단(자기)을 만날 수가 있겠어요.
그러던 어느 날, 그가 현실적인 삶에서 최고의 가치라고 여겼던 공간, 24호의 방이 진짜로 자기 소유가 될 즈음 그는 비둘기를 만났고, 그 비둘기가 내놓은 똥을 본 그는 더러운 것, 병균들에 대한 두려움이 극대화되어 그로 하여금 공황 상태로까지 몰아갑니다.
그리하여 부당한 것에 대한 분노, 공평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 자신이 이제까지 경비 생활을 하면서 꼭두각시처럼 살아왔던 것에 대한 분노까지 가세하자 그는 하나의 폭발물처럼 위험한 지경에까지 이르지요. 하지만 그는 자신의 분노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오직 걷는 것에만 몰두하지요. 그가 걷는 행동을 통해서 맑고 순수한 영혼, 스핑크스처럼 거대한 꼭두각시 안에 갇혀 있던 진정한 자기, 제2의 조나단 노엘과 만나서 몸과 마음이 혼연일체가 되지요
이 소설을 읽고서 저는 조나단 노엘의 고귀한 영혼, 그가 잃어버린 사랑, 그에 대한 연민과 애닲음을 느끼면서 그에게 종은 감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는 내가 아는 한 불안한 세상의
안식처이자 도피처인 애인같은 방 24호실, 7.5평방미터의 방이라는 공간에서 17권의 책과
냉장고 등의 가재도구들과 함께 지금도 여전히 찾아오는 독자들에게 그의 심경을 풀어놓으면서
안락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金慶子(함초롬)글.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