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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 ㅣ 미래그림책 31
후지카와 히데유키 그림,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글, 길지연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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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림책 거미줄의 은유</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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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자
그림책 표지를 보면 한 죄인이 지옥의 피바다에서
거미줄 하나를 붙잡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죄인은 자신이 거머쥔 거미줄만 보이지, 뒷장에서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자비를 베풀고자 하는
부처님의 모습은 느끼지 못한다.
그의 참마음은 거짓된 마음에 짓눌려 참마음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마치 그림책 표지의 죄인이 자신의 거미줄에
정신이 팔려 뒷장의 부처님이 안 보이듯이.
이는 우리가 일치되지 않은 자기로
살아 갈 때의 모습과 흡사하다.
설혹 삶이 힘들더라도 우리가 참마음으로 살고자
노력할 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이치와 맞닿아 있다.
표지를 열면 암흑의 바다로 닫혀 있고,
다시 한 장을 열면 빛의 열락(悅樂)아래
환한 연꽃이 피어있다.
또 한 장을 넘기면 푸른 연꽃들이 성숙한 사람처럼
아름답게 피어 있고, 그 연못가엔 금빛가사를 두른
부처님이 천천히 걷고 있다.
부처님이 연못가를 거니는 것은 상당히 은유적이다.
연꽃들이 구함을 받은 아름다운 사람으로 변화된
속세인의 모습이라면, 끝없이 뻗어나간 연못은
심연(深淵)의 바다인 것만 같다.
우리가 삶의 고해바다에 산다고 하지만
우리가 진정한 '나'로서, 안과 밖이 일치된 '나'로 살며
참마음을 갖는다면 그곳이 바로 극락이라는 것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다음 장을 넘기면 부처님이 몸을 구부려 고해의 바다,
지옥에 빠져있는 수많은 죄인들을 내려다본다.
죄인들이 그것을 안다면 삶의 힘이 되어 줄 것임을 은유한다.
본문에 의하면,
*--부처님은 연못가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셨습니다.
부처님은 엎드려 연꽃잎 사이, 수정처럼 맑은 물 속으로
저 아래 세상을 들여다보셨습니다.
삼도천과 날카로운 바늘 산이 또렷이 보입니다.
부처님의 눈길이 '간타타'란 남자에게 멈추었습니다.
'간타타'는 다른 죄인들과 함께 지옥바닥에서
꿈틀대고 있습니다.
그는 생전에 사람을 죽이고, 방화를 했으며,
온갖 나쁜 짓을 일삼았지만, 단 한 번, 목숨에 대해 ]
생각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길가다 밟을 뻔했던
거미에게 길을 내어주며
"작아도 생명이란 게 있다!"는
경이감을 느낀 적이 있었던 것입니다.--*
죄인의 거짓자기 안에 거미줄만큼이라도 선함이 있다면
죄인 스스로를 돕는다는 것을
부처님은 은유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그 다음엔 이 죄인이 어찌되었을지,
거미줄 하나에 고통과 열락이 판가름날 이 가냘픈
간타타의 목숨은 오직 그가 자신에 대해,
그리고 타인들에 대해 갖게되는 마음가짐 하나에 달려 있다.
앞으로 그가 어찌될 것인지, 버림을 받을 것인가,
구함을 받을 것인가?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깊은 깨우침을 주는 그림책 [거미줄]은
연옥(煉獄)과 열락(悅樂)의 대조적인 그림과 함께
그 한 장 한 장이 성찰과 깊은 생각의 심연으로 인도한다. -*
책명 : 거미줄
저자 : 아쿠타가와 뉴노스케 글 후지카와 히데요키 그림
번역 : 길지연
발행처 : 미래 M&B
2004.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