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읽은 책은 천명관이 쓴 [고래]다. 2004년에 나온 책이고 이미 읽었던 책인데, 내 서가에 꽂혀 있는 걸 발견하곤 '이 책이 아직도 있네!' 라면서 책을 뽑아 오래된 기억을 회상하면서 다시 읽은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다시 읽고난 느낌은 무언가 알 수 없는 허전함이었다. 대체 이 책이 나에게 안겨주는 허전함의 정체는 무엇일까? 마치 매듭으로 연결된 실타래를 끊임없이 풀어내듯이 하나의 사건이 또 다른 사건을 일으키면서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 그들의 삶을 통해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나로 하여금 이 책을 단숨에 읽어나가게 했고 정말 재미있었다. 그런데 왜? 책을 다 읽고나서 일어서는 내 마음이 왜 이리 허전한 것일까? 그랬다. 이 책은 변화무쌍한 삶의 굴곡마다 응당 있었어야만 할 등장인물들의 '성인발달'이 없었다. 등장인물들은 한결같이 어릴적의 트라우마로 왜곡된 삶을 살아가면서, 복수심, 혹은 두려움, 혼란 등에 눈이 가려진채로 자신의 성장을 가로막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살아가다 하나 하나 죽어갔다. 그랬다. 이 책은 해피엔딩이라는 것이 없었다. 그냥 벌레처럼 태어나 살다가 자신이 나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단 한 번도 꿈꾸어 보지 못하고 벌레의 모습 그대로 죽어버렸다. 그것이 이 책을 읽고난 느낌이었고, 허전함의 정체였다. 2011. 11. 4.ⓒ金慶子(함초롬)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