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발, 왼발 비룡소의 그림동화 37
토미 드 파올라 글 그림, 정해왕 옮김 / 비룡소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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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하는 말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할아버지. 




  오른발 왼발 그림책을 보면 손자와 할아버지를 통해서 인간이 살아가면서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야기의 첫 장면을 보면 아기의 이름 보비는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며, 이 어린 아기의 가장 친한 친구인 할아버지는 보비가 할아버지를 부르기 쉽도록  보브라고 부르도록 가르친다. 그 때문인지, 보비는 정말로 보브란 말을 가장 먼저 말했다고 한다.

  또 할아버지는 보비에게 오른발, 왼발 하면서 보비의 양손을 잡아 이끌어주면서 걸음마를 가르쳐 준다. 이와 같이 할아버지는 말 못하는 어린 손자에게 보브란 말, 걸음마, 그리고 블럭 쌓기 놀이를 가르쳐 준다.

 블럭 쌓기 놀이를 가르쳐 줄 땐 아이가 그저 높다란 탑을 쌓도록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맨 위 정상의 코끼리 블럭을 쌓을 때마다 재채기를 하여, 쌓기의 성공을 지연시키면서 손자로 하여금 블럭 쌓기의 즐거움이 어디에 있는지를 일깨워 준다. 즉 블럭을 높다랗게 쌓는 데 주력하지 않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실패와 즐거움을 느끼도록 가르친다는 것이다. 

  이와같은 방법은 아직 말을 못하는 어린 손자로 하여금 할아버지와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손자 또한 할아버지가 병으로 의사소통을 전혀 할 수 없게 된 상황인데도 자신이 할아버지에게 가르침을 받았던 것처럼 즐거움과 유머가 넘치는 블럭쌓기 놀이를 할아버지에게 다시 보여준다. 이로써 깊은 병에 걸렸던 할아버지는 웃음과 행복, 즐거움을 느끼게 되고 병에서 회복되어 손자에게 묻는다.
 "보비야, 나한테 어떻게 걷는 법을 가르쳤는지 얘기해 다오."
라고. 이에 손자는 말한다.
 "할아버지가 내 어깨를 이렇게 짚고요. 난 이렇게 말했어요. '오른발, 왼발 따라해 보세요.'라고요."  

   이 그림책을 한슬이에게 읽어주었더니, 한슬이가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것은 블럭쌓기 놀이였다. 마침 한슬이에게 여기 나온 블럭과 비슷한 크기의 블럭이 있어서 모두 세어봤더니 놀랍게도 30개였다. 한슬이의 블럭도 이 책에 나온 블럭처럼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아, 이 블럭은 영국문화에서 오랜 전통을 가진 블럭이었구나!' 하고 놀랐다. 또 한슬이는 이 그림책이 재미있다고 한다. 블럭쌓기와 무너뜨리기, 그리고 할아버지와 보비가 가르치는 걸음마가 재미있다고 한다.  


 이 그림책을 잘 관찰해 보면 할아버지와 보비의 얼굴이 매우 비슷하다. 그외로  중요한 건 어른과 아이의 상호작용이다. 보비는 할아버지로부터 배운 상호작용을 깊은 병이 들어버린 할아버지에게 사용함으로써 할아버지로 하여금 말을 할 수 있게 하고, 걸음을 걸을 수 있도록 돕는다. 바로 이것이 중요한데, 아이가 어른에게서 배운 상호작용은 어른이 된 다음에도, 사회생활할 때도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아이와 의사소통을 할 때는 아이와 상호작용할 때는, 성취지향적으로 놀아주기 보다는 놀이 과정이 중요하다. 즉 아이의 감정을 존중해 주면서 민감하게 반응해 주고, 즐거움과 웃음이 넘치는 놀이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오른발, 왼발 그림책은 바로 이러한 깨우침을 주는 좋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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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 27 .ⓒ金慶子(함초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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