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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 가상 세계의 아이들
에티엔 바랄 지음, 송지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3월
평점 :
저자는 1986년부터 일본에서 살면서 일본 문화를 접하였다.
일본은 교육과 정보와 소비를 강조하는 사회다.
오타쿠 문제는 20세기 말 일본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이 세 지주라 할 수 있다.
오타쿠들은 이 세 분야에서 일본 사회의 과도함에 대한 일종의 촉매 구실을 했다.
동시에 그로부터 비롯된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낸 하나의 현상이다.
오타쿠 현상을 통해 일본 사회를 진단하고, 그들을 이해한다
오타쿠는 '체계'에서 제외되고, '생활 세계'에서도 의사소통의 장애를 겪는다.
그런 이들이 자기 주장을 할 수 있게 된 건 아이러니컬하게도 '체계'의 도움에 의해서다.
미디어와 시장의 상품을 통해 오타쿠의 의사소통 욕구는 전해지고, 시장은 다시 오타쿠를 포섭한다.
오타쿠는 사람보다 사물과의 교감을 통해 의사소통을 이루어나간다. 오타쿠는 분명 근대 이성의 산물이며 피해자이다.
오타쿠는 일본 사회의 집단주의와 교육 시스템, 그리고 경제 성장에 의해 생겨난 결과물이다.
대부분의 오타쿠는 개인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대중을 위해 구상된 교육제도의 희생자들이다.
사회는 교육의 가치를 존중하지만, 학교 이데올로기는 경제적 합리주의의 출발점이 되었다.
"최대 효율, 최소 인력"은 이들에게 목표도, 이상도, 개인적 표현의 만족감도 가져다주지 못했다.
집단의 가치를 우선시 하는 일본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젊은이들은 인형이나 아이돌을 사랑하며,
기존 상품을 튜닝하여 자기화한다.
그들은 그 관계 속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오타쿠들은 사회에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문화 분야의 전문가임을 자처하며, 자신의 개성을 자유롭게 표현한다.
오타쿠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모두 잠재적 오타쿠들이다.
일본의 집요한 장인 정신은 사실 근대화의 산물이다.
개인을 충분히 고려치 않은 일본 교육의 원인을 집단주의에서 찾으며
그것이 유교의 영향이라고 말한 에티엔 바랄의 진단은 적확한 것은 아니다.
과거나 현대 모두 일본인에게 유교의 영향은 미미할 정도다.
단지 우리가 근대화를 이루면서 구습으로 여겼던 유교를
일본은(우리 입장에서 특이하게) 근대화를 이루는 도구로 사용했을 뿐 유교 윤리의 생활화는 이루지 못했다. (……)
그래서 일본의 전통 문화는 일본인의 정신을 지배하지 못한다.
그들이 즐기는 다도나 하이꾸 짓기 모임 등은 단지, 그들이 그런 일을 즐겨할 뿐이다.
그래서 오타쿠들은 그들의 몰입에 대해 회의하지 않는다. -함성호(시인, 건축가) 발문 중-
집단주의 영향이든, 미디어 기술 발전의 영향이든, 오타쿠 현상은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책에 나온 일본의 학교 이데올로기나 학력 경쟁, 이지메 현상 등은 이미 우리나라에도 존재하는 문제다.
친구와 노는 시간보다 학원에 가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
시간이 많은 요즘의 젊은 세대가 소통할 수 있는 곳은 '오타쿠'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이미 유럽이나 아메리카의 젊은이들에게도 발견된다.
'묻지마 살인'이나 '어린이 강간'이 늘어나는 이유도 이런 측면과 비슷할 것이다.
사물을 인간화하고, 인간을 사물화하는 지금의 시점에서, 정작 젊은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진정한 소통'의 방식이 아닐는지…….
정치인들의 소통 방식이 아닌, 사람과 인류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소통'을 꿈꿔본다
진정한소통, 오타쿠현상, 일본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