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이들은 길에서 배운다 - 평범한 소신맘의 두근두근 산교육 여행기
류한경 지음 / 조선북스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여행과 교육이 접목된 참 좋은 책을 읽었다.
'아이들은 길에서 배운다.'
제목에서도 여행과 교육이 느껴진다.
이 책은 '평범한 소신맘의 두근두근 산교육 이야기' 라는 부제목이 붙은 엄마가 자녀 둘과 함께 다녀온 베네룩스 3국 여행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스스로를 평범하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SKY 중의 한 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카피라이터, 중등 국어교사, 대안학교 교감을 하였고 지금은 비영리재단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맘이라고 한다.
이 정도 학력과 이력이라면 결코 평범하지 않은 엄마이다.
하지만, 책속에 펼쳐지는 저자의 삶과 글은 평범한 소신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맞벌이하며 초등학생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나와 비슷한 부모 중의 한명이면서 자신만의 소신있는 자녀교육관을 가지고 실천하는 소신있고 용기있는 엄마였다.
책 초반부에서는 자신의 자녀교육관을 기술하고 있다.
교사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저자로부터 자녀 교육에 대해서 배울 점이 참 많았다.
'우리말처럼 영어를 듣기부터 배우게 했다. 영어학원을 다니지 않고 집에서 DVD를 보면서 듣기를 먼저 하게 했다.(p.15)'
'지금은 작고 서툴러 보이지만, 자기 속도에 맞추어서 하루하루 옹골차게 자라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믿고 바라볼 수 있는 기다림이 필요하다.(p.20)'
'열매쿠폰제도(p.28)'
'좋은 성적보다는 좋은 습관, 좋은 추억, 좋은 관계가 있으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p.34)'
중간 중간 자신의 교육관을 기술하면서 인용문을 더하여 그 느낌을 더욱 강하게 전달해주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혼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옆집 엄마, 반 엄마들을 만나고 나면 자신의 교육관이 흔들리곤 했다고 한다.
'노후대비를 잘 하려면 재테크 책보다 철학책을 먼저 읽어라.(어느 재무설계사의 말)'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 네가 자주 가는 장소, 네가 읽는 책들이 너를 말해 준다.(괴테)'
이제 이 책은 직장맘인 저자가 초등학생 아이 둘을 데리고 유럽 베네룩스 3국으로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한다.
엄마 혼자서 어떻게 아이 둘을 데리고 여행을 갈 생각을 했을까?
저자는 대학 시절 혼자서 40일간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고, 회사를 다니다가 휴직하고 석 달 동안 호주와 뉴질랜드에 배낭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저자는 여행에 대해서는 상당한 경험이 이미 있었다.
저자는 아이들의 학원비를 줄여서 여행을 간다는 마인드를 세운다.
'사교육비를 줄인 대신, 더 살아 있는 교육을 위해 쓴다.'
사교육 대신 산교육이란 생각은 참으로 기발한 생각이다.
우리 부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에게 이 책에 나와 있는 말을 그대로 전했다.
"스스로 공부하고, 학원비 줄여서 우리 해외 여행 많이 가자~"
저자는 여행지로 베네룩스 3국을 선택했다.
베네룩스 3국은 면적을 다 합쳐도 남한보다 작다고 한다.
네덜란드는 남한의 반 정도, 벨기에는 경상도 면적 정도, 룩셈부르크는 서울의 4배 크기 정도이다.
베네룩스를 선택한 이유는 한 달 동안 다니기에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아 알맞게 느껴지며, 강대국 사이에 끼여 있으면서도 작지만 당차게 유럽의 무역, 외교, 금융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는 세 나라의 힘이 궁금했다고 한다.
많은 곳을 잠깐 잠깐 다니는 식의 여행지 스펙 쌓기식 여행이 아닌 진짜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작게, 더 작게 욕심을 줄이면, 크게, 더 크게 추억이 돌아와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풀꽃, 나태주)'
여행 준비는 처음에는 혼자서 하다가 아이들과 함께 준비했다고 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함께하는 여행이 되려면 준비도 하나하나 아이들과 같이 해야 한다.'
여행지에서는 민박과 유스호스텔을 주로 이용했다고 한다.
네덜란드 아르헨 유스호스텔은 두 달 전에 미리 예약 메일을 보내니 2주일 뒤 네덜란드 우표가 붙은 국제 우편이 왔다고 한다.
책, 블로그, 인터넷을 통해서 여행지에 대한 정보 조사를 많이 하고 잘 준비한 흔적들이 느껴진다.
저자가 여행을 가는데 있어서 목적을 세우는 점은 배울만 한 점이었다.
대학 시절 유럽 배낭 여행을 갈 때는 음악을 테마로 다녀왔다고 한다.
아이들과 베네룩스 여행을 갈 때는 도서관을 테마로 갔다고 한다.
여행을 갈 때 테마를 정한다는 것은 여행을 한층 더 가치있고 의미있게 만드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번째 여행지는 네덜란드이다.
이 책은 네덜란드 어디 어디를 다녀왔더니 어디 어디가 어떻게 좋더라는 식의 구성이 아니다.
엄마가 자녀 둘을 데리고 여행을 다니면서 있었던 일들을 마치 일기처럼 기술하였다.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어떻게 여행을 준비해서 현지에서 어떻게 여행을 다녔는지가 나오고, 여행하면서 느낀 점도 나오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책에 지도는 나오지 않고, 시간별 일정도 정확하게 나오지 않고, 숫자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여행 가이드북으로서의 기능은 전혀 없는 세 사람의 자유로운 여행에 대한 자유로운 기록이다.
물론, 여행에 대한 준비는 상당히 철저히 되어 있었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여러번 느꼈다.
네덜란드에서는 암스테르담, 알크마르 치즈시장, 알크마르 운하, 잔센스칸스, 암스테르담 공공도서관, 안네의 집, 과학센터 니모, 델프트, 델프트 보태닉 가든, 델프트 광장, 헤이그, 로테르담, 보이만스 반 뵈닝겐 미술관, 호헤 벨루에 국립공원, 발스, 마스트리히트, 셀리시즈 도미니크 서점 등을 다녔다.
기차를 타기도 하고, 걷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기도 했다.
여유로운 일정 속에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는 모습이 느껴지며, 여행을 참맛을 느끼는 여행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하는 동안 외가와 친가 조부모님께 메일과 엽서를 수시로 보냈다고 한다.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의 국경이 한 점에 모인 곳이라는 발스 마을의 드리란덴푼드를 다녀온 내용을 보니 나도 아이들과 가면 참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트리히트에서 발스로 가는 버스 노선도를 보면 발스가 끝에서 두번째 정류장이고, 맨 마지막 정류장은 독일의 도시 아헨이라고 한다.
두번째 여행지는 룩세부르크이다.
룩세부르크는 서울의 4배, 제주도의 1.5배인 작은 나라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 1위라고 한다.
네덜란드에서 일정의 반을 보내고 여행 3주차에 접어드는 날 룩세부르크에 도착했다고 한다.
룩셈부르크에서는 룩셈부르크시, 비안덴, 와서빌리그, 기욤광장 등을 여행다녔다.
세번째 여행지는 벨기에이다.
여수 국제엑스포의 벨기에 전시관을 가보니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키플링(kipling) 가방은 벨기에 제품이었고, 카페에서 자주 만나는 로투스(Lotus) 비스켓도 벨기에 제품이었다.
유럽 국가들의 전시관을 관람하면서 유럽의 작지만 강한 나라들을 여행가고 싶었는데, 그 중에서도 벨기에는 꼭 가보고 싶은 나라이다.
저자와 아이들은 벨기에에서는 퓌센, 디낭, 나무르, 리브라몽, 르뒤, 브뤼셀, 루벵도서관, 스튜디오 글로보, 브뤼헤 등을 여행다녔다.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네덜란드, 룩세부르크, 벨기에의 많은 곳을 다니면서 충분히 보고 느낀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이 다녀온 여행은 바다와 산과 같은 휴양지나 관광지 여행이 아니라 그 곳의 문화와 정서를 보고 느끼고 체험하고 온 진정한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로를 걷고, 자전거를 타고, 시장을 가보고, 서점에 가보고, 축제에 가보고, 도서관에 가보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그리고, 여행 중에 새로운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면서 해외 여행의 진정한 참맛을 느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이 여행을 위해서 정말 많은 준비를 했음이 느껴진다.
마음적으로도 많은 준비를 했고, 실제적으로도 많은 준비를 해서 아이들과 함께 많은 좋은 추억을 만드는 성공적인 여행을 다녀왔다.
저자는 여행을 다니면서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를 생각하는며 아이를 모든 것의 중심에 두었던 인생관이 아이와 내가 어떻게 함께 커나갈 수 있을까로 바뀌었다고 한다.
진심으로 공감하는 부분이다.
나도 여행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 목적도 있지만, 내가 보면서 나의 견문을 넓히고 싶은 마음도 많이 있다.
그래서 나도 여행을 좋아한다.
특히, 내가 아이들과 박물관 다니는 것을 즐기는 것은 아이들과 부부 모두를 위한 것이다.
저자는 베네룩스 여행을 다녀온 후 카우치 서핑이라는 것을 알고서 한국에서도 카우치 서핑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카우치 서핑이란 현지인들이 아무 대가 없이 여행자에게 숙소를 제공하며 서로의 문화를 나누는 것이 목적인 비영리 커뮤니티라고 한다.
사교육비를 줄여서 해외여행으로 산교육을 하고, 좋은 습관과 좋은 추억과 좋은 관계를 만드는 인생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녀 교육, 내 스스로의 성장, 베네룩스 여행에 대해서 많은 지혜를 배운 좋은 책이었다.
나도 베네룩스 3국과 북유럽 국가들로 여행갈 준비를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