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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나라의 어린이 ㅣ 푸른숲 역사 동화 8
김남중 지음, 안재선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4년 4월
평점 :
푸른숲 역사 동화 '새나라의 어린이'가 출간되어 읽어보았다.
푸른숲 역사 동화 시리즈는 우리 역사를 움직인 의미있는 사건을 다룬 동화이다.
지난해에 5·18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오월의 달리기'라는 책을 읽었었다.
이번에 그 다음편으로 출간된 책이 '새나라의 어린이'이다.
'새나라의 어린이'는 우리나라가 해방된 1948년 8월 15일 이후의 친일파 청산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역사를 바탕으로 한 실화같은 동화이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사람들은 어떤 나라를 꿈꾸었을까?'
일제강점기 치하에서 고통을 받고 드디어 해방을 맞은 우리 국민들은 어떤 나라를 꿈꾸었을까?
새나라의 어린이가 본 해방 후의 한국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해방 후 우리는 진정한 해방을 맞이하였는가?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지 않고 제대로 돌아갔는가?
이 책은 해방 직후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여러가지를 질문하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이노마라는 열두살의 어린이이다.
노마는 부모를 잃은 고아이며, 띠 동갑 형인 정식은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을 당해 고향을 이미 떠나버렸다.
노마는 해방 다음날 서울에 와서 노마 아버지의 사촌동생인 당숙에게 얹혀서 산다.
노마의 당숙은 풍년상회라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노마에게 가혹하게 일을 시키며 제대로 보살펴주지 않는 나쁜 사람이다.
오직 돈만을 아는 파렴치한 사람이다.
노마는 앨리스라는 외국인 여자를 우연히 만나 그녀가 곤경에 처했을 때 도와주면서 앨리스와 친해진다.
노마의 형 정식은 친일파 한국인인 악질 순사 야마다에 의해 강제 징용을 당해 태국 일본군 부대에 갔다가 해방 후 한국으로 돌아와 노마를 만나게 된다.
'일본이 물러가면서 전쟁이 끝난 줄 알았는데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었다. 먹고사는 일도 전쟁이었다. 일할 곳은 없고 돈과 음식은 귀한데 사람은 어디나 넘쳐났다.(p.42)'
일제 강점기에서의 해방은 노마에게는 진정한 해방이 아니었고, 노마의 고난은 계속되었다.
노마는 새 나라에게서는 행복하게 사는 꿈이 이루어질 줄 알았다.
태국으로 일제 강제징용을 다녀온 후 서울로 돌아온 정식은 야마다를 찾으려고 한다.
야마다는 자신을 강제 징용가도록 한 노칠득이라는 이름의 한국인 친일파 순사였던 사람이다.
해방 후 친일파였던 야마다는 경찰 노칠득 과장으로 변해 있었다.
참으로 어이없는 상황이다.
해방 후 야마다는 경찰 간부가 되었고, 정식은 가난한 백성이 되어 있었다.
야마다를 길에서 만난 정식은 야마다에게 주먹을 날리고 체포되어 경찰에게 빨갱이 취급을 받으며 폭행을 당한다.
'빨갱이는 좌익이라고도 하는데 무엇보다 말을 잘 했다. 이것저것 따지는 사람한테 말 많으면 빨갱이 하고 놀릴 정도였다. 미국에 반대하는 사람, 친일파를 잡아들이라는 사람,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 부자들을 싫어하는 사람, 일한 만큼 돈을 못 받았으니 더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빨갱이라고 했다.(p.54)'
노마가 인식하고 있는 빨갱이의 정의이다.
지금은 빨갱이에 대한 정의가 변했을까?
친일파였던 야마다는 정식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해. 살다 보면 일본 편에서 일하다가 우리나라를 위해서 일할 수도 있는 거야.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면 목숨을 바친다고 하잖ㅇ. 우리도 사람인데 우리를 인정해 주는 쪽을 위해 일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 우리가 과거에 일본을 위해 일했다 치자. 하지만 미군정과 우리 정부는 이미 모든 걸 용서했단 말이다. 나라가 용서했는데 네가 뭐라고 떠는 거냐? 나라에 반대하는 건 빨갱이나 하는 짓이지.(p.55)'
정부가 친일파를 용서해주다니 참으로 비통한 역사이다.
친일파들이 죄에 대해서 처벌받지 않고 다시 득세되고 있는 그 시대의 역사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정식과 함께 태국으로 강제 징용을 갔던 덕관이라는 친구는 경찰이 되고, 덕관은 정식과 함께 야마다를 죽이고자 한다.
그리고, 정식은 자신의 첫사랑 순희가 야마다에 의해서 싱가포르에 정신대로 끌려갔다 온 것을 알고 야마다를 죽이려고 한다.
순희가 정식과 재회하며 정신대를 한 지난 과거 이야기를 하면서 더 이상 정식과 함께 있을 수 없음을 말하는 장면에서는 슬픔과 분노가 느껴지기도 했다.
덕관은 경찰을 그만두고 친일파 청산을 위해 만들어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의 특수경찰이 된다.
'지난 여름, 이승만을 첫 대통령으로 출범한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친일파들이 높은 자리를 많이 차지 했다. 새 정부는 공산주의에 반대한다면 굳이 과거를 따지지 않았다. 친일파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반공을 외치며 오히려 세력을 키워 나갔다. 친일파 처단을 외치는 사람들은 무조건 빨갱이로 몰아붙였다.(p.95)'
'빨갱이는 마법의 단어였다. 친일파들은 방해가 되는 사람을 무조건 빨갱이로 몰아붙였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 경찰이 흔히 쓰던 수법이었다.(p.110)'
이승만 정권시대에 친일파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반민특위에 대한 내용을 잘 알지는 못했다.
반민특위는 반민족행위처벌법에 의해 만들어진 정부의 공식 조직이었으며, 친일파 청산을 위해서 만들어진 조직이며, 친일파 처단을 위해 일했다.
경찰과 반민특위는 친일파 청산에 대해 갈등을 빚으며 서로 싸우기도 한다.
반민특위는 친일파를 잡아 재판에 넘기는 활동을 전국적으로 펼친다.
그런데, 반민특위의 활동에는 모순이 있었다.
법을 무시하고 친일 행위를 한 친일파에게 반민특위는 법대로 해야 했다.
그러나, 주먹은 역시 법보다 강하였다.
반민특위 활동의 결론은 비극이다.
어쩌면 이 책의 결론이 지금까지 이어진 현실인가 보다.
친일파로 구성된 경찰은 헌법기관인 반민특위를 공격한다.
경찰에 의해서 반민특위 특경대가 무장해제되고, 특경대원들과 반민특위위원들이 체포된다.
경찰이 그리고 친일파가 승리한 것이다.
정식은 야마다에게 붙잡혀 혹독한 폭행을 당하고 몸과 정신을 모두 상하게 된다.
실제로, 이승만 대통령은 친일파를 적극 옹호하며 반민특위 해산을 동의하고 명령했다고 한다.
이러한 사태를 본 후 노마는 친일파보다 힘이 센 사람은 대한민국에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노마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친일파를 건드리면 다친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노마는 세상을 조금 배운 것 같았다. 이렇게 조금씩 어른이 돼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p.145)'
이 책에 나오는 앨리스는 원래 프랑스인인데, 미국인 행세를 하며 한국에 살고 있었다.
앨리스의 아버지는 친독파로 행동을 한 프랑스인 기자이다.
조선 특파원을 한 앨리스의 아버지는 프랑스가 해방되자 프랑스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해방 후 프랑스는 친독파를 강력하게 척결하였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재판을 통해 사형을 당한 친독파는 1만 명이 넘었고, 9만 명이 넘는 실형을 선고 받았고, 그 중에서도 작가와 언론인이 가장 무거운 벌을 받았다고 한다.
책 후반부에 친일파와 반민특위의 역사적 내용을 요약하여 보여준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의 강제 징용, 정신대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어 있고, 해방 후 가난하고 힘들었던 국민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고, 친일파들이 어떻게 생존하며 또다시 권력을 잡고 살고 있는지를 상세하게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동화 속에서 친독파 청산을 모범적으로 수행한 프랑스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읽고나니 기분이 참으로 씁쓸했다.
그리고, 요즘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상황들이 해방 후부터 이어온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반민특위의 배경, 활동, 실패에 대해서 알려주는 책이다.
친독파를 강력하게 척결한 후 드골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프랑스가 또다시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 민족 반역자가 나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프랑스 뿐 만 아니라 폴란드, 벨기에,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등 독일이 지배했던 국가들은 친독파 처벌을 강력하게 추진했다고 한다.
저자는 독일은 전쟁에 대해서 스스로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는 피해국인 우리나라에서조차 일본의 침략을 옹호하고 합리화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일본의 진정한 반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하며 질문을 던진다.
우리 역사의 사례와 외국 역사의 사례를 통한 친일파 청산 문제와 역사 바로 알기를 위해서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책을 읽고나니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역사적 내용을 동화로 자세하고 용기있게 쓰신 저자분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이 책과 같이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알려주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어 아이들과 어른들이 많이 읽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모든 국민이 잘 사는 정의로운 나라가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