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슬픔, 비통, 근심, 분노, 혐오, 공포를 느끼는 것은 그런 감정들이 모두 적응적 특질이기 때문이다. 이따금(주로 대인적, 심리적, 현실적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서) 감정이 일시적으로 통제를 벗어나서 상당한 불안이나 손상을 끼칠 때도 있다. 그러나 항상성과 시간이 자연의 위대한 치유력으로 기능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탄력적으로 자신을 추슬러 정상적인 균형을 되찾는다. 정신 장애는 그렇게 스스로 교정되지 않는 증상들과 행동들을 뜻한다. 즉, 정상적인 항상적 치유 과정이 망가진 상태이다. 그런데 누구나 일상에서 겪기 마련인 기복을 진정한 정신 장애로 혼동하면(진정한 장애는 어느 시점이든 인구의 약 5~10퍼센트에게만 영향을 미쳐, 상대적으로 드물다.), 그때 진단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알라딘 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정신 장애는 증상의 표출이 선명하고, 극심하고, 저절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만 진단해야 한다. 일상의 문제를 다루는 최선의 방법은 문제를 직접 해결하거나 문제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지, 정신 장애 진단으로 질병화하거나 약물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약품 처방에 성급하게 의존했다가는 우리의 자연적 치유력이,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회복의 경로들이 단절된다. 가령 가족과 친구와 공동체에게 지원을 구하는 것, 인생에 필요한 변화를 가하고 지나친 스트레스를 내려놓는 것, 취미나 흥미, 운동, 휴식, 기분 전환, 속도 조절을 추구하는 것 등등. 스스로 문제를 극복하면 상황이 정상화되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게 되고,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과 가까워진다. 반면에 약을 먹으면, 설령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어쨌든 남들과 다른 사람, 아픈 사람이 되어 버린다. 진정한 정신 장애를 겪는 사람은 약품 처방을 받아야만 항상성을 되찾을 수 있지만, 일상적인 문제를 겪는 사람에게는 처방이 항상성을 훼방할 뿐이다.
-알라딘 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오늘까지도 의학의 상징으로 통하는 뱀은 허물을 벗는 능력 때문에 불멸과 치유의 훌륭한 모형으로 통했고, 사람들은 신전 부지에 독 없는 뱀을 잔뜩 풀어 놓곤 했다. 치유 신앙은 크게 번창했다
-알라딘 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서구 세계는 차이를 악과 등치시켰고, 그것이 전염될까 봐 두려워했다.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악마와 사통함으로써 공동체의 안녕을(또한 영원한 구원을) 위협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고문과 처형도 하느님이 행하는 사업의 일부라고 말하면서 떳떳하게 정당화했다.
-알라딘 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더욱 심란한 점은 제일 취약한 상태의 아이들이 약품 처방을 제일 많이 받는다는 사실이다.
-알라딘 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플라세보’라는 단어는 ‘만족시키다’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왔다. 플라세보는 정말로 사람들을 만족시킨다. ‘플라세보 효과’란 치료의 구체적인 치유 효과와는 무관하게 사람들이 긍정적인 기대를 품기 때문에 실제로 나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플라세보는 아주 효과적이다. 사람들이 질병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치료를 받고도 훌륭한 결과를 보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플라세보는 지금껏 발명된 약 중에서 가장 폭넓게 적용되는 기적의 약이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플라세보는 싸고, 심각한 상태가 아니고서는 거의 모든 상황에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거의 없다.
-알라딘 eBook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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