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체농장 1 - 법의관 ㅣ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5
퍼트리샤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스카페타 시리즈를 그래도 몇 개 읽었으니 성격분석으로 이 리뷰란을 채울까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스카페타는 내 타입은 아니다. 그녀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내 타입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녀는 이성주의자다. 감성보다는 이성이 더 발달한 사람, 사건 해결에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는 유능한 법의학자건만,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은 좀 떨어지는 듯하다.
-스카페타와 함께 사건 해결을 해오던 마리노가 이혼 당한다. 이혼 후 마리노의 삶은 황폐해졌다. 게다가 스카페타를 좋아해온 마리노에게 그녀가 유부남인 벤턴과 바람을 피운다는 소식은 더더욱 좌절할 일. 마리노가 툴툴거리는 건 불편할지언정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는 일이다. 마리노와 스카페타의 관계가 일을 매개로 한 사이긴 해도, 마리노의 고통에는 공감해줄 수도 있는 일 아닐까? 하지만 스카페타는 마리노의 기행에 “쟤 왜 저래?”라는 걸로 일관한다. 다 큰 사람이 막가는데 어떻게 말리냐고 하겠지만, 마리노에게 필요했던 건 스카페타의 따스한 한마디가 아니었을까.
-친구 사이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에 안드는 게 있더라도 크게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 않는다면 인정해주는 것, 그게 친구 아닐까. 예컨대 내 머리 스타일을 못참아내는 사람이라면 나와 친하게 지내는 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스카페타는 늘 자기가 옳다는 생각에 빠져있어서 그런지 타인에 대한 배려가 별로 없는 듯하다. 2권 7쪽부터 시작된 벤턴과의 대화다.
[벤턴: 이집에는 직접 양조한 생맥주가 자랑이지요.
스카페타: 전 맥주 잘 안마셔요.
다시 스카페타: 솔직히 맥주는 좋아한 적이 없어요. 어쩔 수 없이 마실 때도 내 입맛에 안맞아요.
벤턴: 왜 화를 내십니까.
스카페타: 화 안냈어요.
벤턴: 그렇게 들려요. 내 눈을 쳐다보지도 않고.
....
벤턴: 와인을 마십시다. 오퍼스 원이라고, 그걸 마시면 당신도 기분이 좋아질 겁니다.
스카페타: 그건 질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보르드 흉내를 낸 거라 조금씩 마시기엔 너무 독해요.]
이쯤되면 벤턴도 짜증이 날법한데, 스카페타는 한술 더떠서 벤턴이 웨이터 이름을 기억했다 이름을 부르는 습관에 딴지를 건다.
[스카페타: 그런다고 웨이터가 당신이랑 친구라도 된 것 같다는 착각을 하지는 않아요. 벤턴, 솔직히 라디오 진행자 말투처럼 속물적으로 느껴진다고요.
벤턴: 뭐가요?
스카페타: 웨이터 이름을 부르는 것 말이어요.
벤턴:......
스카페타: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냥 친구로서 충고하는 것뿐이어요. 아무도 말해주지 않을텐데 당신도 알고 있어야 하니깐. 친구라면 솔직해져야겠죠.]
웨이터 이름을 부르는 게 옳으냐 그르냐는 가치관의 차이다. 그게 거슬려도 그 친구의 한 부분으로 생각을 해야지, 이렇게 딴지를 걸어서야 되겠는가? 한번 자버린 탓에 불편해서 이랬을 수도 있겠지만, 다른 책에서도 뭐 그렇게 배려하는 자세는 보이지 않았다. 어느 책에서 보니 애인의 음료수에 반지를 던지기까지 했다니, 정말 내 타입은 아니다. “내 타입이면 어쩔 건데?”라고 할까봐 걱정되지만^^.